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연기 달인의 성실성
역동적인 이미지 곁들여
한국 현대무용 격 높여

그는 세종대 무용과에서 학사(95년), 석사(99년), 박사(2002년) 학위를 받은 무용가이며 안무가다. 춤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는 ‘아리안느 므느슈킨의 총체극 <제방의 북소리>에 나타난 몸 움직임 분석’으로 박사학위(최청자 교수 지도)를 취득했다. 몸으로 생각한다고 겸손의 너스레를 떤 그의 안무작들은 말과 달리 춤 미학의 상부구조를 차지한다.

김형남 춤에 대한 찬사는 원자재인 그의 신체에서 나온다. 황금 분할로 구성된 몸 구조에서 파생되는 춤은 그가 묘사해내는 춤들의 진정성과 배합되어 역동적 이미지들을 창출해왔다. 김형남 춤에 대한 십여 년의 관찰 결과, 그는 상징과 기호들에 대한 따스한 디테일, 몸의 확장과 축소, 상대 배역에 대한 무서운 조화, 춤에 대한 농축 연기와 집중성, 성실성을 갖춘 진정한 춤꾼이다.

김형남은 마음의 동요 없는 직선의 이미지, 느긋하게 스승의 가르침을 묵묵히 따른 결과는 전업 무용가로서의 삶보다 선호되는 ‘교수’라는 성주(城主)가 된다. 느릿한 말씨는 임권택 영화감독의 화법을 닮아있지만, 춤과 작품을 만들어 낼 때는 배려와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숙지하고 장인의 카리스마적 위용을 발휘한다. ‘돌다리도 두드려가는’ 그는 대나무 밭 뒤에 숨은 맹호다.

그는 2009년 좋은 기운이 그를 감싸면서 댄스 뮤지컬 『겨울이야기』의 주인공으로서의 여유, ‘해변의 남자’로서의 낭만, 자신의 향방에 대한 방황과 아픔을 그린 『아프다』와 성숙과 행복이 가득한 춤길을 동시에 걷는다. 그의 새로운 기록은 현장을 떠나 상아탑에 입주하면서 시작된다. 그가 향후 어떤 ‘다름’과 자신의 색깔로 춤판에 기여할지 기대된다.

말에 관한 몸의 명상인 『혀』는 혀가 할 수 있는 일을 치밀하게 연구한 소통에 관한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작품이다. 우리가 조심해야할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1음절 단어는 일생의 적이며 친구다. 푸른 춤 『걸으며 웃으며 말한다』, 『나르시스』, 『건널목』, 『내 몸은 태양에 비틀거린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자리 매김』 등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낙서』는 의식이 흐르다가 머무는 순간의 움직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정신을 집중하는 움직임과 기억들, 운명처럼 다가오는 낙서들을 형상화한다. 잊혀져가는 순간의 파편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서글픔, 거울을 바라보듯 ‘자신에 대한 성찰에 관한 가벼운 움직임’으로 순간을 기억하려는 최소한의 몸짓이 시간을 보태고 나서야 호흡이 있던 곳으로 이동한다.
『연구중』은 영화, 사랑에 관한 몸 담론, 감정전이가 춤이 되는 신체극이다. 동공은 초점을 만들고 관찰하며, 연구에 필요한 매체들을 수집해 간다. 인질, 납치범, 기록자들이 만들어 내는 상황, 지구상의 발표되는 많은 것들은 허접한 것들이다. 우리는 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리서치 되지만 그 결과는 과정만큼 궁금해 하거나 중요시 하지는 않는다.
『갑옷』은 2009부산국제무용제 천마상 수상작이다. 사람들은 사회에 찌든 굳은살만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없듯 갑옷을 입고, 갑옷으로 남겨진다. 자신을 보호하는 듯해도 큰 고통을 요구한다. 오직 서로의 살갗을 뚫고 뼈를 넘어서야 서로를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충분히 무감하게 살고 있기에 우리에게 더 이상의 두꺼운 껍질은 필요없다는 생각이다.

『못과 망치』는 숙명적 존재의 만남과 행위들처럼 이 둘의 존재가 빚어내는 결과물인 우리는 출생 이전에 이미 결정되어진 것들일 수 있다는 사고에서 출발한다. 젊은이들의 헤어짐과 만남의 『다름 혹은 같음』, 생성과 파괴가 늘 함께하듯, 태양의 점멸에 존재하는 사람과 사물의 그림자나 하루살이 인생처럼 가냘픈 시간의 경과를 몸의 추로써 나타낸 작품이다.
김형남은 최근 5년간 활동에서 자신의 안무작에는 거의 출연한다. 2010년, ‘우리춤 빛깔찾기’(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금년 10월 REDCAT 초청공연 『자유부인,Madame Freedom』출연(Los Angeles – REDCAT)에 이르는 과정은 과장 없는 피와 땀으로 일군 소중한 기록이다. 그 기록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림과 동시에 한국현대무용의 격을 높인 쾌거다.

2011년, 그의 안무는 발광(發光)한다. ‘넥타이의 꿈’(2011, 성남무용제, 경기 예술의전당), ‘해변의 남자’(2011,춤의 날 행사,서울시청 광장 메인무대),미디어 퍼포먼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1,한국공연예술센터,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2011광진아티스트/안무 초청공연-‘춤추는 몸 꿈을꾸다’(나루아트센터 대극장), 제1회PADAF 새예술새무대 엉뚱한발상발칙한무대(2011,노을극장),ContemporaryDance Showcase-Asian(2011,Theatre, Ngau Chi Wan), 2011년 제3회 국제포켓댄스 페스티벌(2011,M극장),‘Mother Earth'(2011,MODAFE,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서울연극제-‘여기, 사람이 있다’(2011,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2011무용문화포럼이 선정한 안무가 시리즈(2011,두리춤터), ‘본’댄스컴퍼니-동행(2011,주최: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출연, 2011현대극페스티벌 사뮈엘 베케트 작가전 춤과 사람들(2011,대학로 노을소극장),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연보라빛(2011, 서울시 디큐브시티 및 CGV 구로)에 걸친 안무를 실험한다.
2012년, 툇마루무용단 The Frist Children - 'Black Suit' 총연출 (세종아트홀, 2012.03), M극장 춤과 의식전 ‘공(公),유(有)’ 안무(M극장,2012. 04),무용문화포럼 안무가시리즈 ‘고독의 위로’ 총연출 (두리춤터, 2012. 06), ‘뒤죽박죽’ 춘천페스티벌 연출 (강원대 백령아트센터,2012.10), 2012 툇마루무용단 정기공연 (나루아트센터,2012.11), '풍찬노숙'(2012,남산 드라마 센터) 안무로 지난해의 열기를 다스리며 재충전의 시기에 들어갔다.
2013년, 미디어 아트퍼포먼스 노송도가(老松圖歌) 프레젠테이션쇼 안무 및 출연(2013.02), Kore-A-Moves 2013 5 KOREAN CONTEMPORARY DANCE IN EUROPE 연출(DANSENSHUS STOCKHOLM,2013. 02),제2회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 ‘조개껍데기, The empty shell’안무 및 출연(강동아트센터 한강,2013.05), 세종대왕 나신 날 큰 잔치 ‘아버지의 꿈’안무 (광화문 광장,2013.05),Korea Contemporary Dance Waves in NY 2013 ‘The empty shell’ 안무 및 출연 (Manhattan Movement &Arts Center,2013.07), 에딘버러 국제무용제 ‘자유부인, Madame Freedom’ 안무 및 출연(King's theatre, 2013. 08),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선정작 ‘NANO art beauty’ 나노아티 총괄안무(나루아트센터,2013. 09), 에딘버러 국제무용제 초청작 ‘자유부인, Madame Freedom’출연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2013. 10),광진구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예술프로젝트 툇마루무용단 2013 정기공연 총 예술감독 (나루아트센터,2013. 12) 등으로 품위를 지켰다.

김형남, 현대무용계에서 영원히 기록될 이름, 세종대가 배출한 국제 무용가, 춤 연기에 있어서의 달인, 진지함과 성실성이 자신의 작품을 더욱 부각시키는 춤꾼, 그의 최근 출연작들과 안무작들은 철학을 바탕으로 한 작품 구성, 과학을 원용한 내러티브, 풍부한 예술성으로 사색하는 춤꾼의 전범(전범)이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