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달러 가치 9.4% 하락, 탈달러화 흐름 속 금 비중 빠르게 확대
美 국채와 격차 축소… 대체 통화 아닌 위험 분산 수단으로 재부상
美 국채와 격차 축소… 대체 통화 아닌 위험 분산 수단으로 재부상
이미지 확대보기스페인 경제매체 엘 이코노미스타(elEconomista)는 지난 4일(현지시각)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안전자산 지형도에 균열이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달러화와 국채에 편중됐던 준비자산 구성 비중을 낮추는 대신 금 보유량을 빠르게 늘리면서 자산 시장의 장기 장세에 기류 변화가 관측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달러 가치 하락 우려와 미국의 재정 건전성 악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를 달러 체제의 붕괴가 아니라 극단적인 자산 편중을 피하려는 위험 분산 행보로 진단한다.
준비자산 내 금 비중 27%로 상승… 국채와 격차 축소
세계금위원회(WGC)가 발표한 '2026년 중앙은행 금 보유 현황 조사'를 보면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전체 투자 자산 가운데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7%까지 올라섰다. 이는 조사 대상 중앙은행들의 평균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인 22%를 웃도는 수치다. 일부 조사 기준에서 금 비중이 국채를 상회하는 결과가 나타날 만큼 금과 국채 사이의 비중 격차가 빠르게 축소되는 추세다.
이 같은 수요 집중에 힘입어 금 가격은 올해 1월 29일 온스당 5600달러(약 856만 원) 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다만 최근에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소 완화되면서 현재 온스당 4000달러(약 612만 원) 안팎에서 숨 고르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단기간에 가격 변동성이 이처럼 확대된 것은 장기 안전자산 수요뿐 아니라 단기 투기성 자금 유입의 영향도 함께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눈덩이 미국 부채와 거세지는 자산 다변화
중앙은행들이 달러화 자산에서 눈을 돌리는 일차 배경은 미국의 막대한 부채 규모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조사 결과를 보면 글로벌 중앙은행의 61%는 미국의 비대해진 정부 부채가 누적될수록 달러의 장기 신뢰도에 부정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2024년 동일한 조사에서 이 비율이 20% 수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회의론이 세 배가량 확산한 셈이다.
여기에 지정학 파편화와 전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도 중앙은행들이 전통 채권 위주 운용에서 벗어나 자산을 다변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J. 사프라 사라신의 아사드 파리드 매니저는 중앙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확인하고 금 매입처로 돌아서 지난 15년간 7000t이 넘는 금을 축적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이 지닌 한계도 명확히 지적한다. 금은 이자가 발생하지 않고 국제 결제나 유동성 공급 기능이 없기 때문에 달러화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인베스코 역시 대규모로 활용가능한 대안 자산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달러 비중 축소와 비달러 자산으로의 분산은 점진적인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장기 우상향 무게 속 실질금리가 단기 향방 가를 듯
앞으로 금값의 행보는 단기 변동성과 중장기 펀더멘털이 교차하는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이체방크는 단기 가격 등락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공공부채 증가와 중국 민간 투자자들의 강한 매수세, 달러화 약세 기조가 지속된다면 오는 2027년 6월 말까지 온스당 5400달러(약 826만 원) 선까지 회복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 또한 달러 가치가 올해 말까지 추가로 10%가량 더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며 금의 상대 매력을 뒷받침했다.
실제 세계금위원회 조사에서 조사 대상 중앙은행의 45%는 향후 12개월간 보유 자산 내 금 비중을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일반 투자자 관점에서는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냉정하게 구분해야 한다.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수요는 가격의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하지만, 단기 가격 변동성은 시장의 투기 자금과 거시경제 지표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금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금리와 역상관관계를 갖는다.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가 방향성을 바꾸는 시점이 금 가격의 1차 변곡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금리 하락기에는 기회비용이 줄어 시장 수익률을 웃돌지만, 실질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상대 매력이 떨어져 하락 압력을 받기 쉽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자산 배분 관점에서 추적해야 할 세 가지 지표
개인 투자자들이 현명한 자산 방어 전략을 짜기 위해 주목해야 할 핵심 시장 신호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조달 비용과 실질금리의 움직임이다. 금 상승의 핵심 변수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달러 가치보다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의 향방이다. 미국 10년물 TIPS 금리가 반등하며 매력적인 수준까지 오르면 금 수요는 둔화할 수 있다.
둘째, 달러인덱스 추가 하락 여부다. 모건스탠리의 예측대로 달러화가 10% 추가 하락 장세에 진입하는지, 아니면 최근의 반등 기조를 이어가며 안착하는지가 금값 복귀의 신호탄이 된다.
셋째,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분기별 순매입 추이다. 지난 4년간 유지해 온 연간 1000t 매입 속도가 유지되는지, 혹은 가격 부담으로 인해 매입세가 둔화하는지가 장기 지지선의 강도를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
전체 자산을 한 자산에 올인하기보다 포트폴리오의 일정 부분을 실물 금이나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해 거시경제 위험을 헤지하는 안정적인 자산 다변화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