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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 침공 부른 '나토 확장'…중·러와 미, 새로운 냉전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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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우크라 침공 부른 '나토 확장'…중·러와 미, 새로운 냉전시대로

스푸티니크에서 회담에 참여한 푸틴.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푸티니크에서 회담에 참여한 푸틴. 사진=로이터
러시아는 한 때 구소련의 일부였던 대부분의 영토에서 서방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배제하는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8일(현지 시간) 군축회의 화상 연설에서 “모스크바는 나토로부터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안보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 보장은 평화를 위한 근본적 조치라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나토가 러시아에 대해 장기적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안전보장조치를 요청 중이지만 서방에서는 아직 답이 없다.

모스코바의 요구는 우선 나토가 2008년 부쿠레슈티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부쿠레슈티 선언’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쿠레슈티 선언’은 미국 주도 군사 블록에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포함하는 구상이다.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이 군사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기반 시설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동맹에 가입하지 않은 구소련 국가의 영토에 군사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모스크바는 이어 "나토가 1997년 제정한 나토-러시아 건국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토 영역을 30년 전인 1997년 상태로 되돌릴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1990년 냉전 종식 이후 지난 30년 동안 나토가 구소련이 독일 통일을 승인하는 대신 유럽과 미국이 나토를 동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저버렸으며 미국은 구소련과 맺은 각종 군축조약을 탈퇴하고 현재는 우크라이나 영공에서 대러시아 정찰기를 띄우고 무기를 배치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이것을 “목구멍에 칼을 들이댄다”고 표현했다. 과거 구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려고 했을 때 미국이 보인 반응과 흡사하다.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적대 행위를 끝내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정치적 중립을 취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어떤 군사 동맹에도 속하지 않을 것임을 법적으로 약속해야 함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우크라이나 기득권이 반드시 탈 나치화 되기를 원한다. 러시아 대통령은 2014년 네오나치가 우크라이나의 마이단 광장 혁명 이후 선출된 친러시아 정부를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한 신나치 그룹 중 하나는 아조브 연대(Azov Regiment)다. 이 부대는 아조프해 연안 지역의 마리우폴에 본부를 둔 우크라이나 방위군 소속이다. 모든 구성원은 22개국에서 파견된 용병이다. 이 부대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에 맞서 싸우는 대부분의 일에 참여해 왔다.

◇프랑스 특사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검토 없다” 주장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위기는 2021년 1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을 요청하면서 촉발되었다. 러시아로서는 나토의 꾸준한 동쪽 확장이 자신들의 군사적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조치로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의 주장을 가볍게 여겼다. 미국은 나토가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제공하고 훈련을 지원했다.

푸틴은 바이든에게 이를 중단할 것을 거듭 요청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침공 작전을 펼친 것이다. 이를 두고 에마뉘엘 레나인 주 인도 프랑스 대사는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대사는 인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침공은 야만적 행위라고 규탄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나토 군대가 없으며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하도록 할 생각도 전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바이든은 서방의 비평가 의견을 얼마나 수용할 것인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야만적 행위이며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다. 그것이 그간 인류가 확립한 가치이며 규범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격렬한 반대에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공개적으로 이야기되면서 결국 러시아의 침공을 촉발한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물론 나토 가입국 내부에서도 전쟁 예방을 위해 나토의 동쪽으로 확장은 멈추어야 한다는 경고가 있었지만 바이든은 이를 무시했다. 이제 비평가들의 예측이 사실로 나타났다. 비평가들의 이야기는 지지를 받지 못했고 소수에 불과했지만 그들의 주장은 사실로 나타나면서 그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달 전, 상원 토론회에서 뉴욕 민주당원 다니엘 패트릭 모이니한(Daniel Patrick Moynihan)은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엇을 하는지 무슨 일이 발생할지 전혀 모른다”고 바이든 외교 정책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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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니한의 말을 듣고 바이든은 분노했다. 바이든은 “나토를 폴란드, 체코, 헝가리를 포함하도록 확장한 것이 올가미를 러시아인의 목에 묶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기 때문에 바이든은 모이니한의 예측이 정확했음을 알게 되었다.

1990년대와 21세기 초반에 걸쳐 모이니한과 같은 비평가들이 미국 결정이 여전히 강력한 군사국가를 도발하고 굴욕감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기존 입장을 고수한다면 우크라이나 침공은 피할 수 없다는 경고는 가볍게 여겨졌다.

미국의 지휘부가 이런 비평을 경시하면서 러시아는 유럽과 국제법에서 점점 더 멀어졌다. 공격적인 러시아를 키우고 만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가 나토를 확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많은 비평가들은 이를 반대했다. 서방 지도자들이 나토 확장을 추구하면 러시아 민족주의에 불을 붙임으로써 전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냉전 시대 외교관들은 나토 확장이 재앙이 될 것이라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1997년 2월 소련의 전설적인 대사이자 냉전 이론가인 조지 케넌의 전망은 놀라웠다. 그는 “나토 확장이 냉전 분위기를 동서 관계로 되돌리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러시아 외교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클린턴 행정부 내부에서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나토의 급속한 확장에 대한 조언이 무시되자 거의 사임할 뻔했다.

클린턴은 부시 행정부가 2004년에 또 다른 나토 확장을 허용했던 것처럼 이 비판자들을 무시했다.

그러나 200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는 러시아의 보복 위협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결국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것은 매우 도발적이었다. 몇 달 후, 러시아는 그루지야를 침공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혁명은 혁신적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존 매케인(John McCain)과 같은 공화당 상원의원과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 반러시아 세력을 노골적으로 지원했다. 친러시아 대통령이 몇 달 간의 시위 끝에 쫓겨나고 나라를 떠났을 때, 푸틴은 긴급한 위협을 느꼈고 우크라이나에서 크림 반도를 합병했다.

이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권과 자유주의를 황폐화시키려 함에 따라 한때 강력했던 유럽 통일의 비전이 무너졌다. 대신 악화되고 있는 미-러 관계에 대해 경고했던 일부 분석가들의 예언이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가 점점 더 협력하고 있다. 새로운 냉전이 형성되고 있다. 이는 미국 외교의 실패다. 전선이 확장되는 것은 코로나 이후 세계경제 질서를 회복하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젠가 푸틴은 현장을 떠날 것이고 서방 지도자들은 러시아와 관계를 형성할 또 다른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바이든이나 서방 지도자들은 러시아가 제재를 한다고 사라질 나라가 아니며 중국도 마찬가지 국가라는 점을 좀 더 현실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승리를 도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제한적 승리, 처칠이 약해진 이전의 적을 만났을 때 했던 격언인 “승리는 관대함”이라는 진실을 마주봐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