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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닷새만에 100만 훌쩍 넘어 돌풍… 수신 규모 키우는 등 내실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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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닷새만에 100만 훌쩍 넘어 돌풍… 수신 규모 키우는 등 내실 다져야

[글로벌이코노믹 김진환 기자] 지난달 27일 출범한 두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한국 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의 인기가 뜨겁다. 앞서 4월에 선보인 케이뱅크를 이미 큰 차이로 따돌리고 인터넷은행 1위를 차지했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닷새째인 1일 계좌 개설 수 100만건을 훌쩍 뛰어 넘으며 금융권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후발 주자인 카카오뱅크가 케이뱅크보다 훨씬 성장세가 빠른 것은 ‘인지도’와 ‘학습효과’ ‘차별화된 서비스’ 등으로 보여진다.
국민 4000만명이 쓰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카카오뱅크는 국민 눈높이에 매우 익숙하다. 카카오택시, 카카오내비 등 여러 카카오플랫폼에 익숙한 고객들이 큰 거부감 없이 카카오뱅크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은행 앱도 역시 카카오톡과 거의 유사해 사용상 불편이 없고 쉽게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카카오 인지도가 고객 확장의 일등 공신임은 분명하다.

앞서 문을 연 케이뱅크를 통해 인터넷 은행의 장단점을 충분히 학습한 소비자들이 대거 카카오뱅크에 몰린 것으로도 보인다. 케이뱅크가 그동안 큰 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에 인터넷은행도 시중은행처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믿음이 소비자들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차별된 서비스도 케이뱅크나 시중은행보다 낫다는 평가다. 가장 이슈가 된 것은 해외송금 수수료다. 시중은행의 10분의 1수준으로 수수료를 제공해 해외유학생 등 송금 수요가 많은 고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미 일부 시중은행은 해외송금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송금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메기효과를 보고 있다. 게다가 체크카드가 너무 이뻐서 일부러 신청한다는 의견이 많을 정도로 톡톡튀는 디자인도 한몫을 했다.

가장 인기있는 것은 단연 신용대출 서비스다. 최저 8등급, 국민의 90%까지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다. 신용대출 상한도 1억5000만원으로 최고 수준이다. 금리도 좋고 대출도 잘된다는 이야기다.

불과 일주일도 안된 신생 카카오뱅크의 실적이 놀랍지만 내실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좌 개설 건수 면에서는 압도적으로 케이뱅크를 앞서지만 실질적인 이용 비율을 따져보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체크카드 신청 비율이다. 100만여 명을 돌파한 카카오뱅크가 신규 계좌 개설 회원 중 체크카드 발급 신청자는 67만명 수준이다. 약 67%만 체크카드 발급을 신청했다는 의미다. 반면 케이뱅크는 출범 사흘 만에 신규 회원이 10만명을 돌파했고 당시 체크카드 신청 건수는 9만1000건으로 신청비율로는 90%를 넘었다.
1인당 여·수신액도 케이뱅크보다 적다. 여신액은 대출 실행 기준 금액이고 수신액은 예금과 적금액을 말한다. 1일 기준 카카오뱅크 여신액은 3230억원, 수신액은 3440억원이다. 1인당으로 보면 여신액은 약 32만원, 수신액은 약 34만원 수준이다. 반면 비슷한 기간을 기준으로 케이뱅크는 1인당 수신액은 약 157만원이며 여신액은 143만원이었다.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에 비해 규모는 적지만 실적은 더 알찬 것으로 분석된다

가입자 수에 비해 예금액이 적어 예대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예대율은 예금 대비 여신액을 의미하는데 예금이 들어와야 대출을 해줄 수 있어 시중은행에서는 중요한 지표다. 카카오뱅크의 예대율은 이미 94% 수준에 도달했다. 자칫 대출 총액이 수신 총액을 넘어서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예대율이 높은 이유는 과도하게 대출 중심으로 카카오뱅크 서비스가 집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카오뱅크 신용대출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한도와 금리 이유도 있지만 케이뱅크가 불과 3개월 만에 자금력 부족 등의 이유로 신규대출을 중단하자 이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일단 먼저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확보해 두자는 대출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마이너스통장 한도까지 대출이 실행되면 예대율은 100%를 훌쩍 넘어설 수도 있다.

아직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처럼 예대율 100% 준수 규정은 없다. 하지만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이 룰을 지키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출범 초반이어서 대출 쪽으로 신규 고객들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지만 본격적으로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다보면 예·적금 부분에서도 충분한 메리트를 느껴 수신액도 가입자 수에 맞게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환 기자 gba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