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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곡물가 다시 ‘빨간불’…가격인하 미뤘던 식품업체 명분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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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곡물가 다시 ‘빨간불’…가격인하 미뤘던 식품업체 명분 생기나

러-우 전쟁 여파로 국제 곡물가격 요동…2주 새 밀 선물 가격 16.2% 급등
정부 가격 인하 명분 약화…가격 인하 나선 업체 “상승세 장기화 땐 수익성 악화”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 “흑해 곡물협정 중단 여파 제한적”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을 떠나는 곡물 수송선.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을 떠나는 곡물 수송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장기적인 곡물 공급 우려가 불거지며 밀과 옥수수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국제 곡물가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정부 압박에도 가격 인하를 미뤄왔던 식품업체의 ‘버티기’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2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밀 선물가격은 12일 톤당 228달러에서 26일 톤당 265달러로 16.2% 급등했다. 지난 17일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한 데 이어 연일 다뉴브강 등지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인프라를 공격하면서 곡물 가격 변동성은 더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8.5% 급등한 밀 선물가격은 20일 –0.1%, 21일 –4.1%로 하락한 뒤 24일 다시 8.6% 급등했다. 같은 기간 옥수수 선물가격도 △3.2% △-3.2% △-1.9% △6.4%로 출렁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5일(현지시간) 세계 곡물 가격이 최대 15%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러-우 전쟁 심화로 안정세를 찾아가던 곡물 가격이 다시 요동치면서 국내 식품업체들 사이에서도 명암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앞서 정부는 국제 밀 가격 안정세에 따라 라면·제분 업계 등에 물가 안정을 위한 가격 인하를 요청했었다.
이에 따라 농심을 필두로 다수 라면 업체들이 가격 인하에 나섰고, 제과·제빵 업체에서도 가격 인하 흐름이 이어졌다. 제분업계에서도 대한제분이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일부업체들은 아직 국제 밀 가격이 국내에 반영되지 않았고, 제반비용 상승으로 여전히 원가율이 높다는 이유로 가격 인하를 미뤄왔었다.

최근 국제 밀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가격 인하를 미뤘던 업체들의 ‘버티기’는 좀 더 수월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국제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가격 인하를 요청했던 만큼 곡물가가 반등할 경우 가격 인하를 압박할 명분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먼저 가격 인하에 나선 업체들에선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격 인하를 단행했는데 곡물가가 다시 반등한다면 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물가로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저항이 커져 한번 내렸던 가격을 다시 올리기도 어려운 처지다. 국제 밀 가격이 국내에 반영되는 시차로 인해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더라도 출렁이는 곡물 가격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국제 밀 가격 하락에도 원가율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였지만 정부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가격을 내렸던 것”이라며 “밀 가격이 다시 급등하고 높은 가격이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면 기업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흑해 곡물협정 중단이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곡물 가격 상방 압력은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올해 세계 밀·옥수수의 생산 전망이 양호한 점 등으로 작년 수준의 급등세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혹시 모를 가격 급등에 대비해 해외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위기 발생 시 신속한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한영 식량정책관은 “지난해 예상치 못했던 전쟁 상황에서도 제분업체 등 민간과 힘을 합쳐 국내 밀가루 가격을 안정시켰던 경험이 있었던 만큼 위기 재발 시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라고 전했다.

제분업계 관계자도 “흑해 곡물협정이 중단됐지만 당장은 밀 출하 시즌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흑해 지역 불안정성이 장기화 될 경우 밀 가격이 다시 급등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jkim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