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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오너 리스크에 뿔난 남양유업 소액주주들…3자 간섭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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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오너 리스크에 뿔난 남양유업 소액주주들…3자 간섭 시작됐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심혜섭 변호사 신규 감사로 선임
배당금, 액면분할, 자사주매입 등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

3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에서 주주총회가 열렸다. 이날 주주총회는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상태로 진행됐다. 사진=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31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남양유업 본사에서 주주총회가 열렸다. 이날 주주총회는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한 상태로 진행됐다. 사진=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지분 차이가 너무 커서 처음부터 주주제안에 큰 기대는 안했어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조금이나마 주주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는데 실망스럽네요. 회장도 안나오고, 감사도 안나오고.”

31일 서울시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1964빌딩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주주총회에 연차까지 쓰고 참여했다는 직장인 주주가 한 말이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는 △일반 주주 지분 50% 주당 82만 원에 공개매수 △주당 2만 원 배당 △5분의 1 액면분할 △심혜섭 감사 신규선임 등 주주환원 확대를 담은 주주제안을 상정했다.
홍원식 회장 일가 지분이 53%에 달하는 만큼 안건 통과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표결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소액주주들은 대체로 격앙된 분위기였다.

회의장을 나서던 한 주주는 “홍진석 이사는 횡령으로 문제가 된 사람인데 이번에 재선임 됐다”며 “해임돼야 마땅한 사람인데 이런 상황이 계속 벌어지지 말란 보장이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홍 이사는 이사회 추천을 받아 재선임됐다. 홍 이사는 홍원식 회장의 장남이다. 홍 회장과 홍 이사 모두 주주총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또 다른 주주도 “홍 회장이 주식매매 계약 파기하면서 막대한 기업가치를 훼손시켰다”며 “지금 새로 주주가 된 사람들은 홍 회장이 아니라 한앤코를 보고 주주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나 (경영을) 해도 그렇게 영업손실을 크게 낼 순 없다. 항소심에서도 패했으면 용퇴하는게 맞지, 언제까지 주주들 발목잡고 자기 배만 불리겠다는 거냐”고 격한 심정을 내비쳤다.

감사로 신규 선임된 심혜섭 변호사가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감사로 신규 선임된 심혜섭 변호사가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이날 주주제안은 심혜섭 감사 신규선임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결됐다. 당초 9시에 시작될 예정이던 주주총회는 차파트너스측과 홍원식 회장 측의 위임장 확인 작업이 길어지며 50여분 늦게 시작됐다. 또 한건 한건 표결을 거치며 다소 더디게 진행됐다.

특히 배당금 확대와 액면 분할, 자사주 매입 등 주주제안이 차례로 부결되자 회의장을 일찍 나서는 주주가 하나둘씩 나타났다. 반면 회사제안은 감사 선임의 건을 제외하곤 모두 통과됐다. 남양유업은 보통주 1000원, 우선주 105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홍진석 이사를 재선임하고, 이사와 감사의 보수한도도 그대로 승인받았다.

김형균 차파트너스 상무는 주주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감사선임을 제외한 안건이 부결되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했던 결과”라며 “주주총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훼손된 주주가치를 복구하기 위해 거버넌스적으로 문제 있는 부분을 먼저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혜섭 신임 감사도 “남양유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홍원식 회장과 기업이 일체화되면서 (홍 회장의 문제로) 브랜드가치가 하락한 것”이라며 “남양유업은 주식회사고, 모든 주주들의 회사인 만큼 홍 회장 개인과는 무관하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신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감사 선임 안건에서는 이른바 '3%룰'로 불리는 규정이 적용돼 찬성 약 12만표대 반대 약 4만표의 큰 차이로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졌다. 2020년 개정된 상법에서는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가운데 최소 1명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하여 선임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이 3%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일반주주들의 표결이 안건 통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