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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96)] 우리 사회의 고장난 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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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한 독서편지(596)] 우리 사회의 고장난 저울

아이들과 함께 과학 시간에 양팔저울의 수평을 맞추고 무게를 재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여섯 모둠 중 한 모둠의 저울은 아무리 수평을 맞추려고 해도 고장이 났는지 한쪽으로만 자꾸 기울어졌다. 손으로 어림짐작한 물체의 정확한 무게를 재기 위해 한쪽에는 물체를, 한쪽에는 추를 올려놓아야 하는데 이미 고장난 저울로는 실험이 불가능했다. 저울은 객관적인 판단과 측정의 기준인데 고장난 저울은 이미 그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저울은 사람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준다. 비록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고단한 사람들이라 해도 우리 사회의 저울이 수평성을 잃지만 않는다면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한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저울의 잃어버린 균형을 회복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남기 위한 미래의 필연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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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인문학 도서인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를 통해 인문학자 김경집 선생님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토끼와 거북이의 공정한 달리기 경주를 통해 사회 윤리와 정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고, ‘고장난 저울’을 읽으며 민주주의적인 수평성이 지금 우리 사회에 얼마나 절실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당면한 미래 의제를 경제, 교육, 세대 세 가지로 제시하였는데, 오르지 못하는 부러진 사다리가 되어버린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 사회에서 계층의 순환이 거의 불가능하고 교육이 계급세습의 방식이 된지 오래라면, 많은 교육제도들이 소수를 위한 특혜로 전락한 강자 위주의 프레임이라면 우리 교육은 더 이상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의 궁극적 목적과 주제와 주체는 인간이다. 교육은 언제나 미래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치열한 인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인식은 바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존중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고장난 저울’을 펼치니 얼마 전 북콘서트에서 김경집 선생님께서 적어주신 글이 눈에 들어온다.

『뜻은 높게, 생각은 깊게, 영혼은 맑게, 가슴을 뜨겁게, 삶은 따뜻하게…….』

‘삶은 따뜻하게, 삶은 따뜻하게…….’ 마지막 말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돈다. 우리 사회의 고장난 저울을 고치고 수평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은 바로 삶에 대한 따뜻한 자세, 나에게만 쏠려있는 관심을 우리라는 시각으로 좀 더 크게 보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안명숙 (사)전국독서새물결모임 인천회장(인천효성남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