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석의 신살(神殺)로 풀어보는 세상이야기(5)]
민족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가 설이다. 올해도 설 귀경길은 언제나처럼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 친지의 그리운 얼굴을 보기 위한 즐거운 북새통이었을 것이다. 늘상 자식 향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이야 아버지나 어머니, 어느 분이 더 차고 넘친다 언급하는 것조차도 미련한 일이지만 역시 고향의 정겨운 이미지가 사무치게 그리운 어머니의 모습으로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우리는 머리가 허옇게 백발(白髮)이 되어도 엄마 품이 그리운 아이인가 보다.
어디 명절 때 뿐인가? 몸이 아프거나, 괴로울 때, 그리고 세상살이에 한껏 주눅 드는 날이면 어김없이 눈가에 방울방울 엄마 얼굴이 눈물로 맺힌다. 그런 날이면 “누가 그랬어? 암만 봐도 내 눈엔 그래도 내 새끼가 제일이여~.”라는 엄마의 편파적 응원이 최고의 명약이다. 그 말 한마디에 눈물 쓰윽 훔치고 세상과 다시 맞장 뜨면서 오늘날까지 버텨오지 않았는가.
이스라엘 속담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어머니의 앞치마는 넓다. 자식의 모든 결점을 다 덮을 만큼….” 세상 어디에서나 어머니란 그런 존재인가 보다.
여하튼 누군가 말했다. 신이 모든 사람을 돌봐 줄 수 없어 ‘어머니’라는 존재를 선물하셨다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무신론자(無神論者)인 필자도 왠지 이 말은 그럴싸하다. 아니 정말인 것 같다.
사주명리학의 신살 중에는 어머니와의 극진한 관계를 특별하게 묘사하는 효신살(梟神殺)이란 것이 있다. 갑자(甲子), 을해(乙亥), 병인(丙寅), 정묘(丁卯), 무오(戊午), 기미(己未), 경진(庚辰), 경술(庚戌), 신축(辛丑), 신미(辛未), 임신(壬申), 계유(癸酉)일에 출생한 사람은 바로 이 효신살에 해당된다.
효(梟)는 올빼미로 예전에는 ‘동방불인지조(東方不仁之鳥)’라고 하여 어미 새의 아낌없는 보살핌에서 태어나 독립할 만큼 성장하면 어미 새의 배를 쪼아 죽이는 습성을 가진 악조(惡鳥)로 알려져 있어 집안에 올빼미나 부엉이의 그림이라든가 박제 등을 두는 것을 금기시 하였다.
이러한 이유때문인지 올빼미 효(梟)자를 이름에 넣은 효신살(梟神殺)이 끼면 어머니와의 관계에 있어 많은 사연을 예견한다고 한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분만(分娩)중 산모가 사망하는 일도 비일비재 했다. 따라서 출생하자마자 혹은 어린나이에 일찍 어머니를 여의거나, 여러 이유로 인해 친모(親母)가 아닌 다른 사람의 보살핌으로 성장(他家成長)하는 사람의 사주에는 효신살(梟神殺)이 있어 어머니와의 서글픈 인연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맞벌이 가정이 많기에 양가할머니나 육아도우미의 손에서 보살핌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고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아예 어린 시절부터 외국의 친척에 맡겨 유학을 보내는 어머니들도 많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극진한 정성이 예전과는 조금 더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서글프다고까지 할 수는 없으나 어찌되었건 이런 경우에 효신살이 작용되었다고 진단한다.
또한 성인이 되어서도 어머니와의 애정 집착적 관계를 끊지 못하거나 끊을 수 없는 캥거루족, 마마보이 혹은 마마 걸 등과 엄친아, 엄친 딸들의 사주를 살펴보면 효신살에 해당하는 경우가 흔하다.
안쓰러운 것은 점점 늘어가고 있는, 어머니 혹은 나아가 가족들 간의 애정이 부정적이고 굴절된 형태로 발현된 패륜아, 존속범죄자들에게도 효신살이 발견된다. 그들에게 마르타 알바레스 곤살레스(Marta Alvarez Gonzalez)의 말을 전해주고 싶다. “어머니를 사랑하는 자는 절대 타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말에 필자는 한마디 더 얹고자 한다. “어머니가 당신을 위해 가슴 쓸어내리는 것을 보았는가? 보았다면 절대 타락할 수 없다.” 고….
어찌되었던 알고 보면 위에 언급된 모든 효신살 주인공들은 유난스레 사모곡(思母曲)을 부르며 사는 사람들이다.
이 효신살은 어머니와의 서글픈 인연 말고도 성향과 정서가 한쪽으로 집중되어 있음을 간파한다. 긍정적으로 평가될 때는 다른 곳에 한눈을 팔지 않고 집중하여 전문가나 달인(達人)으로 성공하는 예도 많으나 완벽을 추구하는 외골수적 성격 탓에 괴팍하거나 일처리에 있어 신속함이 떨어져 게으르다는 부정적 평가가 뒤따르기도 한다.
효신살을 지닌 주인공들은 사실 어머니에게 귀여움을 받기 위해 고분고분, 애교스러운 아가이기에 사회생활에 있어서도 타인의 칭찬을 받기 위해 성실히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어머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분리불안증으로 목을 놓고 우는 아가들처럼 사회생활에서도 적응력이 빠르지 않고 서러움을 자주 느끼는 미생(未生)들이 많다.
이어령 교수의 말로 ‘효신살편’을 끝맺음한다.
“나의 서재에는 수천수만 권의 책이 꽂혀 있다. 그러나 언제나 나에게 있어 진짜 책은 딱 한 권이다. 이 한 권의 책, 원형의 책,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 그것이 나의 어머니다.”
행복한 사주미래공작소 헤르메스 김미석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