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금리 동결한 워시 연준…9월 신뢰도 시험대

글로벌이코노믹

금리 동결한 워시 연준…9월 신뢰도 시험대

인상 주장 반대표 3명으로 내부 이견 표면화
선제 안내 줄였지만 채권시장은 물가 대응 불신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9일(현지시각) 워싱턴DC 연준 청사에서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9일(현지시각) 워싱턴DC 연준 청사에서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내부에서는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활발한 토론의 결과라고 평가했으나 채권시장은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며 연준의 물가 대응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CNBC는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반대표 증가와 짧아진 정책결정문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 △채권시장의 반발 △9월 회의에 관한 단서 부재가 주요한 특징으로 드러났다고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연준은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그러나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원했던 가족 간 논쟁 벌어졌다”

CNBC에 따르면 워시 의장은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위원들 사이의 이견을 ‘가족 간 논쟁’에 비유하며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그는 “좋은 가족 간 논쟁을 요청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며 “동료들 사이에 훨씬 많은 상호작용이 있었고 진정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반대표를 던진 3명은 모두 지역 연은 총재였다. 이들은 앞선 발언에서도 인플레이션 위험에 비교적 강경한 태도를 나타내 금리 인상 주장이 예상 밖의 움직임은 아니었다.

워시 의장은 표결이 갈렸다는 이유만으로 연준이 분열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견해와 판단을 가진 위원들이 적극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연준의 정책 결정 과정이라는 얘기다.
◇성명 줄이고 선제 안내도 후퇴

이번 FOMC 정책결정문은 반대표 내용을 제외하면 이전 회의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분량도 기존 연준 성명보다 크게 짧아진 형태를 유지했다.

워시 의장은 성명이 사실만 전달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예측하는 표현을 피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전망이나 약속을 제시하기보다 경제지표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향후 금리 경로를 미리 알리는 선제 안내를 줄이려는 워시 체제의 정책 소통 방식과 맞닿아 있다고 CNBC는 분석했다.

다만 선제 안내 축소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오히려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어떤 경제지표와 조건을 근거로 금리를 인상할지 구체적인 기준을 확인하지 못했다.

◇“물가 잡을 마법 지팡이 없다”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낮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법 지팡이는 없다”며 “며칠이나 몇 주 안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연준의 물가 목표는 2%지만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2021년 이후 이를 웃돌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했음에도 중동 전쟁과 유가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워시 의장의 발언은 연준이 물가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의미보다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싸움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채권시장은 연준 설명에 불신

CNBC에 따르면 채권시장의 반응은 워시 의장의 설명과 달랐다.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2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하락했지만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크게 올랐다. 30년물 금리는 0.115%포인트 오른 5.211%를 기록하며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단기금리 하락과 장기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난 것은 시장이 연준의 즉각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게 보는 반면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커질 위험을 반영했다는 의미다.

CNBC는 이 같은 움직임이 물가에 강경한 인물로 평가받아 온 워시 의장의 신뢰도에 부담을 줬다고 분석했다.

크리스 럽키 FWDBOND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워시 체제의 연준은 채권금리 상승이 보내는 인플레이션 경고를 외면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시장은 답을 요구하고 있지만 연준이 이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9월 인상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

시장이 가장 주목한 9월 FOMC 회의의 금리 결정 방향도 분명해지지 않았다. 정책결정문에는 향후 금리 경로나 연준이 정책을 변경할 조건이 제시되지 않았다.

다음 FOMC 회의는 9월 15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시장은 회의 전까지 발표될 7월과 8월 물가지표, 이란 전쟁, 에너지 가격의 흐름을 주시할 전망이다.

크리슈나 구하 에버코어 ISI 글로벌 정책·중앙은행 전략 책임자는 9월 회의가 워시 의장의 신뢰도를 가를 시험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여름 동안 인플레이션이나 전쟁,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워시 의장이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시 의장은 선제 안내를 줄이는 데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며 개혁이 쉽지는 않지만 연준의 판단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채권시장이 이미 장기 물가 위험을 강하게 반영하면서 9월 회의에서는 정책 결정뿐 아니라 연준이 시장과 소통하는 방식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