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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완성의 여정에서 만난 존재의 자각…이은미 안무의 'I’m Lay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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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완성의 여정에서 만난 존재의 자각…이은미 안무의 'I’m Lay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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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안무의 'I’m Layered'
한국발레연구학회 주최 2019 KBA 창작페스티벌에서 신은경(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예술감독, 이은미(이화발레블랑 단원) 안무의 <I’m Layered>(겹겹이 쌓인)가 지난 11월 15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공연됐다. 이 작품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 내가 주변의 도움으로 익어가며 쌓이고 쌓인 수많은 기억과 경험의 연속으로 온전히 나를 이루는 일깨움의 과정들이 현대발레로 표현된다. 미숙을 털고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는 건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 땅은 수많은 층(layer)이 덮이고 쌓여 만들어졌다. '나'란 존재도 수많은 일의 연속에서 이루어진다. 부모의 사랑으로,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로, 연인과의 사랑으로 때론 이별의 아픔을 겪으며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건강한 '나'를 위해서는 나는 고독과 소외의 짓눌림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안무자는 중첩된 레이어들인 '나' 자신의 연속된 기억들을 들어내고, 이들 간의 긴밀한 결합을 통해 고독과 소외의 고통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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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안무의 'I’m Lay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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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안무의 'I’m Layered'

이은미 안무의 <I’m Layered>는 현실에 대한 인지, 현실에 대한 도전, 현재의 나의 완성에 대한 감사에 이르는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I’m Layered>(아이엄 레이얼드, 겹겹이 쌓인)는 이은미가 고마운 분들에게 올리는 헌무(獻舞)이다. 빠르지 않게, 느리지 않게, 최선을 다하여,당당하게 도전하는 건강한 청년 발레리나의 생각을 현대발레로 창작한 작품은 희망적이었다.

1장; 'I’m Pressed'(저는 짓눌러 살아요), 이지오 보쏘(Ezio Bosso)의 '새를 따라가며'(Following a bird)가 경쾌하게 장(場)을 이끌지만 현재의 수많은 일들과 생각들이 고독 속에 '나'를 지쳐 쓰러지게 짓누른다. 겹겹이 쌓이고 쌓여, 수많은 기억의 연속으로 오롯이 내가 되어 서 있다. 어미 새의 지극한 정성을 떠올리게 한다.
2장; 'Pass the Way'(길을 지나가며), 이지오 보쏘(Ezio Bosso)의 '구름, 바람 위의 얹은 마음, 너를 위한 미소'(Clouds, the mind on the wind-Smiles for y...)가 오늘의 '나'의 존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유년에서 청년기에 이를 때까지 좋을 때나 다쳤을 때나 같이 마음을 나누며 부모의 품속에서 자라나고, 나의 성공을 기원하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에서 사랑을 배우고, 도약을 위한 작은 이별의 아픔을 겪어온 기억의 연속이 지나간다.

3장; 'I’m Layered'(겹겹이 쌓인), 김재덕의 '눈이 내려요'(Hellow Snow)가 모든 우울과 생각해야 할 것들을 털고 희망을 향해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쌓이고 겹쳐진 기억의 조각들을 걷어내 마음에 담고, 진정한 내가 되어 떠오른다. 오정민, 정수민, 박민지, 류형수, 이은미는 희망의 작은 상징들이 된다. 새로운 세계를 향해 비상하는 가능성의 작은 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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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안무의 'I’m Lay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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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안무의 'I’m Layered'

문명 속의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혹은 남들보다 뛰어나기를 바라며 바삐 움직인다. 큰 성과를 얻기 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남들보다 좋은 곳을 가고 누리고 이를 드러내기 위해 혼란스럽고 시끄러운 사회 속에 자유로이 몸을 던진다. 그 자유 속에서 정작 우리가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결핍이며 소외며 고독이다. 화려하고 풍요로운 사회 속 정작 인간은 점차 혼자 고독 속에 살며 자신인, '나' 조차 잃어가고 있다. 건강한 '나'를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능성의 발레리나 이은미는 이화여자대학교 및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Atlantic City Ballet Company 단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덕원예술고등학교에서 발레 강의를 하고 있다. 그녀는 2003년부터 <발레로 만나는 메시아>(신은경 안무)로 인연을 맺어 자신의 기량을 연마해오다가 이지혜 안무의 <그 너머엔…>(2019)에서 자신의 연기적 기량을 본격적으로 드러내었다. 이제 이은미는 겹겹이 쌓인 은혜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길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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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안무의 'I’m Lay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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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안무의 'I’m Laye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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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미 안무의 'I’m Layered'

이은미는 자신의 신체적 장점을 이용한 <Real Fake>(2016), <매듭>(2016), <따뜻恨(한)>(2018) 등의 안무작이 있다. <I’m Layered>는 발레 안무가로서의 본격 출범을 알리는 작품으로 비추어졌으며 2019년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의 심사 대상작으로 선정되어 무용부문(발레) ‘주목할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자신의 새로운 완성의 위해 자신을 뒤돌아보며 정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I’m Layered>는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강하게 불러일으킨 작품이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의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