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7)] '근감소증'의 줄기세포 치료 희망적

공유
2

[질병치료의 신세계 줄기세포(7)] '근감소증'의 줄기세포 치료 희망적

근육감소증의 경우 적당한 운동과 함께 줄기세포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근육감소증의 경우 적당한 운동과 함께 줄기세포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인간은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기능들이 저하된다. 세균들은 예외일 수 있으나 고등 동물이라면 모두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다. 노화로 인해 머리숱이 줄어들고 쉽게 피로해지며 감정적으로도 젊을 때와 달라진다. 특히 근육량이 감소하면서 근력이 약해져 체형에도 변화가 생긴다.

근육도 뇌, 폐, 심장처럼 퇴화되어 기능을 잃어가는 장기로 봐야한다. 골격근과 같이 의지에 따라 통제할 수 있는 수의근뿐만 아니라 방광이나 내장에 있는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불수의근마저 양이 감소하고 힘이 없어진다. 이러한 현상을 '근감소증(sarcopenia)'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접미사 '-penia'가 결합되는데 이는 '뭔가 부족해서 생기는 병'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근 감소현상을 질병으로 취급해 치료하는 사례는 드물다.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질병으로 분류하기 어렵고 건강보험의 적용 범위도 아니기 때문이다.

폐, 심장, 뇌 기능도 자연 현상의 일부로서 점차 약화된다. 근육도 생명에 필수적인 기관이지만 노화는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현상으로 국가 보험 재정을 사용하기 어렵다. 그러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은 보험재원으로 일부 지원받을 수 있다.

필자는 한 때 전신 근육의 마비 증상으로 몇 개월 동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적 있다. 스스로 호흡을 할 수 없어 인공호흡기를 사용했지만 의식은 또렷했다. 입원한 지 일주일쯤 되니 다리의 근육이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두 달이 지나자 엉덩이의 근육이 거의 사라졌다. 똑바로 누웠을 때 꼬리뼈가 아팠고 침대가 마치 돌바닥처럼 딱딱하게 느껴졌다. 꼬리뼈 부근에는 욕창이 생겨 어떤 자세로 누워도 고통스러웠다.

몸무게는 90㎏에서 40㎏까지 급속도로 줄었지만 뱃살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역시 책에서 나온 대로 근육이 가장 먼저 에너지 원으로 사용되는 것을 몸소 확인했다. 근육이 없었다면 소화기능이 약해진 상태에서 면역 반응이나 재생에 필요한 체내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하지 못해 폐렴과 같은 심각한 질병에 걸렸을 수도 있다.

근육이 소실될 때 조직학적으로 여러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미오글로빈을 포함하는 근육 섬유는 가늘어지지만 상대적으로 결체 조직은 남는다. 또한 위성세포라고 하는 보조 세포의 수가 감소하면 새로운 근육을 만들지 못한다. 위성세포는 근육 섬유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로 근육을 재생하거나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위성 세포의 기능이 약해지면서 근육이 재생되지 않거나 위성 세포가 근육으로 변하는데 필요한 자원이 소진되면 재생이 어려워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보조 세포군은 신체 어디서나 존재한다. 지방 조직에서는 껍질세포(pricyte)나 모세혈관 전구 세포 등이 소실되어가는 지방세포를 대신하기도 한다. 피부에서는 섬유 모세포가 많아 상피세포를 생성하는데 기여한다.

최근에는 '근육 줄기세포'라고 부르는 세포의 중요성도 자주 거론된다.

몸을 떠돌던 중간엽 줄기세포가 노화한 근육에 다다르면 세포내 소체인 미토콘드리아를 전이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엑소좀 등의 세포외낭포((EV, extracellular vesicle)와 RNA조각, 그 외 성장 인자들을 포함하는 무수히 많은 종류의 사이토카인(cytokines) 등을 분비해 근육을 보호하거나 회복시킨다.

근육에서는 줄기세포의 노화보다는 주변 결체 조직과 근육의 배열 등 주변 구조물의 노화가 근육 재생을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물리학적 형상의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 바로 니치(niche) 이론이다. ‘니치’라는 용어는 벽을 장식하기 위해 돔과 같은 구조를 뜻하는 벽감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벽의 형상을 의미한다. 줄기세포 의학에서 니치 이론은 세포들이 세포 자체가 아닌 주변 형상을 감지해 세포의 분화와 기능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이런 것을 보면 세포가 마치 하나의 독립된 아메바처럼 행동한다는 생각도 든다. 세포 한 개를 따로 추적해 보고 있으면 세포가 좋아하는 환경 쪽으로 이동하고 나쁜 요소로부터는 도망을 가는 것처럼 보인다.

세포들이 만나면 서로 달라붙는 경우도 있고 서로 회피하면서 옆 세포의 증식과 이동을 방해하기도 한다. 고밀도 상황에서는 수 많은 세포가 한꺼번에 자살(apoptosis)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마치 높은 밀도 환경에서 집단으로 물속으로 떨어져 죽는 설치류와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

근육에서는 영양 환경이 좋지 않을 때 위성세포가 옆의 세포를 자가섭식(autophage)해 양분과 세포 소체를 보충하고 근육세포를 수리하거나 근육으로 변화하는 행동을 한다. 놀랍게도 이러한 현상은 박테리아에서도 나타날 만큼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동물 개체 간 위기 상황에서 동종을 잡아먹는 동물도 있는 것과 유사하다. 세포란 덩어리로 보면 조직이나 기관이 되고 이런 기관들이 모여 인간으로서 한 개체를 형성한다.

줄기세포를 근감소증에 사용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근육에 직접 줄기세포를 주사하기도 하고 이 때 근육 세포 사이의 결체 조직과 같은 지지체를 섞어 투여하기도 한다. 이는 손상된 근육을 재생하려는 과정으로 결과는 희망적이다. 그렇다면 정맥으로 투여해 전신의 근육을 재생시키는 것은 가능할까? 결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다만 줄기세포가 근육에 도달할 때까지 거치는 여러 기관에 분산되는 현상이 있어 상당히 많은 양의 세포를 장기간에 걸쳐 주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한 연구에서는 비교적 수명이 짧은 실험 쥐를 대상으로 줄기세포를 정맥에 투여한 쥐와 식염수를 투여한 쥐를 비교했다. 그 결과 줄기세포를 투여한 그룹은 식염수를 주입한 그룹보다 1.5~2배 가량의 무거운 물체를 끌 수 있었다고 보고됐다. 동물 실험은 인체 실험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리는 비슷하다. 중간엽 줄기세포로 실험 쥐의 전신 근육을 만들어 냈다면 사람에서도 가능하다고 본다.

중환자였던 필자는 퇴원 후에 다시 원래의 몸무게를 회복했다. 허리 띠 길이는 10㎝ 정도 줄었지만 티셔츠는 예전 것들이 꽉 낀다. 다들 운동을 많이 했냐고 묻지만 사실 코로나 핑계로 수년동안 움직인 적이 없다. 아마도 열심히 배양한 자가 줄기세포를 정기적으로 정맥에 투여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물론 이는 줄기세포 치료를 연구하기 때문에 나타난 편견일 수 있지만 근육 회복이 빨랐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루게릭, 파킨슨 등 신경 마비 환자에서도 신경의 재생을 관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부로 나타나는 운동 능력 평가에서는 확실히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도 근육의 개선에 의한 효과로 추정된다. MRI 뇌 영상에서는 변화가 없어도 뇌졸중으로 인해 편측 마비가 된 환자에서도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근육 감소증은 요실금을 유발하기도 하고 장 운동능력 저하로 변비를 야기하기도 한다. 아마 혈관의 근육이 노화해 혈액을 공급하거나 차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반응이 느려지는 증상도 근 감소증의 일부일 것이다. 거의 모든 질환이 세포의 증식, 분화 능력의 감소로 발생하므로 성능이 좋은 줄기세포를 투여하면 근육뿐만 아니라 모든 기관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최근 2년 동안은 줄기세포 원인론을 입증하는 논문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줄기세포를 투여하면 당연히 도움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근감소증에 관한 논문에서는 근육줄기세포와 위성 줄기세포, 섬유 모세포 등을 서로 다른 세포로 분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세포막 단백질 분석에서 보면 종류가 상이한 것으로 나오지만 세포 전환 분화의 원리로 보면 칼 같은 구분이 마냥 합리적이지는 않다는 것이 일관된 견해다.

줄기세포 정맥 투여는 한 때 금기시되기도 했던 시술이었지만 최근에서야 암발생론의 오명을 벗었다. 중간엽 줄기세포(MSCs)를 포함하는 수혈, 골수이식 등 정맥 투여 치료가 합당한 시대에서 왜 그런 의견들이 주류를 이루었는지 의아하지만 의학의 발전 과정 상 새로운 치료 방법에 대해 잘 모르면 의심부터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근 감소증에 대한 치료를 어떻게 하는지 묻는다면 정기적인 적당한 운동이 근육생성의 원인이니 운동과 영양 치료를 빼 놓을 수 없다.

DHEA와 같은 성 호르몬에 의한 치료도 근 감소증의 최신 치료 기법으로 타당하다. 코티졸과 DHEA-S(dehydroepiandrosterone sulfate ester)의 비율에서 코티졸이 증가하면 위험하다고 한다.

저혈압, 혈색소 감소, 동맥경화도 근 감소증 확률을 높인다. 노화에 동반되는 증상들이니 우연의 일치로 볼 수 있지만 최근에는 다른 노화 증상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줄기세포가 감소하는 것도 노화의 큰 특징이다. 이를 원인으로 본다면 근감소증의 치료 방법은 정맥 줄기세포 투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다른 증상들은 고치기 어렵지만 줄기세포 숫자 증가는 아주 쉽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믿음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근감소증의 치료는 시행할 수 있는 모든 건강 요법과 줄기세포 정맥 투여가 정답이라는 공식이 곧 나올 것 같다.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은 누구?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은 1991년 성형외과 전문의로 의료계에 발을 내디딘 후 지방 성형을 자주 접하면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대량 지방이식을 시작했다. 특히 전문의로서 지방조직을 연구하던 중 의대에서 배운 것과는 다소 다른 지방이식에 관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줄기세포치료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2007년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를 설립, 동료 의사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희영 대한줄기세포치료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