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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38)] 세상에 대한 분노를 삼키고 격투기 통해 자신을 되찾는 영화 '칙 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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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38)] 세상에 대한 분노를 삼키고 격투기 통해 자신을 되찾는 영화 '칙 파이트'

영화 '칙파이트'의 한 장면.이미지 확대보기
영화 '칙파이트'의 한 장면.
요즈음 격투기를 배우거나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격투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학창시절 또래 아이들과 싸우고 맞고 집에 들어온 사실을 부모님께 숨기고 권투나 태권도 배우려고 했다거나 샌드백을 사러 간 기억들이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시중에는 종합격투기의 인기에 편승해 'UFC 브랜드'로 의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JDX라는 유명 골프의류 브랜드가 전 세계시장 고객을 대상으로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려고 할 정도로 격투기는 사회 속으로 깊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강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국가의 유래가 국민을 지켜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찰국가이듯이 개인 역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강해지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동물의 세계에서처럼 약육강식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남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이나 가족을 보호할 수 있는 정도의 힘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가져야 한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과 싸워야 한다. 나태하면 약해지게 마련이므로 자신을 갈고 닦고 조여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겨누어 보지 않고서는 얼마나 자신이 강한지 알 수 없다.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패배도 맛보아야 부단히 자신과의 싸움을 게을리하지 않고 자극을 받아 계속 발전한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훈육하기 위해서는 힘의 절대우위에 있는 더 강한 사람한테 가해자가 얻어 맞으면 피해자의 아픔을 알게 되고 개선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나를 지킬 뿐아니라 정의를 구현하려면 강해져야 한다.

여성들도 자신을 강하게 하려는 욕구가 있다. 하지만 몇몇 여성을 제외하고는 자신을 강하게 하려는 노력을 자신의 평소 생활습관 개선 정도로만 생각할 뿐이다. 나약해지려는 자신을 붙잡고 더 강해지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남들과 실제로 붙어보는 영화가 있다.

절대강자가 되면 싸움보다는 사랑이라는 것을 각성하고 실천해도 된다. 영화 '칙 파이트'는 현실에서 너무나 일이 풀리지 않자 화풀이로 파이트 클럽을 찾아가게 된 여주인공으로부터 시작한다.
수개월 전 암으로 어머니를 여윈 주인공 애나는 아버지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로 인해 절망한다. 게다가 자신을 위로해주는 경찰인 친구 살린과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넋두리를 늘어놓다가 실수로 그 카페를 홀랑 태운다.

살린은 어머니와 이별한 데다가 사업마저 파산한 애나를 자신이 다니는 파이트 클럽으로 안내한다. 주인공 애나는 한 번도 싸워본 적 없지만 세상을 향한 분노보다는 어떻게 보면 자책하기 위해서 격투장 안에서 벌어지는 이종격투기 무대에 오른다.

놀랍게도 파이트 클럽은 여성들의 눈물 대신 괴로운 감정이나 분노를 표출하는 창구였다. 분노의 원인인 자신에게 채찍과 격려를 동시에 주었다.

파이트 클럽은 상처와 고통투성이인 삶의 문제를 여성들 스스로 해결하게 하고자 주인공 엄마 메리가 창립한 것이다. 주인공은 상처받은 여인들에게 맞으면서 자신에 대한 용서와 격려를 배우고 링에서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을 되찾는다.

파이트 클럽은 나약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어떤 것에도 물러서지 않는 용기, 그리고 함께하는 많은 사람이 있음을 가르치는 치료 클럽이었던 것이다. 파이트 클럽에 대한 비밀을 듣고 어머니에 대한 사랑으로 본격적으로 운동을 배우던 주인공 애나는 전설적인 복서 잭 머피의 수제자가 된다.

머피와의 트레이닝을 통해 승수를 쌓아가는 애나는 절대강자인 현재의 챔피언을 쓰러트릴 수 있음을 확신한다. 그러나 경기가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으로 이룬 체력단련이 자신의 다른 삶에도 영향을 주리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현실에서는 되는 일 없는 주인공은 싸움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챔피언 올리비아와의 대결을 피한다.

두려움과 용기를 구분하는 법은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된다는 머피의 말에 용기를 얻는다. 엠비씨제작사 김흥도 감독은 인간의 일상은 매시간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항상 자신에게 패배하더라도 그 나약함을 용서한다. 하지만 그 나약함으로 인하여 상대방에게 짓밟히는 순간이라도 그것이 자신에 대한 벌임을 깨닫는다면 인간은 발전하지 않을까라고 평한다.

비록 이 영화가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이고 거창한 감상평을 내놓지 않고 설혹 그러한 메시지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김 감독처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