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정형일 Ballet Creative' 주최로 신작 정형일 안무의 'The Seventh Position, 제7위'가 공연됐다. 조명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바닥은 화이트 댄스 플로어가 깔리고, 회색 네오타드(상의)에 검정색 네이비 타이즈(하의), 문양을 단 셔츠의 스타일리쉬하고, 미니멀한 감각의 신작 발레는 제1부 'Still by feet, 발의 안정', 제2부 'The Seventh Position, 제7위'로 구성돼 있었다.
도구적 발레의 기본 활용법을 뛰어넘는 정형일 안무의 발레는 군더더기를 걷어낸 피지컬이 두드러진다. 지속적 음악사용과 조명이 신비감을 이루는 가운데 발레의 기본인 포지션에 관한 안무가의 성찰이 시작되고 다양하게 변형되는 움직임을 통한 기교가 현란하다. 정형일이 추구하는 주제에 밀착되는 움직임으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스토리텔링의 발레와는 차별화된다.
'Still by feet, 발의 안정': 무대 우측 천장에 소품으로 걸린 두 벌의 작은 발레리나의 의상, 중앙에 걸린 두 개의 전등이 발레를 상징한다. 가볍게 뒷 머리카락을 땋아 올린 여린 두 명의 발레리나, 바하의 무반주 첼로곡을 가슴으로 느끼며, 부드럽고, 편안하게 바를 잡고 쁠리에, 드미 쁠리에…, 시를 읊듯이 연습은 이어진다. 무대 바닥의 눈부신 백색은 검정의 타이트한 의상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무용리뷰] 정형일 안무의 발레 'The Seventh Position, 제7위'…발레 기본 포지션에서 바라본 열린 발레로의 꿈
완벽으로 가는 길목에서 포착된 몸짓은 아름다운 의지의 표상으로 비쳐지고, 백자의 단색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가 연상된다. 땀과 노력이 창출한 발레, 인고의 노력 끝에 빚어지는 백자는 거친 일상 끝에 착상된 예혼(藝魂)의 성과물이다. 안무가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예작(藝作)을 위해 움직임과 발레연기를 연마하는 험난한 과정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바는 사라지고 클래식의 기본 악기들이 주도하는 가운데 음은 변주되고, 경쾌함 위에 바닥에는 발레복 케이스가 새로운 공연의 시작을 상징하고, 연습을 떠난 발레는 균형감을 강조하면서 듀엣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작은 상자위의 큰 춤이다. 두 사람의 발레리노와 발레리나의 트리오의 춤이 발레가 어울림의 춤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위치에서 사선(斜線)은 변화이며, 그 사이에 조명이 스며들고, 서로 마주보고 등을 보이고 경쟁하지만 발레리나는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의식이 자리잡고, 발레 예술가들의 삶은 지속됨을 알린다. 소박하지만 서로 의지하고 위로가 되었던 연습 동료, 미소와 몸짓들에서 완벽하고자 했던 발레리나의 삶과 일상에 걸친 움직임이 정형일표 발레로써 표현된 작품이다.
[무용리뷰] 정형일 안무의 발레 'The Seventh Position, 제7위'…발레 기본 포지션에서 바라본 열린 발레로의 꿈
'The Seventh Position, 제7위': 프랑스 왕립무용아카데미 초대발레감독 피에르 보샹이 구축한 발의 '5개의 포지션'은 21세기에도 고전발레의 불변의 포지션이다. 발레에서 잘 안 쓰는 평행인 6번 포지션까지 17세기 후반부터 발레는 발끝의 180도 각을 유지하며 완벽한 포지션을 위해 노력해왔다. 발레에서 7번째 포지션은 존재하지 않으며 사실 존재하기 어렵다. 정형일은 자신의 창작력을 제7감에서 찾는다. 그것은 꿈일지도 모르는 제7위, 7번째 포지션이다.
에지오 보쏘 작곡의 음악과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곡을 수용한 이 작품, 느린 피아노가 가슴에 문양을 단 독무의 발레리노(정형일)와 보조를 맞춘다. 시범 발레에 이어지는 남녀 듀엣, 여성 이인무의 극화된 연결의 미, 음악과 움직임의 조화, 남성 이인무 등의 구성으로 바뀌면서 피아노 음도 빨라진다. 여성 독무는 하이키 라이트를 받고, 변화무쌍한 조합은 다년간에 걸친 기교의 신비감을 불러온다. 경연에 버금가는 조합은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조명과 음악의 적절한 배합이 육인무의 춤을 최고조로 이끌면서 이 작품의 전반은 종료된다. 관객들도 숨이 가빠 온다.
작품의 후반, 음악이 없는 가운데, 발레리노 정형일은 독무로 다양한 동작에 골몰한다. 일찌감치 '5개의 포지션'의 물꼬를 들었다면 현재 클래식발레는 더 많은 포지션의 움직임이 창조되었을 것이다. 이어 주연 발레리나와의 조우, 음악 없이 몸의 기교가 부각된다. 피아노음이 흐르면 좌측으로부터 들어오는 조명이 발레의 가치를 높이는 '발'에 집중한다.
작품에 용해되어 몰입된 듀엣의 신비감, 완벽한 앙상블, 더 이상의 이상적 조합이 필요 없는 장면이다. 듀엣의 춤에 이어지는 다양한 조합의 현란한 춤이 감탄을 자아내면 백색 판타지는 깊어지고, 빠른 선율에 오른 쪽, 왼쪽 조명이 내려앉고, 춤은 종료된다. 이제 정형일은 현재에 맞는 컨템포러리 발레의 새로운 포지션, 그 가능성의 7번째 포지션으로 질주하고 있다.
[무용리뷰] 정형일 안무의 발레 'The Seventh Position, 제7위'…발레 기본 포지션에서 바라본 열린 발레로의 꿈
현 정형일 Ballet Creative 대표
전 국립발레단 단원
미국 Dance Theatre of Harlem
미국 Eugene Ballet Company 주역
2009 한국 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선정
2010 한국발레협회 신인안무가상 수상
2011 서울무용제 자유참가부문 최우수단체상 수상
2012 평론가가 뽑은 젊은 안무가 선정
2012 춤평론가협회 연기상 수상
2013 대한민국 무용대상 베스트 7수상 『Untitled』
2015 대한민국 무용대상 베스트 7수상 『무게로 부터의 자유』
[무용리뷰] 정형일 안무의 발레 'The Seventh Position, 제7위'…발레 기본 포지션에서 바라본 열린 발레로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