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총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동창회(회장 김영주)가 주최하고 이화발레앙상블 주관으로 2016년 16일과 1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신은경(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예술감독) 안무, 최영환 연출의 2016 '메시아'는 '발레로 만나는 메시아'의 최상위 결정판으로써, 열두 번 다진 성과물을 집대성하여 이원(梨園)을 떠나 펼친 걸작이었다.
신은경이 직조한 '메시아'는 열 셋의 여린 나이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심장부 광화문에서 절망의 시대적 아픔을 구원과 희망으로 경건하게 축조한 장엄 서사무(敍事舞)였다. 발레의 행간에 스며든 헨델의 '메시아'는 절규를 가라앉히고, 아픔을 쓰다듬고 있었다. 친숙한 내러티브, 방대한 스케일, 최고 수준의 발레 기량은 그 자체로 관객을 압도하고 있었다.
공간감을 극대화한 무대세트, 색채감과 극적 분위기를 최대한으로 살린 조명, 헨델의 '메시아'를 주조로 한 음악, 시대상황과 환경을 고려한 의상, 세트의 한계를 극복하고 극 흐름과 어울린 영상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80여명의 발레리나가 보여준 군집성은 위용과 교훈으로써 발레로 읽는 성서, '기름부음을 받은 자'의 신앙의 신비를 가슴으로 느끼게 하였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3부로 구성되지만 신은경의 발레 '메시아'는 2막 14장으로 구성된다. 제1막은 예언, 강림, 갈릴리 바닷가, 사마리아 우물가, 유다의 배반에 이르는 청년예수가 로마군에게 체포되기 전까지의 삶을 그리고 있다. 제2막은 빌라도의 재판과 심문, 예수의 수난과 죽음, 부활하여 승천하기까지의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다채롭게 접근해 나아간다.
해마다 성탄절 즈음이나 배꽃이 필 무렵 만나는 발레 '메시아'는 전개방식과 수사, 구성과 진법의 신실성과 더불어 절제와 조화, 우아한 기품, 시대적 관습과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화발레앙상블(예술감독 및 안무, 이화여대 무용과 신은경 교수)의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2003년 초연된 이래, 국내외에서 믿음과 소망, 사랑의 메시지를 실증했다.
헨델의 '메시아'는 '곡'에서 마지막 53곡 '죽음을 당하신 어린양, 아멘' 까지를 마태•누가 복음서, 이사야, 시편, 학개, 말라기, 스가랴, 욥기, 고린도 전서, 계시록의 내용으로 채운다. 신은경은 헨델의 음악에 펼쳐져 있는 성서의 가르침과 역사를 사유와 창작의 터로 만들고 긍정과 희망으로 이 시대의 '메시아'와 사역을 담당할 동참자를 진지하게 찾고 있었다.
2부의 마지막, '메시아' 44번곡 합창 '할렐루야'가 하늘의 영광, 이 땅의 평화를 구가하는 가운데 펼쳐지는 거대 군무 장면은 감동과 은혜로 충만한 판타지를 보여준다. 웅장한 클래식 음악과 어울린 고품격 발레는 극적 드라마와 대단원의 절정감을 연출한다. 신실한 신앙심을 바탕으로 완벽한 균형감을 보여준 신은경의 '메시아'는 '시작 속에 끝이 있음'을 알린다.
분주한 경작은 블루·화이트·앰버로의 조명의 색조 변화에서 무용수들의 팀별 조합·진법·무용수의 가감에서 이루어진다. 시각적 비주얼을 갖춘 미장센은 개개의 독립성을 갖추고 있고, 의상의 색상과 어울린 캐릭터들의 성격 묘사와 강조가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상상력이 가미된 낭만과 성경속 사실(史實)의 조화, 희로애락의 긴장과 이완도 흥미롭다.
신은경은 믿음의 긍정적 유전자로 예수의 탄생과 삶, 수난과 부활에 걸친 교훈을 찬찬히, 직설적 테두리에 둘러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어린이들의 참여, 적색 판타지 속의 로마군의 연기도 흥미를 불러오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메시아'는 모두 여성 발레리나들만이 출연하는 발레이기 때문이다. '메시아'는 시대적 가치를 소지한 발레의 문화원형이다.
대형무대 위에서 펼쳐진 '메시아'는 평화와 축복을 몰고 왔다. 규모와 수사에서 비춰지는 화려함이 도전적 단초를 제공할 여지가 있지만, 십 삼년간의 노력을 고려한다면 주님의 영광을 드높이는 사심없는 공연은 격려받아 마땅하다. 갈릴리 바닷가의 낭만, 선홍의 핏빛, 할렐루야의 찬양을 곁에 두고 새로운 길을 떠나는 '메시아'의 또 다른 모습을 기대한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