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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탐방] 이영칠 불가리아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종신 객원지휘자…동양인의 사랑과 섬세함 전하는 창의적 지휘로 유럽 클래식 음악계 열광의 도가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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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탐방] 이영칠 불가리아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종신 객원지휘자…동양인의 사랑과 섬세함 전하는 창의적 지휘로 유럽 클래식 음악계 열광의 도가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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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칠 불가리아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종신 객원지휘자
물오른 지휘자 이영칠(Youngchil Lee, 李永七)은 1970년 8월 8일 서울에서 출생했다. 이제 두 아이의 아빠가 된 그는 동북고 출신으로써 클래식 음악을 고등학교 신입생 때 처음 들었을 정도로 기초 음악 교육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생략되었다. 피 끓는 고3, 그도 대학에 가기위해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호른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서울대에 응시했지만 낙방한다.

한국의 입시환경을 알게 된 그는 호른 연주자로서 미국 유학을 결행한다. 스무 살에 시작된 유학생활 초기에는 시카고 루즈벨트 대학에서 2년간 수학했다. 메네스 음대(Mannes College of Music)로 편입하여 호른을 전공하고, 뉴욕 주립대(Music from the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스토니브륵에서 석사, 설흔의 나이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창 놀 나이에 이영칠은 학비조달을 위해 여행 가이드를 비롯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모든 것이 영어로 진행되는 대학 강의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고, 가끔 외로움을 타게 만들었다. 자립심과 노력을 배운 미국생활은 ‘지금의 그’를 만든 보약이 되었다. 현재까지 최선을 다해 온 그의 생활신조는 ‘가슴에 손을 얹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했나 물어 보는 것’이다.

전통 음악계에서는 이단으로 여겨졌을 이영칠. 열 여덞 살에 음악을 시작한 그는 유학생활 10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에서 2년간 강사 경험을 쌓는다. 그는 2000년에 귀국하여 7개 대학 강의와 3개의 오케스트라에서 객원 호른 수석으로 활동했다. 2003년 겨울의 시련, 갑자기 악기가 불리지 않아 친구의 권유로 한 번도 꿈꾸지 않았던 지휘를 생각하게 되었다.
운명적으로 다가온 지휘 공부, 이영칠은 미국이 아닌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 음대 –판쵸 블라디게로프(National Academy of Music-Prof.Pancho Vladigerov)에서 지휘학 석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자신의 음악적 성(城)을 단단히 쌓아올렸다. 지휘학 학위를 받고, 처음으로 소피아 국립 음대에서 지휘를 한 것은 생존을 위한 운명적 선택이었다. 고교시절 처음 들었던 모차르트 교향곡 41번은 자신이 지휘한 첫 곡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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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칠 불가리아 소피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종신 객원지휘자
한국에서 보다는 동•서유럽의 의리와 꾸준한 음악적 전통을 숭상하는 태도는 동양에서 온 음악의 현자로 이영칠을 존중하고 있다. 그는 단원을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한 카라얀을 존경한다. 전후의 피폐한 현실에서 공생의 삶을 추구하며 카라얀이 보여준 모든 행동, ‘베를린 필’을 세계 제1의 교향악단으로 만든 지휘자, 단원을 위해 희생한 그의 위대한 예술정신을 사랑한다.

젊은 나이의 이영칠의 지휘 열정을 높이 평가한 유럽의 오케스트라는 그를 사라예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객원 상임지휘자(보스니아, 2007-2009), 헝가리 부다페스트 마브 심포니 오케스트라 객원지휘자(헝가리, 2007-2010), 야냐첵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객원지휘자(체코, 2007-2011), 보혜미안 심포니 상임 지휘자(체코, 2008-2010), 소피아 국립교향악단 및 플로브디브 시립교향악단 종신 객원 지휘자(불가리아, 2009-), 폴란드 오폴레 시립교향악단 객원수석 지휘자(폴란드, 2011–2012)로 예우했다.

이영칠은 빡빡한 일정에도 공연 자체를 즐기는 낭만 지휘자이다. 통의 울림을 가슴으로 껴안은 그는 세상의 아픔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명장 이영칠, 쉼 없는 열정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선율을 따라 꿈의 도원(桃園)을 산책하며 몽환에 빠지기도 한다. 그의 두드러진 장점은 대중 친화적이며 서로를 보다듬고 동행하는 예술가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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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문화 비평가 마리아 아다모브(Maria Adamov)는 “놀랄 정도로 활기찬 지휘자 이영칠, 세심한 제스처의 이끌림으로 우리 뮤지션들은 비극적 테마에 역점을 둔 악장을 강하게 강조할 수 있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화합은 우리들에게 예상했던 감동과 영감, 선택한 프로그램의 풍부한 음색의 공연을 선사했다.”라고 이영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불가리아 문화예술 주간신문 ‘문화, Culture’ 담당 기자 에카테리나 도체바(Ekaterina Docheva)는 “그리 대단한 아티스트 같지 않게 보이던 지휘자가 공간과 시간적 센세이션을 연속적으로 일으켰다. 틀에 박힌 형태가 아닌 심포니에 새로운 묘미를 불어넣어준 다른 양상이었다. 동양인의 사랑과 섬세함을 끝없는 반복과 변화의 시도로 새로운 감각을 더했다. 심포니는 예상치 못했던 동영상처럼 점점 더 지대한 관심으로 대변화를 거쳐 창조적 사운드로 변해갔다. 심포니 배경으로 대체된 지휘자의 청각은 자주 걸작을 사용한다.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이영칠의 창의적 지휘에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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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음악잡지 ‘믈래드 프론타, Mlad Fronta’는 ‘노블레스 꽃을 피우고 광채를 발하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마에스트로 이영칠 지휘하의 프라하 보헤미안 교향악단은 현재까지 하이버니아 극장의 최고 출연을 하고 있다. 귓가를 두드리는 것은 바로 모차르트의 전주곡(피가로의 결혼)의 시작 부분이었다. 한국인 지휘 하에 부드러운 음색과 음악적 묘미를 곁들인 섬세한 오페라 공연이었다. 음악가의 감성과 세심함이 브람스 교향곡 4번에서 증명되었다. 이영칠은 교향악단을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수단과 기품으로 지휘했다. 그의 음악적 영혼과 육체는 교향악단에게 의욕의 동기를 부여하며 놀라운 성과를 올리는 데 기여했다.”라고 극찬한다.

이영칠에게 보내는 또 다른 찬사로 체코 일간지 ‘리도브 노비니, Lidov Noviny’는 “마에스트로 이영칠 지휘 하에 프라하 보헤미안 심포니, 대가의 공연은 하이버니아 극장의 관객들에게 황홀한 저녁을 선사했다.”라고 적고 있고, 우크라이나 '시베르 음악회' 총 음악감독 미콜라 수카츠(Mikola Sukaz)는 “이영칠 지휘자와 체르니기프 시립 교향악단의 첫 리허설을 봤을 때 나는 그가 우리와 지금까지 일해 온 가장 훌륭한 지휘자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으며 우크라이나 평론가 세르고 볼코프(Sergo Volkov)는 "지휘자 이영칠은 열정적인 지휘로 오케스트라를 비상하게 했다. 그의 지휘를 보면서 그의 음악 속으로 빠져들어 순간 놀라고 즐거웠다. 정말로 행복한 순간이었다."라고 자신의 흥분된 감정을 토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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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칠과 특히 인연이 깊은 불가리아 대표 교향악단 소피아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28년 유명한 불가리아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사샤 포포프(Sasha Popov)에 주도로 창단되어 올해 88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유럽 정상급 연주 실력을 자랑한다. 가슴에 와 닿는 공명적 지휘와 시적 감흥을 실은 작품 해석은 서서히 이영칠을 불가리아 음악가들이 선호하는 지휘자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객원 지휘자로서 영국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러시아 모스크바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헝가리 부다페스트 MAV 심포니, 체코 야나첵, 스페인 Emporda 챔버, 우크라이나 오데사 필, 세르비아 벨그라드 라디오 심포니, 몬테네그로 Kotor 페스티벌, 마케도니아 Ohrid 썸머 페스티벌 등 유럽 전역에서 수십여개의 오케스트라와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주요 활동은 내용은 영국 로얄 필하모닉(2009.06.02.), 일본 NHK 교향악단(2009.07.11.), 러시아 모스코바 시립 교향악단(2011.04.21.), 독일 함부르크 시립 교향악단 제야 및 신년음악회(2012.12.31.&2013.01.01.), 불가리아 국립 소피아 필하모닉- 신년음악회(2013.01.10.), 러시아 모스코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2013.01.15.), 멕시코 몬테레이 UANL 심포니 오케스트라(2013.02.14.), 일본 NHK 교향악단(2013.03.20.-22.), 러시아 모스크바 교향악단 신년음악회(2014.01.25.),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 교향악단 동양인 최초 지휘(2014.10.13.), 터키 이스탄불 시립 교향악단 신년음악회, 한국인 최초 지휘(2016.01.15.), 터키 아다나 시립 교향악단 –한국-터키 우정콘서트 지휘(2016.01.19.), 모스크바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제9회 부산항축제 개막식(2016.05.27.)에 이른다.

카라얀적 생존 전략의 일부, 이영칠은 박정우 감독의 판도라-꺼지지않는 불,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의 영화음악 오케스트라 편성에서 지휘를 맡았다. 영화음악을 맡아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나 작곡가 등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미국영화에 삽입된 영화음악의 대부분이 오케스트라 곡임을 감안, 이영칠은 가급적 많이 연주자들을 영화음악에 참여시키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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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도시, 공연 횟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숨 가쁘게 공연을 해오면서, 클래식 본 고장에서 지휘력을 인정받은 이영칠은 그 역량으로 외국 교향악단의 공연 시, 한국의 음악과 작곡가들을 자주 소개하는 편이다. 그는 다양한 수상 실적과 함께 EMI(체코), Clarton(체코), Fidelio(헝가리), Stars classic(불가리아)에서 발매한 총 4개의 앨범 실적이 있다.

2004년부터 2016년 까지 이영칠이 활동한 주요 오케스트라 도시 및 나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본: NHK 교향악단, 일본 동경 뉴시티 교향악단, 러시아: 러시아 국립교향악단, 모스크바 필하모닉, 모스코바 시립 교향악단, 세인트 페터부르크 해르미티지 교향악단, 영국: 로얄 필하모닉, 핀란드: 유바스퀼라 교향악단, 헝가리: 마브 심포니, 터키: 이즈미르 시립교향악단, 이스탄불 시립 교향악단, 아다나-쿠쿠로바 시립 교향악단, 체코: 보혜미안 심포니, 야냐첵 시립 교향악단, 폴란드: 비알리스토크 시립교향악단, 칼리즈 시립교향악단, 오폴래 시립교향악단, 체스호토바 시립교향악단, 지엘로나구라 시립교향악단, 스페인: 피게라스 엠포르다 쳄버, 보스니아: 사라예보 국립 교향악단,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방송 교향악단, 우크라이나: 키에프 아케데믹 오케스트라, 키에프 국립 쳄버 오케스트라, 하르키우 시립교향악단, 자포리자 시립교향악단, 드니프로페트로우시크 시립교향악단, 오데사 시립교향악단, 도네츠크 시립교향악단, 얄타 시립교향악단, 루마니아: 조지 에네스쿠 교향악단, 클루즈 나포카 시립교향악단, 오라데아 시립교향악단, 바카우 시립교향악단, 마케도니아: 마케도니아 국립 오페라,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 교향악단, 프로브디브 시립 오페라 & 교향악단, 플레벤 시립교향악단, 중국: 텐진 교향악단, 멕시코: 몬테레이 UANL 심포니 오케스트라, 독일: 함부르크 시립 교향악단, 이탈리아: 미데르나 오케스트라 등이다. 초청 페스티벌 참가는 코토르 페스티발 몬테네그로, 오흐리드 여름 페스티발 마케도니아,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페자로 페스티발 등이 있다.

한국의 클래식은 역사가 깊다. 이영칠은 수많은 음악인들이 세계를 빛내고 있는 가운데, 정작 대한민국의 음악 현실은 어둡다고 생각한다. 많은 음악인들이 직장이 없어 음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고 보수 등 여건이 열악한 것도 사실이다. 그는 연주자는 연주로 생활을 해야 하는데 레슨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한국의 현실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많은 국민들은 음악인들이 생계에 상관없이 생활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에 비친 음악인들은 모두 부자들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식들에게 음악을 시킨다고 하지만, 그것은 음악인들 중 2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생계를 위해 음악을 한다. 음악은 돈이 많은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재능과 관심이 있으면 할 수 있다. 지휘자 이영칠의 지론이다.

이영칠, ‘의지의 한국인’의 대표적 표상이다. 안익태 이후의 유럽 기반의 최고 지휘자이다. 그는 거친 황무지를 일구는 심정으로 유럽 교향악단의 지휘를 맡아 오늘의 이영칠이 되었다. 일곱 개의 별이 그를 감싸며 빛을 떠받히고 있다. 그의 지휘는 유럽의 곳곳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 자수성가형인 그가 서울시향이나 우리나라를 빛낼 교향악단의 수장이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바른 예술정신으로 재능 많은 우리 음악가를 키워낸다면 그보다 더 좋은 묘수는 없을 것이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