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마음산책(35회)]
사람은 생각과 감정이 일치하는 것 좋아해
불일치 불편함과 개선하려는 '일관성 원칙'
가장 좋은 설득은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
마음을 잡으면 머리는 자동적으로 따라와
[글로벌이코노믹=한성열 고려대 교수] 몇 명으로 구성된 작은 조직이나 국가의 정책을 놓고 벌이는 여론의 공방을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즉 개인 차원에서 갑(甲)과 을(乙) 두 사람은 매번 서로 반대 의견을 내놓거나 한 안건에 대해서 반대편에 서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집단의 차원에서도 이런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국회에서도 여당(與黨)과 야당(野黨)이 사사건건 대통력의 정책에 서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다. 한두 번 반대하는 경우에는 사안(事案)에 따라 의견이 다른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현상이 두 사람 혹은 두 집단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그건 사안에 따른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두 사람이 한 사안에 대해 판단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예를 들면, 남편과 부인이 자신의 지역에 국회의원으로 입후보한 한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반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남편은 그 후보를 지지하기로 이미 결정을 했기 때문에 이왕이면 부인도 자신과 같이 그 후보를 지지해주기를 바란다.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는 아내는 아직까지 어느 특정한 후보를 지지할 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이 상황에서 부인의 선택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편이 지지하는 후보를 자신도 지지하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이 여러 후보를 면밀히 검토해서 제일 바람직한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남편이 지지하는 후보를 반대하는 것이다.

어느 주어진 순간에 우리들의 마음 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나 감정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이나 감정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이나 감정들이 서로 일치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여러 요소들이 서로 일치하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끼고 서로 일치시키려고 노력한다. 이 현상을 ‘일관성(一貫性)의 원리’라고 부른다.
위의 경우에는 세 가지 요인, 즉 부인, 남편 그리고 후보자가 마음 속에 있다. 그리고 그들과의 정서적 관계가 있다. 이 정서적 관계가 서로 조화를 이루면 일관성이 있는 것이고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이 관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일관성이 없으므로 마음에 불편함을 느끼고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만약 부인이 남편을 사랑하고(+) 남편이 한 후보를 지지한다면(+), 부인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남편이 지지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마음에 편하다. 하지만 부인이 남편과 사이가 좋고(+) 남편이 한 후보를 싫어한다면(-), 부인도 그 후보를 반대하는 것(-)이 마음에 편하다.
하지만 남편과 부인이 사이가 좋지 않다면 다른 선택을 할 때 마음이 편해진다. 즉, 부인이 남편을 싫어하고(-) 남편이 특정 후보를 좋아한다면(+), 부인은 그 후보를 싫어하게 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편과 사이가 나쁘고(-) 남편이 특정 후보를 싫어한다면(-), 그 부인은 그 후보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가지게 된다. 이 관계를 공식으로 나타내면, (-)의 곱이 (+)가 될 때 일관성을 유지하게 되고 마음이 편해진다.
학창 시절에, 좋아하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에 흥미를 느끼고 열심히 공부했던 즐거운 추억이 있을 것이다. 선생님을 좋아하고(+) 그 선생님이 좋아하는 과목이면(+), 자신도 그 과목을 좋아하는 것(+)이 일관적이다. 반대로 싫어하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과목(+)에 대해서는 흥미를 잃고 등한시하게 된다(-).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서도 같은 설명을 할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 감정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은 대통령의 다양한 정책에 대해 일관되게 찬성할 확률이 높다. 즉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이면(+) 대통령이 좋아하는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것이(+) 반대하는 것(-)보다 더 일관적이다. 찬성하면 (+)?(+)?(+)=(+)가 되어 일관성을 유지하지만, 반대하면 (+)?(+)?(-)=(-)가 되어 일관성이 깨지게 되고 마음이 불편해진다. 물론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찬반 여부가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라면 더욱 신중하게 판단을 하겠지만, 일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할 확률이 높다.

우리는 자신이 합리(合理)적이고 이성(理性)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비이성적이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태도를 형성하거나 판단할 때 이성이 더 영향을 미치는지 감정이 더 영향이 미치는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 선택의 결과가 우리의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면 가능한 한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계산하고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리는 크고 작은 수많은 결정은 많은 경우 이미 감정적으로 판단을 하고 이성적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이 특정 사안에 대해 나와 같은 태도를 갖거나 판단을 내리기를 바란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고 많은 자료를 준비하고 설명을 효과적으로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위의 예들에서 보듯이, 많은 경우 제일 좋은 설득의 수단은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한 “사람들은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싫어한다.” 우리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이 간단한 사실만 잘 이해하고 있으면 얼마든지 유능한 설득자(說得者)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잡으면 그의 머리는 자동적으로 따라오게 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