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발원 극심한 가뭄에 정제소 셧다운 위기… 니켈 인더스트리즈 설비 50%→30%로 감산
글로벌 공급망 중간재(MHP) 하반기 37만 톤 수준 축소 전망… 印尼 제련소 4분의 3이 중국계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셀 80% 생산하는 中 직격탄… 원가 상승과 프로젝트 지연 불가피
글로벌 공급망 중간재(MHP) 하반기 37만 톤 수준 축소 전망… 印尼 제련소 4분의 3이 중국계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셀 80% 생산하는 中 직격탄… 원가 상승과 프로젝트 지연 불가피
이미지 확대보기전기차용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의 필수 중간 원료인 니켈을 추출하려면 천문학적인 양의 용수가 필수적인데, 엘니뇨(El Niño) 기상 이변에 따른 강수량 급감으로 공업용수가 고갈되면서 현지 제련소들이 가동률을 평소의 30% 수준까지 강제 축소하고 나선 탓이다.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산업의 75%를 장악하고 있는 중국 자본과 전 세계 배터리 셀 공급의 80%를 책임지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의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1월 3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글로벌 원자재와 광물 시장 분석 기관인 CRU 그룹(CRU Group)은 인도네시아 전역의 극심한 물 부족 사태로 인해 배터리용 고압산침출(HPAL) 제련 설비들이 가동률을 급격히 낮추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전반에 막대한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물 먹는 하마" HPAL 공정… 호주·중국계 합작 시설 가동률 30%로 주저앉아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니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의 핵심 축이다.
특히 저품위 산화광(라테라이트)에서 삼원계(NCM) 배터리의 양극재 전구체 원료인 혼합수산화물 침전물(MHP, Mixed Hydroxide Precipitate)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고온·고압 상태에서 황산을 주입해 니켈을 녹여내는 '고압산침출(HPAL)' 공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문제는 이 HPAL 공정이 막대한 양의 담수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여름철 이후 강하게 발달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인도네시아 주요 광산 지대의 강수량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수자원 고갈이 임계점에 달했다.
실제로 시드니에 본사를 둔 니켈 인더스트리즈(Nickel Industries)가 운영하는 센트럴술라웨시(중부 술라웨시)주의 대표적인 대규모 HPAL 플랜트는 물 부족으로 인해 기존 50% 수준이던 시설 가동률을 30%로 추가 감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CRU 그룹은 10월 보고서를 통해 "동일한 물 부족 위기에 직면해 있고 배후 댐이나 수로 인프라를 서로 공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내 다른 모든 HPAL 제련 사업장들도 비슷한 규모의 임시 감산에 돌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진단했다.
CRU 그룹은 가뭄에 따른 셧다운 여파로 올해 하반기 인도네시아의 MHP용 니켈 생산량이 당초 기대치를 밑도는 약 37만 톤 수준까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印尼 제련 75% 투자한 '중국 자본' 직격탄… 배터리 셀 80% 쥔 中 공급망 비상
이번 가뭄 쇼크가 유독 중국 산업계의 뇌관으로 부상한 까닭은 인도네시아 니켈 가공 생태계가 사실상 중국 자본과 기술로 구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비영리 안보연구기관 첨단국방연구센터(C4ADS)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현지 니켈 정제 산업의 약 4분의 3(75%)이 중국 기업들의 직접 투자로 조성됐다. 칭산그룹(Tsingshan), 화유코발트(Huayou Cobalt), CATL 등 중국 배터리·광물 대기업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인도네시아 현지 제련소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은 상태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시와지 다르마 네가라(Siwage Dharma Negara) 인도네시아 연구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중국 투자자들은 인도네시아 니켈 HPAL 산업에 극도로 높은 비중으로 노출되어 있다"며 "이번 가뭄 사태는 현지 중국계 정제 공장들에 직격탄을 날려 공장 유지비 급증과 심각한 마진 악화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제에너지기구(IEA) 집계 기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셀의 약 80%를 독점 제조하고 있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 역시 상류(Upstream) 원료 수급 차질로 인한 생산 비용 상승 압박을 고스란히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전·환경 규제 겹쳐 엎친 데 덮친 격"… 신규 증설 동결과 프로젝트 지연 전망
중국계 광물 기업들은 이미 인도네시아 정부의 규제 강화로 어려움을 겪던 차에 기후 리스크까지 겹치며 진퇴양난에 빠졌다.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S. 라자라트남 국제학부(RSIS)는 지난 8월 보고서를 통해 "인도네시아 내 중국 투자자들은 광산 갱도 붕괴 등 잇단 작업장 안전사고와 테일링(폐기물 찌꺼기) 해양 투기 금지 등 강화된 환경 규제로 인해 이미 잦은 조업 중단 위험에 시달려 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엘니뇨 가뭄에 따른 물리적 정제수 부족까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기업들의 인도네시아 투자 방정식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네가라 코디네이터는 "중국 배터리 산업에서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비중이 워낙 절대적이기 때문에 투자 철수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기업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공격적인 신규 플랜트 증설 계획을 줄줄이 연기하고, 기존 가동 시설의 단위당 수자원 효율을 끌어올리는 방어적 긴축 운영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원자재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의 저가 니켈을 발판으로 글로벌 배터리 가격 인하를 주도해 온 중국의 전략이 기후 이변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발목을 잡혔다"며 "원자재 공급망이 특정 국가의 기후와 지정학에 과도하게 집중될 때 글로벌 완성차 및 2차전지 산업 전체가 어떤 연쇄 충격을 받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