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슈거’ 소주 출시 후 판매량 돌풍, ‘논알코올’ 맥주도 성장세 가팔라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주류업체들은 ‘헬시플레저’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 마케팅을 강화하며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주류업계는 다변화된 소비자 요구에 발맞춰 과당을 빼고 감미료를 사용한 ‘제로슈거’ 소주와 칼로리를 낮춘 ‘라이트 칼로리’ 맥주, 알코올까지 뺀 ‘논알코올’ 맥주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 주종인 소주는 음료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제로슈거 트렌드에 한 발 걸친 모양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처음처럼 새로’는 제로슈거 콘셉트를 소주에 적용해 탄생한 제품이다. 지난 4월 출시 7개월여 만에 1억 병 판매를 돌파한데다 월 매출 1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새로의 예상치 못한 흥행에 하이트진로도 ‘진로’를 제로슈거로 리뉴얼하며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음료 제품에서 먼저 시작된 제로슈거 트렌드가 주류로 넘어오면서 진로를 리뉴얼했다”면서 “진로는 MZ세대를 공략하는 콘셉트로 출시된 제품인 만큼 유동적으로 트렌드를 따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알코올 자체가 칼로리가 있다 보니 제로슈거 소주라 해도 열량을 크게 낮추기는 어렵다”면서 “칼로리 측면보다는 소주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춘 맛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맥주는 가볍게 즐기는 음용 특성상 소주보다는 폭넓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맥주보다 칼로리를 줄인 제품에서부터 맥주 제조 후 알코올을 제거한 제품, 맥주 대체품으로서 알코올이 제로인 제품 등 종류도 다양하다. 다만 기존 제품과 차이가 큰 만큼 제로슈거 소주보다는 시장 확대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시장에 먼저 자리 잡은 것은 ‘카스 라이트’ 등 저칼로리 맥주다. 이후 ‘하이트 제로 0.00’,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등 무알코올 맥주가 뒤를 이어 출시됐다. 각각 제로칼로리와 저칼로리에 알코올이 전혀 함유되지 않은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논알코올 맥주 후발 주자인 ‘카스 0.0’는 맥주 발효 과정에서 알코올을 제거한 비알코올 음료다. 제품 공정상 0.05% 미만의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지만, 맥주와 동일한 제조 과정을 거쳤다는 점으로 차별화했다.
종류는 다양하지만 맥주를 보다 가볍게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했다는 점에서 방향성은 같다. 특히 알코올 함량 1% 미만인 논알코올 맥주 시장 전반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12년 13억원에서 2021년에는 200억원까지 성장했다. 아직 전체 맥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맥주 시장 전체 규모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논알코올 맥주는 제로슈거 소주보다는 확연히 ‘건강’에 가까운 제품이지만 맥주 업체들은 어디까지나 ‘맥주를 즐기기에 제한되는 상황’에서의 대체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논알코올 맥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 매출 대부분은 일반 맥주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칼로리와 알코올 등을 뺀 제품을 출시하면서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맞춰갔지만, 주류 본연의 특성상 ‘건강’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알코올이 주는 취기는 결국 대체할 수 없다는 한계는 주류업계의 딜레마를 가중시킨다. 당장 새로운 시장 확대 수단으로 ‘헬시플레저’ 트렌드를 활용하면서도, ‘건강’을 지나치게 부각할 경우 오히려 기존 주류 홍보에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취하지 않고 즐기는’ 소비문화가 확산됐지만 시장 주류로 자리 잡기엔 아직 시기상조인 모습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현재 논알코올 맥주가 오비맥주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 정도로 크진 않지만 (회사의) 미래성장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바뀌는 주류 음용 트렌드에 맞춰 저도수·논알코올 중심 주류 문화 형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