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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국제 춤 페스티벌의 명성을 잠재우는 수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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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국제 춤 페스티벌의 명성을 잠재우는 수작들

2014 M극장 하반기 ‘춤과 의식전’

춤전용 개포동 M극장 기획공연 2014 M극장 하반기 ‘춤과 의식전’이 최근 개최되었다. ‘춤과 의식전’에 초대된 춤 테크니션들의 안무작들은 정석순 안무의 『영웅들, Heros』, 이룩 안무의 『희희낙낙, JoyJoy』, 성유진 · 황영근 공동안무의 『만약에, If, 이주형 안무의 소진된 인간, Very Tired Man, 네 편이다.

밀물예술진흥원(이사장 이숙재 한양대 명예교수)이 후원한 이번 공연에서 베테랑 춤꾼들의 불꽃 튀는 경연은 상상을 초월한다. ‘춤과 의식전출신의 작가들은 무용 전반에서 활발한 두각을 나타내며 무용계의 바람직한 지적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언급된 안무가들은 기 구축된 현대무용계의 건강한 도전 세력, 혹은 견제세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주형안무의'소진된인간'
이주형안무의'소진된인간'
이주형안무의'소진된인간'
이주형안무의'소진된인간'
정석순 안무의 영웅들, Heros는 정석순, 표상만 이인무로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을 잊고 스스로를 위한 영웅이 되기로 작정한 두 사내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무대와 현실 공간을 구분하지 않는 사내의 이야기는 맥주병을 든 채로 마스크를 든 두 사내의 독백에서 시작된다. 오년 전의 춤 작업에서 지금까지 있어온 춤판의 경험담은 사실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열정으로 가득 찬 춤은 디스코텍의 분위기를 띄고 있다. 오픈된 무대에서 가면은 수시로 탈착(脫着)된다. 버디댄스(남성 이인무)는 열정과 좌절의 개인사를 탁월한 춤 테크닉에 담아 진솔하게 보여준다. ‘젊은 프로 춤의 향()’은 춤 예술가의 불투명 향()을 암시한다. 그들의 울분은 거친 호흡 속에 담기고 나비처럼 날아온 도회의 어두움은 그들을 구제하지 못한다.

탈진의 기억 속에 날아간 꿈은 슬픔을 위로한다. 성공과 불운에 관계없이 그들은 희망을 꿈꾼다. 진정성을 담보한 그들의 춤은 외계인의 것이 아니며, 고난이도의 춤을 교만으로 채우지도 않는다. 현대를 상징하는 장치들(전자기기)의 사용, 시각적 비주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동화담화(同話曇華)의 동기(同氣)를 조성한다. 그들은 맥주를 마시며 자유를 춤춘다.

성아름-황영근공동안무의'만약에'
성아름-황영근공동안무의'만약에'
이룩안무의'희희낙낙'
이룩안무의'희희낙낙'
이 룩 안무의 희희낙락(戱戱樂樂), JoyJoy은 연행자와 관람객 간의 거리를 좁히며 놀이(인생판)속에서 희롱하며 즐거워 함혹은 한 바탕 신나게 웃으며 즐기기가 주제이다. 희희낙낙( 喜喜樂樂)이 아닌 사회 비판과 인간 심리를 다루면서 관객과의 소통을 게임처럼 전개시킨다. 욕망, 이성에 억압된 본능, 사회와 닮은꼴인 게임 속에서 인간심리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사용된 네 종류 음악, 암전 상태의 도입부 음악은 궁금증을 유도한다. 길거리 연주음악은 일상적 분위기이지만, 반대로 댄서들은 각기 과장된 동작을 보여준다. 연출자와 사회자 역을 동시에 하는 여자 출연자의 등장이후 1장 음악은 무음의 단점을 보완한다. 시간의 자연스러운 흐름, 극의 진행의 묘미와 속도감을 위한 메트로놈 리듬을 따라 점점 빨라지며, 악기가 추가될 때, 다양한 게임을 하는 댄서들이 분위기를 돕고, 편안한 느낌을 연출한다.

정석순안무의'영웅들'
정석순안무의'영웅들'
정석순안무의'영웅들'
정석순안무의'영웅들'
사회자의 등, 퇴장 이후 나온 2장 음악은 극적 반전을 노린 스크래치, 고저를 넘나드는 전자음으로 어둡고 강렬하게 최대한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한다. 엔딩 음악은 도입 음악과 유사하지만 궁금증에 대한 대답, 다른 종류의 궁금증과 생각, 여운을 주는 설정이다. 기준 없이 억눌렸던 감정이나 본성을 터트려보자는 이 룩 안무의 희희낙락은 자유창작정신을 기리고 있다.
상황은 엄숙함과 파열의 웃음으로 번지고, 관객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성유진, 황영근 공동안무의 만약에, If는 사랑에 관한 짧은 몸 에세이이다. 전제는 만약이다. ‘사랑이란이란 연작 카툰이 떠오르는 제목 만약에는 과거 현재, 미래의 삼 시제에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간결한 몸 에세이를 담은 작품이다. 무대를 압도하는 큰 키의 현대무용가 두 사람은 느림과 빠름의 균형을 조절하며 여린 감정의 동선을 긴 호흡으로 잘 처리한다.

도입부에서의 가벼운 인사, 서로에 대한 깊은 응시, 긴 선을 타고 연출된 춤은 남녀사이의 미묘한 심리를 현대적 무브먼트로 생략과 잔잔한 전자 리듬에 담는다. ‘만약에라는 현대적 공간 속의 소파, 완숙한 춤 연기자들은 가변의 다양한 빛의 도움을 받아 커플은 어울림/소외됨, 바름/일탈의 다양한 약속된 게임 같은 상황을 연기해낸다.

성아름-황영근공동안무의'만약에'
성아름-황영근공동안무의'만약에'
오늘 이 시점에서 바라본 중년 남녀의 가을 풍경은 관계주장의 심리를 몸으로 껴안는 부드러움이다. 유연성을 바탕으로 사랑을 표현해낸 남녀 이인무는 작품이 전개됨에 따라 점점 강렬해지고, 농도는 짙어지고 직조된다. 치유의 사운드, 빗소리는 구름(Rolling)을 불러온다. 다각(多角)의 자세들이 원용된다. 사랑은 서로가 짜들어가는 베틀임을 알린다.

이주형 안무의 소진된 인간, Very Tired Man은 복합 구성의 군무이다. 현실의 힘든 세상을 넘어가는 양상이 로프 위에 걸린 배낭(인간)으로 비유된다. 사내는 신문을 읽어낸다. 줄기차게 열려있는 배낭, 분주하게 로프를 오간다. 현상(現狀)을 묘사하는 등정, 잡다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붉은 띠, 선글라스 등 흥미를 끄는 물건들이 제물(祭物) 진설된다.

성아름-황영근공동안무의'만약에'
성아름-황영근공동안무의'만약에'
낯익은 사운드 읊조리기, 열린 영역에서 벌어지는 춤투(춤 스타일)는 우리가 일상 접하는 바게트 빵이거나, 빨간 사과를 닮아있다. 배낭, 소음, 웃음으로 조립된 춤은 소방부가 끌고 가는 캐리어이거나 불순(不順)의 조합이다. 소진된 인간이 소속된 도시풍경은 황금만능시대의 화려한 착취의 탑이 존재하며, 벌레처럼 기어가는 인간들은 버려지거나 짓밟힌다.

인간들은 각자의 모습으로 신문을 읽고, 춤을 추며, 다투고, 뛰고, 배설한다. 전반적으로 심각한 이창(裏窓)의 고문같은 현실은 기회주의자, 수다쟁이, 겁쟁이를 만들어 낸다. 사체(死體)같은 몸으로 혼돈의 현실을 부닥쳐내며, 도둑, 경찰, 창녀들이 공존하는 도시는 어지럽다. 도시에는 소음이 인다. 핸드폰으로 들려지는 음악 어제, Yesterday’의 급암전으로 춤은 종료된다.

짙은 가을을 재촉하는 개포동 M극장, 공연을 마무리한 안무가들의 밝은 표정처럼 그들의 춤은 성공인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전도유망한 전문 춤꾼들을 선별하는 극장장(성유진)의 안목이 돋보인다. 네 명의 안무가들의 작품을 직접보지 않고 한국의 춤 수준이나 춤 페스티벌관의 작품을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M극장에 출품된 작품들은 국제브랜드를 달 자격이 있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