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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칼럼] 생년월일 바꾼다고 운명이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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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칼럼] 생년월일 바꾼다고 운명이 바뀔까

역(易)이란 무엇인가. 점인가, 미신인가. 둘 다 아니다. 역이란 한마디로 천문학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망원경을 들여다보며 별들의 운동 규칙을 따지고 별과 별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그런 종류의 천문학은 아니다. 이것은 과학에서 다루는 천문학과는 다른 차원의 천문학, 혹은 더 높은 차원을 다루는 천문학이다. 오히려 '우주철학'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깝다.

역은 삼라만상이 순환하는 모든 법칙을 담고 있는 사상의 체계 혹은 학문이다. 여기에는 하늘의 법칙, 땅의 법칙, 자연의 법칙, 우주 삼라만상의 법칙이 모두 담겨 있다. 즉, 우주의 진리를 담아낸 학문이다. 그래서 예부터 천문을 연구하는 사람,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 사회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주역에 통달해야만 그 진리에 가까이 갈 수 있었다.

역이 왜 점을 치는 학문으로 잘못 알려진 것일까. 사실 역 자체는 인간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점을 치는 역은 점술로 독립되어 있는 역의 한 가지일뿐이다.

주역은 총 64괘인데, 여기에 육효(六爻)를 동(動)하여 총 384효를 만들어 점을 치는 것을 지금 우리가 주역으로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육효의 대가가 바로 삼국지의 제갈공명이다. 6개의 막대에 1~6까지 홈을 파서 통에 넣고 흔들어 점을 치는데, 이 통이 바로 산통(算筒)이며 막대는 산가지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산통 깬다'고 하는 말은 여기서 나온 말이다.
역은 동양 사상 전반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는데 이로 인해 파생된 학문 중 대표적인 것이 명리학(命理學), 추명학(推命學), 성리학(性理學)이다. 이중 성리학은 자연·인간·사회의 존재와 운동을 설명하는 철학으로 발전했고, 명리학과 추명학은 사주를 통해 인간의 운명을 분석하는 학문으로 발전했다. 따라서 사주를 보러가는 것은 명리학을 공부한 역술인을 찾아가는 것이지 무당을 찾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는 확실히 구별되어야 한다. 무당이 스스로를 역학자라 칭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무당은 잡신(雜神)의 도움을 받아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보는 사람일 뿐, 역의 이치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역술인과는 구별돼야 한다.

또한 모든 역술인이 역에 능통할 것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명리학은 역학의 한 갈래일 뿐 역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사주를 잘 푸는 사람이라고 해서 관상학에 뛰어난 것도 아니고, 또 관상학을 잘한다 해서 성명학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사주·관상학·성명학·풍수지리학 등은 모두 역에서 비롯된 별개의 학문이며, 각각의 분야에서 적어도 10년 이상 연구하며 공을 들여야 비로소 학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요즘에는 불과 1~2년 명리학을 공부하고 성급하게 역술원을 차려 놓고 '신세대 도사'니 '미녀 역술가'니 하며 신문과 잡지에 얼굴을 내미는데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얄팍한 지식으로 역을 희롱하는 자는 남의 인생을 망가뜨릴 뿐만 아니라 반드시 그 자신도 화를 당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요즘 돌아가는 세태를 보면 잡신을 다루는 무당보다 더욱더 사이비 역술가들이 설쳐대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주팔자가 나쁜 사람에게 생년월일을 바꾸는 의식을 하면 사주팔자가 바뀐다며 많은 돈을 받고 황당한 의식을 행하는 역술가가 있다. 또 궁합을 볼 때 사주팔자가 나쁘게 나온다 하여 생년월일을 바꾸어 주고, 산모에게는 아이가 좋은 사주팔자를 타고 나게 해준다며 미리 생년월일을 만들어 제왕절개를 하도록 권하는 역술가도 있다. 이에 더하여 성형외과 의사가 관상학을 공부했다며 멀쩡한 얼굴의 성형수술을 부추기고 손금이 나쁘다며 레이저로 손금을 다시 만들게 하는 등의 황당하고도 천인공노할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만약 사주가 나쁜 사람이 생년월일을 바꾸어서 운이 달라진다면 어느 누군들 대통령이나 재벌이 되지 못할 것인가. 신생아 역시 모두 좋은 사주를 타고 난다면 앞으로 20~30년 후에는 온 세상 사람들이 전부 박사에 의사, 판·검사, 국회의원, 대통령이 될 터인데 도대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김영기 설봉 김영기 역술원 원장이미지 확대보기
김영기 설봉 김영기 역술원 원장
운명은 천명이다. 사람의 운명은 하늘이 정하는 것이지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이비 역술가나 잡신을 모시는 무당들은 천명을 거스리지 말지어다. 천명을 거스리고 눈앞의 이익만 쫓다가는 반드시 천벌을 받는다.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국민들도 이런 사기꾼들에게 절대 속지 말기를 바란다.

역은 유교의 3대 경전 중 하나로 꼽히는 대단한 학문이다. 공자도 주역에 반해 이것을 해석한 책인 '십익(十翼)'을 헌정했을 정도다. 이런 위대한 학문을 '점'이라고 인식하게 된 데에는 우리의 무지와 역술인들의 무분별한 언행에 많은 책임이 있다.

역은 미신으로 오해를 받고, 심지어 통계학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반만년을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궂은 일이나 힘든 일을 당할 때 우리는 어디에서 현명한 조언과 마음의 위안을 얻는가. 결국 역에서 찾는다. 역술인을 찾아가 마음속의 괴로움을 털어놓고 현재 직면한 일, 혹은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희망을 찾으며,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역은 치유이자 조언이고, 카운슬링이며 멘토다. 그토록 역을 미신으로 몰아왔지만 역은 현대판 컨설팅으로 부활했다. 이처럼 역은 지금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정신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김영기 설봉 김영기 역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