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장석용 문화비평가] 정보경(鄭寶倞)은 1981년 아버지 정철원과 어머니 이미순 사이에서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서 오빠 정재홍을 위로 두고 막내로 태어났다. 전농동 소재의 전동초등학교, 선화예술중학교, 선화예술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예술학부 무용학과,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하고 있다.
극예술을 하는 부모 밑에서, 예술가의 삶과 그 분위기를 감지해온 정보경은 스스로 모든 것을 터득하게 된다. 가슴 뛰는 삶의 연장선을 바로 무대라고 생각하고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역동적 춤은 순식간에 분위기를 휘감고 그녀는 태연하게 평화를 찾는다. 성실하게 임해온 그녀의 춤 작업은 평온한 가운데 비행사인 남편 최규학처럼 하늘을 나는 꿈에 근접한다.
정보경은 성균관대 임학선 교수가 첫 스승이자 마지막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선화예중‧예고를 거쳤지만 무용계에서는 예외적으로 정규 수업 외에는 레슨 한 번 받지 않았고, 고3시절 입시 작품도 스스로 만들어 입시를 치렀을 정도로 자존심이 강하다. 대학에 가서 ‘춤’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고 안무자로 성장하게 가르침을 준 임학선이 그녀에겐 유일한 은사다.
임학선은 한 눈에 정보경의 재능을 알아보고 믿음, 용기, 자신감으로 춤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정보경에게 춤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스승 앞에서 늘 작아지는 것이 제자들이지만 임학선은 함께하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존중의 마음이 커지도록, 더욱 더 겸허한 마음을 가지도록 자연스럽게 정보경을 가르치고 단체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도록 만들어 왔다.
정보경은 스승이라는 큰 버팀목에 대한 신뢰, 둘러쌓고 있는 작은 돌멩이 같은 멤버들에 대한 고마움을 갖고, ‘임학선 댄스위’라는 울타리로 작품을 짜며 행복해 한다. 그녀는 서로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으로 더 단단해지고 견고해진다. 그녀는 금년, 스승의 춤 인생 5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스승의 춤 인생을 더듬어보며 가슴속 깊이 새길 수 있는 한해를 구상하고 있다.
그녀의 대표안무작은 타이베이 쿠안두예술제 초청작 <허공살이>, 스페인 빌바오 액트 페스티벌 '그랑프리' 수상작 <길위의 사람들>, 평론가가 뽑은 젊은 무용가 초청공연 '2011 크리틱 초이스' '최우수상'수상작 <고맙습니다>, 2년간의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빌바오 '테아트로 데 프로시미 다드' 초청작이자 2012 한팩 ‘새 개념 공연예술시리즈’ 로 선정된 <드라이브 쓰루>를 들 수 있다.
정보경의 대표 출연작은 임학선 안무의 <공자>, 임학선 안무, 정보경 협동안무의 <버즈 아이 뷰(BIRD’S EYE VIEW)>다. 그녀는 출연에 임해서, 지금 이 순간 그녀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 그녀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무대 위에서 가장 솔직하고 담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들을 통해 자신의 무계감(舞階感)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안무작에서 자신의 춤을 향한 열정, 우리춤의 신비, 춤의 신비소(神秘巢)로서의 자신, 일상에서의 일탈, 매너리즘의 극복, 춤꾼으로서의 방황, 나만이 아는 고독, 늦은 안착에서 오는 두려움, 춤꾼들과의 유대와 동행, 주변의 도움에서 오는 고마움, 안정감에서 오는 안도, 나비의 변태(變態), 보호막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극기를 다룬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정보경은 험한 춤길을 거닐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반복되는 자신의 일상에서의 회의, 자신의 행로에 대한 깊은 의문의 과정을 겪는다. 춤이 친구가 되고, 치유의 근원임을 깨닫고는 평정심을 갖게 된 그녀는 소복히 쌓인 눈길을 행복하게 걷듯 춤을 추게 된다. 흐릿한 기억 속에 빵굼터의 냄새를 떠올리듯 그녀는 유년의 ‘춤길의 동선’을 찾아낸다.
그녀는 ‘행복하고 뜨겁게 살자’를 생활신조로 삼는다. 밤을 낮처럼 살며 텃밭의 상추처럼 솟아오르는 녹색 꿈을 좋아한다. 바람은 그냥 스쳐갈 뿐 자신의 길을 묵묵하게 걷는 그녀는 풋풋한 싱그러움에 취해있다. 지금 그녀는 무대 위에서 춤추는 것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며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는 치유의 기간이다. 그녀의 춤은 해마다 새로운 촉을 낸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가슴위로 춤을 배우고 즐거워했던 기억들이 쏟아지고 있다. 어느 날, 답십리 후미진 곳의 가족의 이미지, 부대끼며 살아온 세월, 늘 기다리던 천변(川邊), 설레며 바라보던 인연, 작은 행복과 작은 슬픔들, 늘 기다림으로 지켜보는 사람들, 보탬과 모자람으로 다가서는 것들에 대한 연민, 이제는 다 아름다운 추억들이 그녀의 작품에 스며든다.
정보경, 그녀는 관객이 좋아하는 카리스마와 독특한 상상력으로 차별화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이제, 그녀의 춤은 단편의 특질 고착화에서 벗어나 장편의 방대함과 거친 춤바람을 맞아야한다. 성장의 원동력은 대륙에서 이는 다양한 바람을 겪으면서 이기는 방법에 있다. 그녀의 춤이 숙성하는 단계를 즐겁게 관찰할 것이다.
정보경, 그녀는 자신의 춤 단계를 하나 넘어섰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큰 흐름에서 보면 아직 여린 모습의 춤꾼이다. 물길을 찾아나서는 수사처럼 들판에 서있다. 모두를 즐겁게 해줄 통수식은 그녀의 신작이 공연되는 날이다. 햇살에 빛나는 맑은 물이 의식처럼 경건하게 다가오길 바란다. 그녀는 먼동이 터오는 아침에 맞이하는 춤밭의 고마운 진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