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화전기는 소액주주 2629명이 뭉쳐 회사 지분 14.74%를 획득했다. 이아이디에서도 소액주주 5096명이 지분 15.28%를 보유했다. 이트론도 2935명의 개인투지자들이 8.6%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화그룹의 김현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이화전기가 7.04%, 이아이디가 5.4%로 1차 공동보유계약을 완료했다. 이에 다트에도 주식 대량보유 보고를 공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나머지 지분도 계속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며 “임시 주총을 열어 상법에서 보장하는 대주주로서의 권리와 위치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화그룹 사태는 지난 5월 경영진의 횡령 배임에서 비롯됐다. 소액주주 연대가 출범해 서둘러 지분을 모으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김현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유튜브, 카카오 등 가능한 모든 온라인 소통창구를 통해 소수 주주들과 소통하면서 지지와 연대를 이끌어냈다”고 강조 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한 전자 위임을 활용한 효과도 소액주주를 뭉치게 하는데 기여했다.
이화그룹에서 소액주주가 뭉쳐서 행동에 나선데는 “더 이상 믿을 곳이 없다”는 분노가 컸던 탓이다. 이화그룹 사태는 그룹 경영진의 횡령 배임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를 펼치는 와중에도 경영진의 횡령은 계속됐다. 금액을 낮춰 투자자들을 기만까지 했다. 심지어 거짓 공시를 한 것이 걸려 한국거래소가 5월 11일 거래를 재개했다가 하루만에 다시 정지시키는 초유의 사태도 빚었다.
기관투자자의 ‘기막힌 매도’역시 이화그룹 사태에 한몫을 했다. 한 증권사는 지난 5월 10일 거래정지 바로 직전에 보유하던 이화전기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 결국 ‘내부정보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금감원도 조사에 착수했다.
김현 소액주주 연대 대표는 “거래소에선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하고, 기관투자자는 손해 없이 팔고 나갔다. 결국 피해를 입는 쪽은 소액주주다”며 “횡령한 경영진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고, 회사 역시 이들을 바꿀 의지가 없는 만큼 소액주주가 직접 나서서 행동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경영진 잘못에 거래가 중지된 회사에서도 소액주주들이 경영진 교체를 요구중이다. 비료 제조업체 대유의 소액주주 연대는 지난 28일 지분 12.03%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대유 대표이사를 겸직한 김우동 조광ILI 회장이 배임 혐의로 주권 매매가 정지된 만큼 소액주주들은 경영진 교체로 거래 재개 확률을 높이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액주주의 대주주 견제 움직임이 성공한 사례도 있다. 국내 골판지 1위 제조업체 아세아제지의 경우 7월 12일 공시를 통해서 배당확대와 자사주 취득, 자사주 소각, 중·장기적인 IR활동 등을 담은 주주환원책을 내놨다. 앞서 아세아제지 소액주주는 지분 6% 이상을 결집해 주주가치 제고안을 요구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의 행동주의는 과거에는 ‘승산이 없는 싸움’으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소액주주간 소통과 결집이 쉬워져 대주주의 독단적 경영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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