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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애플 직원들이 '출근제 복귀'에 유독 반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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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애플 직원들이 '출근제 복귀'에 유독 반발하는 이유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 사진=로이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 2년여가 흘러 대유행 국면에서 빠져나오는 양상을 보이면서 주요 기업들이 재택근무제에서 회사 출근제로 근무 방식을 앞다퉈 전환하고 나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세계 근로자와 최고경영자(CEO) 3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CEO의 절반가량이 이미 출근제로 복귀해거나 복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MS는 물론 애플, 구글, 메타플랫폼스 등 이른바 IT 공룡들이 이같은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MS의 똑같은 조사 결과에서 근로자들의 과반이 100%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이나 재택근무와 출근제를 융합한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의 일자리로 전직하는 것을 고려 중이란 사실도 확인됐다.
사용자 측에서는 출근제로 복귀하는 쪽으로 대체로 움직이고 있는 반면, 직장인들 입장에서는 재택근무제를 비롯한 탄력적인 근무방식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이런 가운데 출근제 복귀를 서두르고 있는 세계 최대 전자업체 애플에서 내부적으로 회사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팀 쿡 애플 CEO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되고 있다. 쿡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독 애플에서만 반발 움직임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

◇애플·알파벳·메타·MS 출근제 복귀했거나 복귀 예정


MS가 최근 재택근무제와 출근제와 관련해 전세계 직장인과 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진=MS이미지 확대보기
MS가 최근 재택근무제와 출근제와 관련해 전세계 직장인과 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진=MS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IT매체 패스트컴퍼니가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회사 출근제 복귀를 선언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밝힌 대표적인 대기업은 애플,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메타플랫폼스, MS.

알파벳이 출근제를 다시 본격 시행하겠다고 밝힌 시점은 4일부터. 알파벳 직원들은 이날부터 일주일에 최소 3일은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

애플이 출근제를 되살리는 시점은 오는 11일. 11일부터 23일까지는 일주일에 한번 이상 회사로 출근하고 23일부터는 일주일에 세 번 출근하는 것으로 애플 경영진은 방침을 정해 발표했다.

메타플랫폼스의 경우 이미 지난달 28일 출근제로 복귀했고 MS의 경우도 28일부터 회사 출근제로 전환했다.

재택근무제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전사적인' 출근제로 복귀하지 않기로 한 기업도 없지는 않다. 페이스북 다음으로 큰 소셜미디어 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이 재택근무제를 계속 시행하기로 한 대표적인 사례.

◇애플에서만 반발 움직임 큰 이유


출근제로 복귀를 했거나 선언한 대기업이 이미 여럿인데 애플에서만 유독 내부적으로 반발이 큰 것으로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직원들이 익명으로 올릴 수 있는 회사 내부게시판에는 최근들어 회사의 출근제 복귀 계획에 반발하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다른 회사보다 방침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의견부터 출근제 복귀를 강행하면 퇴사하겠다는 의견에 이르기까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출근제로 되돌아가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라는 점에서는 같다.

전면적인 출근제 복귀가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해 이미 다른 회사에서 면접을 봤거나 볼 예정인 직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출근제 복귀 방침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대목은 결국 일주일에 사흘 출근하도록 하겠다는 계획.

애플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구글 역시 애플보다 빨리 최소 3일 회사로 출근하도록 방침을 정한 상황에서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 겉으로만 보면 비슷해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제법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구글도 일주일에 3일 출근하도록 방침을 정한 것은 애플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출근하는 사무실을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줬을 뿐 아니라 재택근무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선택권도 아울러 부여한 것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메타의 경우도 재택근무를 계속 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있고 아마존 역시 당초 주3일 출근제를 검토했으나 결국 부서별로 자체적으로 판단해 근무방식을 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애플의 경우에는 1년에 한달만 재택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사실상 예외적인 조치의 전부다. 그 이외의 기간에는 예외없이 전직원이 회사에서 일하도록 한 것.

◇쿡 “애플은 하드웨어 제조업체”


팀 쿡 CEO도 직원들 사이에 반발 기류가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 듯 최근 전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모든 직원이 회사로 출근하는 체제로 바뀌는 것에 찬성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동료들끼리 직접 어울려 일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회사 방침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쿡의 이같은 발언은 내부 반발이 있다고 해서 경영진이 방침을 철회할 가능성은 적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애플 경영진이 전사적인 출근제 복귀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애플이라는 기업의 특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즉 여타 IT 업체들과 달리 애플은 하드웨어 기기를 생산하는 제조업체라는 점이다.

실제로 애플 경영진은 전면적인 출근제로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이유로 "애플은 하드웨어를 제조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대면하면서 협업을 해야 굴러갈 수 있는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재관리 컨설팅업체 로버트해프의 메건 슬라빈스키는 "대규모 퇴사 사태의 여파로 직장인들의 퇴직과 이직이 그 어느 때보다 빈번해지면서 기업들 사이에서는 인력 유출 리스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전면적인 출근제 복귀에 나서지 않는 기업들은 섣불리 출근제로 전환한 결과 인재가 빠져나가는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정규 직원만 15만명이 넘고 미국에서만 애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해 일하는 사람의 규모가 2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초대형 기업이란 점에서 이같은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는데다 출근제의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경영진이 강조해왔기 때문에 향후 입장 변화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는 지적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