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최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30일(현지시간) 공개된다. 타란티노 감독의 9번째 연출인 이 작품의 소재는 50년 전에 미국을 뒤흔든 ‘샤론 테이트 살해 사건’이다. 컬트 집단 ‘맨슨 패밀리’에 의해 빚어진 이 사건은 할리우드 역사상 최대의 비극으로 꼽힌다. 영화를 사랑하는 타란티노 감독이 사건을 어떻게 묘사할지 기대가 쏠리는 작품이지만 사건의 내용을 알고 있으면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 ‘샤론 테이트 살해사건’의 개요는?
사건이 일어난 것은 히피문화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1969년 8월9일. 이날 당시 26세인 신진 여배우 샤론 테이트가 할리우드 자택에서 친구 3명과 함께 참혹하게 살해당했다. 테이트는 후에 ‘전장의 피아니스트’ 등으로 알려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아내이며 당시는 임신 8개월이었다. 폴란스키 감독은 촬영차 머물던 런던에서 아내의 사망소식을 접하고 그 자리에 웅크린 채 큰 소리로 울었다고 한다.
범행을 저지른 것은 찰스 맨슨이 이끄는 히피의 컬트집단 ‘맨슨 패밀리’다. 맨슨은 자신을 ‘악마’나 ‘기독’등이라고 칭하며 합성마약 LSD를 이용해 신자들을 세뇌했다고 한다. 약 20명의 신자들로 형성된 ‘맨슨 패밀리’는 사건 당시 서부영화 촬영에 사용된 로스앤젤레스 외곽의 목장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시 언론에 따르면 맨슨은 흑인이 백인에 대해 ‘폭력혁명’을 일으킨다고 믿고 있었으며, 이 혁명을 비틀스의 노래제목을 딴 ‘헬터 스켈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혁명이 일어나지 않자 시범을 보여 혁명을 도발하기 위해 스스로 대량 무차별 살인을 계획했다. 그는 당시 동료들에게 “헬터 스켈터는 지금이 행동할 때”라고 부추겼다. 현장에는 흑인의 범행으로 위장하기 위해 헬터 스켈터 피그(경찰을 비하하는 은어) 등의 혈서를 남겼다.
맨슨은 수잔 앳킨스와 패트리샤 크렌윈켈 등 신도 4명에게 명령해 샤론 테이트 저택의 습격을 지시했다. 이날 슈퍼마켓체인 경영자 부부도 패밀리에 살해되면서 총 7명이 희생됐다. 맨슨은 1971년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캘리포니아 주에서 한때 사형이 폐지되면서 종신형으로 감형됐고 2017년 11월19일 버지니아의 병원에서 83세로 병사했다.
■ 타란티노는 이 비극을 어떻게 그릴까?
맨슨 패밀리에 의한 이 잔학한 사건은 미국 전역을 경악케 하였으며, 이 사건을 기점으로 히피문화는 쇠퇴해 갔다. 이어 1969년 ‘반체제적 아우트로’를 내건 ‘아메리칸 뉴 시네마’가 대두되면서 할리우드가 변혁을 맞던 시절이기도 했다.
타란티노 감독은 당시 시대배경에 대해 “이 시대는 카운터 컬처가 변했고, 할리우드라는 거리나 업계도 변하던 시기다. 샤론 테이트 사건에 이르기까지의 시간 축으로 이야기를 그림으로써 이 시대를 역사적으로 파헤칠 수 있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는 테이트 역을 마고 로비가 맡고 있다. 작중에는 폴란스키 감독은 물론 테이트가 무술지도를 받는 장면에서는 브루스 리도 등장한다. 한편 주인공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는 오리지널의 등장인물이다. 픽션의 인물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과 ‘조우’하기까지의 사건이 타란티노 감독의 시점에서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디카프리오는 “이 영화는 할리우드라는 업계에 대한 축복과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출연소감을 말했다. 타란티노 감독이 할리우드에 바친 의욕적인 이 작품을 꼭 극장에서 목격하기를 권하고 싶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