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한국 경제 `디플레이션` 징후...커지는 금리인하론

공유
3

한국 경제 `디플레이션` 징후...커지는 금리인하론

이주열 한국은행 종채.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주열 한국은행 종채. 사진=뉴시스
지난달 가격 하락품목 비율이 높아지면서 우리 경제가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와 고령화 속 디플레이션(deflation) 사전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10월에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1965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7월까지 소비자물가를 구성하는 460개 품목 가운데 1년 전보다 가격이 하락한 품목의 비율은 30%, 137개에 달했다.
정부는 마이너스 물가원인으로 경기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는데다, 국제유가나 농산물 등 공급 측면 요인 이외에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부진도 저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아직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되지만 성장 전망도 어두워지고, 고령화에 소비인구도 줄어들고 있어,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가 급락 등 급 측에서 다른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소비자물가는 연말께 다시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일정 기간 지속해서 0% 아래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상품가격이 끝없이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 압력이 우세할 때, 한국의 수출단가도 하락 압력을 강하게 받는다. 과거 한국 수출이 부진했던 가장 직접적인 이유가 디플레이션이었던 만큼 자산시장 불안 등의 충격으로 총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경제에 부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상품 수출액이 3% 감소하는 시나리오에서는 민간소비는 0.45%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도 0.17%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가계는 소비를 미루고 기업은 신규투자와 생산을 축소함에 따라 고용이 감소하고 임금이 떨어지면 소비와 내수 부진이 심화하면서 디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한국 상품 수출액이 1% 감소할 때 민간 소비는 0.15% 줄고, 소비자 물가는 0.06%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국제유가 급락 등의 요인이 있다면 연말에도 마이너스 물가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경제성장률 수준이 많이 떨어져 물가상승 수준도 떨어지면서, 앞으로 마이너스 물가는 종종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도 이번 물가 하락이 디플레이션 전조현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농축수산물을 다 합친 것보다 큰 1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월세 등 집세의 경우도 지난달 0.4% 떨어졌다"며 "줄어드는 소매판매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저물가는 공급측 요인뿐 아니라 수요측 요인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GDP디플레이터도 3분기째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장기간 기록했다. 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년동기 대비)이 실질 성장률을 하회하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성장률과 실질 성장률의 격차를 의미한다. 명목 성장률은 전반적인 물가 상황을 반영한 지표여서 체감경기에 더 가까운 지표로 평가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인 수출이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명목성장률이 실질성장률을 하회한다는 건 저물가, 저성장 압력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당장 디플레가 왔다고 볼 순 없지만, 디플레 압력은 분명히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재정만 풀게 아니라 통화정책으로 금리도 낮춰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완화적인 정책을 펴면 실물경제 안정심리가 살아나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도 한 달 정도 미뤄질 수 있다"며 "금리가 1.0%까지 낮아질 가능성은 줄어든 느낌"이라고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도하다며 금리인하에 선을 긋고 있지만, 소비위축에 따른 수요 부진이 저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디플레이션 가능성에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n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