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음악‧비보이‧춤이 함께한 의정부의 문화상품
이미숙이 안무하고 변정주가 연출한 『꽃의 동화』(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는 제목 이상의 동화적 분위기로 이끌며 70분 동안 벅찬 감동의 판타지를 연출했다. 이 작품은 방대한 무한 상상의 서사로 ‘브랜드화의 향방’에 대한 시범공연이었고, 경기도 의정부 이미숙무용단의 브레인스토밍이 낳은 총체극으로 ‘대관령음악회’나 ‘산사의 시낭송회’같은 신선함을 불러왔다.

이 작품은 동양적 소재를 차용, 안무 이미숙, 연출 변정주(‘날보러와요’ 등), 음악 강상구(12회 한국뮤지컬대상 작곡상) 등 예술가들의 고뇌어린 연구의 결과물이다. 전통무에 기반을 둔 깊고 우아한 춤사위와 신명나는 연주를 선사해온 이미숙무용단, 한국대표로 작년 독일 세계 비보이 대회 ‘배틀 오브 더 이어’ 우승팀 퓨전M, 전통무술 특성화 학교인 경민대 태권도시범단이 어우러진 신개념 공연이다.


의기투합한 지역예술가들은 격정적‧서정적 무대를 선사한다. 동양 신화에만 존재하는 지옥을 지나면서 만나게 되는 화탕·검수·발설·독사 지옥은 독창적 지옥의 모습이다. 각 지옥은 부채춤, 살풀이, 태권도 군무, 장검무 등 고유 몸짓으로 표현되며 한국 예술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화려하고 강렬한 비보이 춤이 어우러져 전통적이면서도 동시에 현대적 공연을 맛볼 수 있다.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무녀와 함께 지옥으로 떠난 목련은 불의 지옥(화탕지옥), 물의 지옥(업강)을 지나며 험난한 여정을 겪는다. 그러던 중 무녀가 물에 빠지게 되고 목련은 무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팔을 잘라낸다. 가까스로 칼의 지옥을 피해 도망가는 목련과 무녀는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염라대왕에게 쫓기게 되고, 그들은 무사히 지옥을 통과, 어머니를 만나며 해피엔딩으로 춤은 종료된다.
『꽃의 동화』는 전자매체시대에 예술 상호 간 교류, 장르 간 경계 허물기 혹은 건설적 수용, 가상적 상상이 전통과 만나 변화와 소통의 창구를 찾아간다. 머물지 않고 도도한 흐름 속에 변형을 가한 춤은 독립 장르적 특징과 ‘만남’의 순환에서 오는 텔레파시, 그 이후 감각의 신선한 새로움을 선보인다. 재 너머 춤판, 현실과 꿈속에 쓰인 이미숙의 ‘꽃의 동화’는 풍경 너머의 시선을 떠올리게 한다.

『꽃의 동화』가 시절인연을 만나 훌륭하게 성장하였으면 한다. 의정부시립무용단의 테크닉, 통큰 교류력, 가족적 어울림, 즐거움을 뿌릴 수 있는 단체의 여유, 이슈를 만들어 내는 창의력, 모두가 훌륭한 자산이다. 지속적 창작의 소스로서 기능할 작품의 바람직한 전범(典範)이 된 이 작품이 다양한 연구로 보정작업을 거쳐 지역을 넘어, 국가 브랜드로서의 품격과 흥미를 갖추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