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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가공세에 獨 미텔슈탄트 붕괴...韓도 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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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저가공세에 獨 미텔슈탄트 붕괴...韓도 사정권

獨, 대중 자본재 무역 1년새 흑자서 적자 8750억원으로 반전
VDMA "중국 점유율 40~50%면 대응수단 없다" 韓도 예의주시
독일 미텔슈탄트의 붕괴를 초래한 중국의 저가 공세가 한국 핵심 산업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을 요약한 인포그래픽.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미텔슈탄트의 붕괴를 초래한 중국의 저가 공세가 한국 핵심 산업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을 요약한 인포그래픽. 이미지=제미나이3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무기로 신흥국 설비 시장을 장악했던 독일 중소·중견 제조업체들이 이제는 안방 시장까지 중국산 저가 기계에 내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현지시각) 독일 미텔슈탄트(중소·중견기업)들이 중국의 품질 추격과 가격 공세에 밀려 일자리를 줄이고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기는 상황을 보도했다.

독일은 사상 처음으로 대중 첨단 자본재 수입액이 수출액을 넘어섰고, 독일 산업계는 매달 1만개 넘는 일자리를 잃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공작기계·로봇 수출기업이 마주할 경쟁구도 변화를 예고한다.

대중 자본재 무역 사상 첫 역전, 공작기계 수출 1년 만에 3분의 1 감소


미국 뉴욕 소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집계를 보면 독일의 대중 자본재 무역은 2024년 중반 7억 5000만유로(약 1조 3122억원) 흑자에서 2025년 8월 5억유로(약 874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독일의 대중 공작기계 수출은 올해 1분기 1년 전보다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

컨설팅기업 EY의 5월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산업계는 매달 1만개 넘는 일자리를 줄이고 있으며, 산업생산은 2022년 2월부터 올해 초까지 약 10%, 에너지 집약 업종은 15% 넘게 감소했다.

중국 정부가 독일의 '히든 챔피언'을 대체할 목적으로 추진한 '1만개 작은 거인' 육성 정책이 성과를 내면서, 신흥국 공장은 사출성형기·로봇팔·건조기·클라우드 관리 소프트웨어까지 중국의 한 업체에서 통째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독일 남서부에서 산업용 히터를 만드는 아우라(직원 115명, 연 매출 3000만달러(약 459억원))의 패트릭 부르크하르트 대표는 최근 6개월 새 중국 경쟁사의 가격 공세가 급격히 거세졌다고 말했다.

국내 공작기계는 아직 훈풍, 다만 중저가 시장 장기 리스크 상존


국내 공작기계 업계는 현재로선 독일과 다른 흐름을 보인다.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공작기계 총수주액은 1조 19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늘었고, 이 가운데 해외 수주는 7981억원으로 23.3% 급증했다.

반도체·AI 인프라·자동차·항공우주 분야의 설비 투자 확대가 데이터센터 냉각장치·반도체 검사장비 등 초정밀 가공 수요를 끌어올렸다. DN솔루션즈, 위아공작기계, 화천기공, 스맥, 대성하이텍 등이 국내 수출을 이끄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다만 산업연구원 조사를 보면 전기차·배터리·로봇·자율주행차 등 핵심 산업의 종합 경쟁력에서 중국이 이미 한국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고, 반도체 종합 경쟁력도 중국이 한국과 대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중국제조 2025'의 뒤를 잇는 '중국표준 2035'는 휴머노이드 로봇·생성형 AI 등 미래 산업 9개 분야의 국제표준 선점을 목표로 하는데, 조선·차세대 정보기술 등 한국의 주력 업종과 겹치는 영역이 많다.

독일 기계산업협회(VDMA)의 올리버 리히트베르크 대외무역국장이 '중국 점유율이 40~50%를 넘으면 남은 대응수단이 없다'고 경고한 대목은, 아직 여력이 있는 국내 공작기계·로봇 산업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원·달러 환율이 1530원대(오늘 기준), 원·유로 환율이 1750원대에 형성된 가운데, 원화 약세가 당분간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뒷받침할 수는 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가 본격화하면 환율 효과만으로 버티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탓만은 아니다"...독일 내부 요인 지적도


지멘스 출신으로 스위스 코팅업체 외를리콘의 미하엘 수즈 회장은 독일 미텔슈탄트의 위기가 중국의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국내 고비용 구조와 신세대 가족기업 경영진의 낮은 도전정신에서도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더 경쟁력을 갖춘 것은 맞지만, 독일도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진짜 개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컨설팅업체 인프론트가 1월 발표한 조사에서는 독일 기계공학기업의 4분의 3 넘는 곳이 중국과의 경쟁을 세계 최대 전략 과제로 꼽았다.

런던 소재 유럽개혁센터(CER)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은 이미 독일 산업의 점심을 먹어치웠고 저녁까지 먹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디움그룹의 노아 바킨 수석고문은 유럽 정책 당국이 더 강한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독일 미텔슈탄트의 매우 빠른 쇠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우라의 부르크하르트 대표는 현재 20%인 중국 생산 비중이 유럽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7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