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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실적보다 'AI 돈의 이동' 주목…메모리·광학·에너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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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실적보다 'AI 돈의 이동' 주목…메모리·광학·에너지 부상

올해 주가 14% 상승에 그쳐…선행 PER 19배로 2018년 이후 최저권
월가 "엔비디아 더는 AI 투자서 가장 뜨거운 곳 아냐"…향후 수요·금융구조 주목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글라라의 엔비디아 본사. 사진=엔비디아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글라라의 엔비디아 본사. 사진=엔비디아

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인 엔비디아가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월가의 관심이 실적 숫자 자체보다 인공지능(AI) 투자자금이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에 쏠리고 있다.

엔비디아는 여전히 AI 투자 흐름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기업이지만 최근 시장의 투자 모멘텀은 반도체에서 메모리, 광학장비, 에너지 등 AI 인프라의 다른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가 26일(이하 현지시각) 오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의 설비투자와 향후 AI 수요, 엔비디아가 참여한 대규모 금융거래에 대해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어떤 설명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엔비디아 주식을 보유한 웰스얼라이언스의 롭 콘조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를 AI 지출을 판단할 수 있는 최고의 바로미터”라고 평가했다.

이번 실적을 통해 하이퍼스케일러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계속 가속하고 있는지, 아니면 투자 규모를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기 시작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가 상승세 둔화…밸류에이션은 오히려 하락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큰 변동성을 보였다.

겨울에는 하락했다가 봄 들어 급등했고 여름에는 등락을 반복했다.

최근에는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7.5% 떨어졌다. 2019년 이후 최장 연속 하락 기록과 같은 수준이다.

반면 7월 말부터 8월 중순 사이에는 19% 급등했다.

올해 전체 상승률은 14%다. 적지 않은 상승폭이지만 지난해 같은 시점의 34%, 2024년의 150% 이상 상승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했다.

고물가와 금리 상승, 미국의 이란 전쟁, 캐나다와의 무역전쟁 등 여러 위험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AI 투자 열기의 지속 가능성을 이전보다 신중하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도 지난 7월 6.6% 하락해 1년여 만의 최악의 월간 성적을 기록했다.

AI 인프라 투자에 노출된 기업들의 막대한 지출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종목에서 매도세가 나타났다.

다만 나스닥100지수는 7월29일 저점을 찍은 뒤 낙폭의 상당 부분을 회복했다.

회복세를 주도한 것은 샌디스크 같은 메모리·저장장치 업체와 마벨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기업이었다.

◇시총 6922조원인데 PER 19배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5조달러(약 6922조원)를 넘어 세계 최대다.

하지만 향후 12개월 예상이익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9배까지 낮아졌다.

AI 열풍이 시작되기 전인 2018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근접했다.

당시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약 138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업가치는 이후 수십 배 커졌지만 예상되는 이익에 비해 투자자들이 주가에 부여하는 프리미엄은 오히려 크게 낮아진 셈이다.

엔비디아 주식을 보유한 헌팅턴내셔널은행의 랜디 헤어 주식리서치 책임자는 현재 엔비디아가 시장에서, 심지어 AI 투자에서도 더 이상 가장 흥미로운 분야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공급이 빠듯한 분야가 메모리, 광학, 에너지라며 투자 모멘텀이 반도체에서 AI 인프라의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에는 다시 하이퍼스케일러로 투자 모멘텀이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실적은 호조 전망…시장 관심은 미래 수요

월가는 엔비디아가 강력한 2분기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망에 따르면 7월31일 끝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거의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현되면 약 2년 만의 가장 빠른 매출 증가율이 된다.

순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거의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이미 기대가 높은 분기 실적이 아니다.

황 CEO가 엔비디아 최대 고객들의 향후 자본지출, AI칩 수요를 어떻게 전망하는지가 핵심이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엔비디아 AI칩을 탑재한 서버 가격이 일부 제품에서 15%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콘조 CEO는 이번 실적 발표가 흥미롭겠지만 숫자 자체보다 향후 전망에 대한 논의가 훨씬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837조원 금융계획에 '순환성' 논란

엔비디아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직접 금융시장에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한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엔비디아는 이달 골드만삭스, 블랙록,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등 월가 금융회사들과 손잡고 AI 인프라에 5000억달러(약 692조원)의 자금을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픈AI가 임차할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터센터 단지에도 최대 1050억달러(약 145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두 계획을 합치면 6050억달러(약 837조원)에 이른다.

엔비디아 주식을 대규모로 보유한 재너스헨더슨의 숀 바키 선임 주식 애널리스트는 회사가 이 두 가지 대형 금융계획을 상세히 설명해 금융의 '순환성'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궁금해하는 것은 엔비디아 매출 가운데 자체 금융지원과 연결된 부분이 얼마나 되는지, 이런 금융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인지 아니면 미래 수요를 앞당겨 현재 매출로 가져오는 것인지다.

잭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멀베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이번 분기의 중요한 문제는 엔비디아가 재무제표 안에서 무엇을 하느냐보다 재무제표 밖에서 무엇을 하느냐라고 평가했다.

그는 황 CEO가 AI 분야의 대규모 거래를 사실상 승인해주는 위치에 놓였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최근 6번 실적 발표 중 5번 주가 하락

강한 실적이 곧바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던 공식도 약해지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6차례의 실적 발표 가운데 5차례에서 다음 거래일 하락했다.

옵션시장은 이번 실적 발표 뒤 엔비디아 주가가 위나 아래로 약 5% 움직일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강한 실적과 향후 전망이 투자자의 우려를 진정시킨다면 최근 주춤했던 AI 관련주 전반에 다시 상승 동력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월가에서는 차세대 베라 루빈과 블랙웰 칩 판매 전망, 매출총이익률에 대한 회사의 설명도 주목하고 있다.

비저블알파의 멜리사 오토 기술·미디어·통신 리서치 책임자는 엔비디아 주가가 현재 전환점에 와 있다며 이번 실적에서 루빈과 블랙웰의 성과를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여전히 AI 지출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업 가운데 하나지만 투자 모멘텀은 이미 메모리, 광학, 에너지 등 AI 인프라의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이번 실적은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을 얼마나 웃도느냐뿐 아니라 AI 투자 사이클에서 회사가 지금까지와 같은 중심적 위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