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2014년 상반기에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최고 경영자(CEO)에 취임한 이후 80개 가까운 기업을 인수해 왔다. 게다가 이 회사는 새로운 매수(Tik Tok, Pinterest, Discord 등)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소문이 나 왔다. 현지시각 지난 12일 MS는 대화형 AI 기업 ‘뉘앙스 커뮤니케인션스(Nuance Communications)를 197억 달러(약 21조8,867억 원)에 매수한다고 밝혔다. 이 액수는 이 회사가 해 온 인수기업 가운데 두 번째 규모다. 이번 인수는 나델라 CEO가 지금까지 수행해 온 매수 안건과 어떻게 다른 것일까.
뉘앙스와 MS의 궁합이 매우 좋다는 것은 확실할 것이다. 뉘앙스의 지금까지의 역사는 음성 기술에 의지한 것이지만, 이번 매수는 코타나(Cortana)를 시리(Siri)나 알렉사(Alexa)와 같은 음성 어시스턴트 대항마로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니다. MS와 뉘앙스는 수년간 연계해 왔으며, 뉘앙스의 최신 주력제품인 드래곤 앰비언트 익스피리언스(Dragon Ambient eXperience‧DAX)에 관해 공동으로 대응해 온 바 있다. 또 두 기업 모두 클라우드 퍼스트이며 기업 퍼스트다. 뉘앙스는 MS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몇몇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지만, 고객에게 가능한 한 빨리 서비스 이용으로 이행시키려 하고 있다.
MS가 링크트 인(Linked In)와 깃허브(GitHub)를 인수했을 때에는 인수 완료 후에도 이들 회사는 독립된 기업으로 운영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메타스위치(Metaswitch)나 어펌드 네트웍스(Affirmed Networks)를 매수했을 때에도 모회사로서의 존재감을 별로 보이지 않으려고 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의 웹사이트나 블로그 기사, 보도자료에서도 작은 문자로 ’A Microsoft Company‘라고 기재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MS가 발표한 뉘앙스 매수에 관한 보도자료나, 같은 날에 개최된 애널리스트 전용의 컨퍼런스 콜에서는 독립된 경영의 보장은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이것은 ’클라우드 퍼스트‘를 내건 뉘앙스의 서비스가 MS가 제공하고 있는 애저(Azure)나 애저 AI(Azure AI) 다이나믹스 365(Dynamics 365) 마이크로소프트 365(Microsoft 365) 등의 서비스와 매우 잘 조화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 뉘앙스와 MS의 서비스나 인재의 통합은, MS의 클라우드 사업이나 AI 사업을 가속화하기 위해서 필요 불가결한지도 모른다.
MS의 역대 최대 매수로 꼽히는 2016년에 262억 달러 규모의 ‘링크트 인(Linked In)’ 매수 때는 몇 명의 애널리스트가 매수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던 것이 생각난다. 당시 컨퍼런스 콜에서는 MS는 애널리스트로부터의 많은 질문에 대답했지만, 뉘앙스 매수 시의 컨퍼런스 콜에서는 질의응답 장면조차 없었다. 어쩌면, 원래 필요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MS는 ‘링크트 인’ 매수에 대해 설명할 때 ‘링크트 인’의 데이터 그래프와 MS의 데이터 그래프가 통합될 것이라고 반복해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양 회사의 사이에서의 통합은 비교적 소규모로, ‘링크트 인’은 기업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로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뉘앙스의 지난 수개월 간 사업의 초점을 분석한 결과, 사업의 약 3분의 2는 의료업계, 나머지 3분의 1은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동사의 서비스인 DAX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기록해 그 녹음을 문맥에 입각한 메모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메모를 보안이나 컴플리언스, 프라이버시에 고려한 형태로, 파트너가 보강 가능한 정보로 해 의료의 업무 플로우에 넣고 있다. 즉, 뉘앙스의 장점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서비스다. 이는 MS와 유사한 대목이다.
또 MS는 뉘앙스의 인수에 관한 설명에서 수익성이 높은 의료 분야의 잠재적인 성장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MS의 클라우드+ AI 담당 이그제큐티브 바이스 프레지던트 스캇 구스리(Scott Guthrie)가 컨퍼런스 콜에서 말한 대로, DAX는 의료 이외 분야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DAX가 제공하고 있는 ‘녹음-쓰기 시작-문맥 안에서의 의미부여’의 생산성 루프는 거의 어떤 프로페셔널 서비스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MS는 나델라가 CEO로 취임한 이래, 회사의 AI 제품, 클라우드 제품, 개발자용 제품, 보안 제품을 강화하기 위해 비교적 규모가 작고 정곡을 찌른 매수를 많이 실시해 왔다. 비교적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는 매수는 모장 스튜디오(Mojang Studios), 자마린(Xamarin), 최근 행해진 Zenimax Media(Bethesda의 모회사) 등 그다지 많지 않다. 지금까지 나델라 체제에서는 정말로 MS답지 않은 대형 매수는 전혀 행해지지 않았다 (다만, 링크트 인와 모장은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게임업계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디스코드 인수도 일리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MS가 핀터레스트(Pinterest)나 틱톡(TikTok) 등의 컨슈머나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를 매수한다고 하면, 나델라는 실용성을 중시한 매수밖에 실시하지 않을 것이다.
MS는 고액의 자금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살리려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회사가 향후에도 소규모로 이치에 맞는 엔터프라이즈 분야의 매수를 계속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동사의 게임 분야 이외의 소비자 분야의 성공에도 승부를 거는 형태의 참가를 시도할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