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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찬대 시장, 미래 인천을 위해 시장실 문턱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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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찬대 시장, 미래 인천을 위해 시장실 문턱 낮춰라

보은 인사보다 시스템 흐름이 시민 눈높이···'문고리' 경고 부상
취임 첫 직무평가 36.9% 전국 최하위···민심 경고 가볍지 않아
‘내 사람’ 아닌 ‘인천의 사람’을 써야···정조 때 인사를 숙지해야
김양훈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김양훈 기자
권신전횡(權臣專橫)은 권력을 쥔 측근이나 실세가 제멋대로 권세를 휘두르는 것을 말한다. 그 끝에는 대개 언로폐색(言路閉塞)이 따라온다. 최고 권력자에게 올라가야 할 민심과 직언이 측근 벽에 막히면 ‘근신농정(近臣弄政)’, 가까운 신하가 정사를 농단하는 상황이 번질 수 있다.

역사는 이를 수없이 경고해 왔다. 현대 정치에서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 비선 또는 핵심 참모를 둘러싼 논란은 반복됐다. 권력자 실패의 공식은 비슷했다. 권력자에게 듣기 좋은 말만 올라가고 불편한 보고는 걸러지는 순간 민심과 권력 사이에는 벽이 생겼다.

조선 정조의 정치가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정조에게 홍국영은 단순한 신하가 아니었다. 세손 시절부터 정조를 보호했고 즉위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최측근이었다. 즉위 뒤에는 숙위와 국정 핵심에 깊숙이 들어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다.

권세가 지나치게 커지자 정조는 홍국영을 내쳤다. 1780년의 일이다. 정조는 분명하게 ‘나를 권력자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준 사람과 백성을 위해 나라를 맡길 사람은 반드시 같을 필요가 없다.’ 측근에 대한 보은보다 국가 운영의 원칙을 위에 놓은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조는 한 명을 쳐내는 것으로 정치를 끝내지 않았다. 규장각을 중심으로 인재를 키우고 초계문신제를 운영했다. 37세 이하의 젊고 능력 있는 문신을 선발해 재교육했다. 정조 재위 동안 10차례에 걸쳐 138명이 초계문신으로 선발됐다.

사람 하나를 바꾸는 정치가 아니라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세종도 신분보다 능력을 봤다. 장영실 출신을 문제 삼는 한계를 넘어 그의 뛰어난 기술과 재능을 활용했다. 성군의 공통점은 ‘내 사람’을 많이 쓴 데 있지 않았다. 쓸 사람을 알아보고, 쓴 사람에게 능력을 발휘할 시스템을 만들어줬다는 데 있다.

현대 정치에서도 국민은 결과로 평가하는데 한국갤럽이 2025년 11월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직 대통령들의 공과를 물은 조사에서 ‘대통령으로서 잘한 일이 많다’는 평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 68%, 박정희 전 대통령 62%, 김대중 전 대통령 60%, 김영삼 전 대통령 42% 순으로 나타났다.

진영은 달라도 국민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시선을 인천으로 돌려보자. 박찬대 인천시장은 민선 9기 첫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서 긍정평가 36.9%를 기록하며 조사 대상 16개 시·도지사 가운데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

취임 한 달여 만에 받은 성적표다. 물론 첫 조사 하나로 4년 시정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초기 조사일 뿐’이라고 가볍게 넘겨서도 안 된다. 민심은 이유 없이 표출되지 않는다. 인천e음 캐시백 문제는 대표적인 정책이지만 오락가락해 지탄를 받는 정책이 됐다.
선거 과정에서는 민생 회복을 강조했고 인수위원회도 취임 직후 ‘민생 회복 100일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뒤 인천시는 재정 문제를 이유로 사업을 유예하고 캐시백 정책도 당초 구상보다 축소했다. 민선 9기 재정부담 규모가 5조5000억 원 채무 설명도 나왔다.

시민은 묻는다. 다시 일부 축소하여 시행했지만 선거 때는 몰랐는가. 인수위에서는 무엇을 검증했는가. 전임 시장의 재정 운용에 문제가 있었다면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고 책임을 따져야 했다는 것, 전임자의 책임을 밝히는 것과 현재 시장이 자신의 공약을 지키지 못한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인하대 동문 중 전문위원도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측근 질주를 전했다.

인사도 마찬가지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박 시장 취임 이후 국회 보좌진과 인수위원회 출신 등을 중심으로 주요 정무·보좌라인과 개방형 인사 13명이 시정에 합류했다. 측근을 썼다고 잘못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어느 시장이나 철학을 공유하고 손발이 맞는 참모가 필요하다.

문제는 그 ‘13명’이 시장과 시민 사이에서 가교가 되느냐, 벽이 되느냐다. 인천 공직사회와 지역사회에서는 “인천사람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시장에게 누가 직언할 수 있는가” 시민과 기자가 몇 개의 문을 거쳐야 하고 시장과 소통할 수 없다면 이미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시장실의 문턱은 권력의 높이를 보여준다. 측근에게 보고가 집중되고, 측근을 통하지 않으면 시장에게 의견조차 전달하기 어려운 구조적 행정은 빠르게 왜곡된다. 듣기 좋은 보고가 올라가고 불편한 민심은 아래에서 사라진다면 바로 그것이 문고리다.

홍국영의 문제도 처음부터 충신이 아니어서 생긴 것이 아니었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집중됐기 때문이다. 박찬대 시장 역시 사람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시스템을 사람 위에 올려놓으라는 것이다. 외부의 인사들이 결정하고 행정직 공무원들이 입을 닫으면 이 또한 문고리 권력에 책임은 박찬대 시장이 져야 한다.

첫째 우선 인사를 바꿔야 한다. 남은 주요 보직만큼은 국회와 캠프, 인수위라는 좁은 인재풀에서 벗어나 인천에서 오랫동안 행정·경제·산업·문화·복지·언론 현장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과감히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 시민의 여론이다.

둘째, ‘시장 직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간부회의에서 시장에게 듣기 좋은 보고만 올라가지 않도록 실·국장과 공직자가 자유롭게 반론할 수 있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시민·소상공인·청년·언론·전문가와 시장이 참모진을 거치지 않고 직접 만나 종합적인 판단을 시장이 내야 한다.

셋째, 재정을 정치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인 행정 시스템으로 5조5000억 원이라는 내용이 어떤 확정채무인지 장래 부담인지, 언제 얼마가 필요하고 어떤 사업을 줄여 얼마를 확보할 것인지 시민에게 투명한 공개를 통해 강점과 약점을 있는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

넷째, 홍보부터 달라져야 한다. 홍보자료를 기자에게 매일 주어도 시민의 삶을 움직이는 정책이 부실하다면 기사 재료로 쓸 것이 없다. 홍보는 정책을 포장하는 기술일 뿐이다. 자료가 별로라는 점은 박찬대호 성과와도 같다. 실제 최근에는 기자들이 쓸 내용이 별로라고 한다.

시정 홍보가 살아나려면 홍보라인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움직이는 모습에 기사가 나올 수 있다. 기자를 우습게 보는 행태는 이런 행정이고 시민을 무시하는 태도로서 대변인도 공직자가 된 현실을 알고 모든 기자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시정을 폭넓게 소통해야 한다.

박찬대 시장은 중앙정치의 연장선에서 인천을 바라볼 시간이 없다. 여의도를 인천으로 옮겨오는 것이 민선 9기의 목표가 돼서도 안 된다. 인천의 문제를 대한민국의 의제로 끌어올리는 것이 시장의 역할이다. 그럴 수 없다면 압도적 인천이란 말은 무늬일 뿐이다.

박찬대 시장은 국회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냈다. 중앙정부와 국회에 닿을 수 있는 정치적 네트워크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장이 갖기 어려운 자산이다. 그 자산을 ‘사람 데려오기’에 쓰지 말고 인천의 예산과 철도, 기업과 일자리를 가져오는 데 써야 한다.

취임 초반 최하위라는 성적표가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민심의 경고를 누가 시장에게 제대로 전달하느냐다. 언론의 지적을 감추고 측근들이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때 “아닙니다”라고 말할 사람이 시장 곁에 있어야 한다.

정조가 홍국영을 떠나보낸 역사에서 오늘의 행정이 읽어야 할 대목이다. 박찬대호의 미래는 시장실 안에 있지 않다. 여의도에도 없다. 300만 인천시민의 눈높이에 있다. 지금 찾아야 할 사람은 시장으로 만들어 준 사람들이 아니라 인천의 미래를 만들어 줄 사람이다. 먼저 열어야 할 문은 인사권의 문이 아니라 시장실 문이다.


김양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pffhgla1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