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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신세계 휘청, 이랜드만 실적 개선… 불황 뚫은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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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신세계 휘청, 이랜드만 실적 개선… 불황 뚫은 전략은

삼성물산·신세계 등 주요 패션사 역성장… 이랜드만 영업이익 증가
스파오·후아유·뉴발란스 리포지셔닝, 브랜드 경쟁력 강화
‘델리 바이 애슐리’ HMR 확장, 킴스클럽 매출 반등 시너지
스파오 명동점 매장. 사진=이랜드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스파오 명동점 매장. 사진=이랜드그룹


국내 패션·유통 업계가 줄줄이 역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이랜드월드만이 영업이익 증가세를 유지했다. 2024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전년 대비 –44.9%, 한섬은 –82%,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36% 줄며 업계 전반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LF 역시 1277억 원(–9.2%)에 그치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반면 이랜드월드는 2025년 상반기 영업이익 1560억 원(+9%)을 기록하며 불황 속에서 드물게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패션 부문에서는 브랜드 리포지셔닝이 성과를 냈다. ‘후아유’는 팝업스토어와 레트로 감성을 앞세워 다시 찾는 브랜드로 부활했고, 스파오는 파자마와 키즈 라인을 확대해 ‘집에서도 즐기는 패션’을 제안했다. 특히 스파오는 캐릭터 IP 협업 매출이 2022년 400억 원에서 2024년 650억 원으로 늘었다.

파자마 판매량도 5년 새 14배 증가하며 ‘라이프웨어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강남 지역에 컬래버 특화 매장을 열고, 2030 세대 전담 조직을 운영해 SNS 트렌드에 신속히 대응한 점이 브랜드 파워 강화 요인으로 꼽힌다. 뉴발란스도 스포츠·키즈 카테고리를 강화하며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랜드월드 패션부문은 5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며 그룹 전체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스파오는 2009년 국내 최초로 론칭한 토종 SPA 브랜드로, 16년간 축적된 R&D와 빅데이터 기반 상품 혁신을 통해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매년 수백 건의 소비자 품평회, 80만 건 이상의 온라인 리뷰 분석, 전용 원단 대규모 계약 등을 통해 재고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인 점이 실적 개선의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스파오키즈 등 신규 라인 확장을 통해 전 연령대 공략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외식 부문은 ‘델리 바이 애슐리’가 성장의 동력이 됐다. 레스토랑 메뉴를 간편식(HMR) 제품으로 전환해 집밥 시장을 공략했고, 누적 판매량은 700만 개를 돌파했다. 외식 브랜드가 제품 브랜드로 확장되면서 유통 채널에서도 매출 파급력이 커졌다.

유통 부문도 반등에 성공했다. 킴스클럽과 팜앤푸드의 상반기 매출은 460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 늘었고, 영업이익은 71% 증가했다. 델리 제품을 전면에 배치해 단순 장보기 매장에서 ‘레스토랑 감성을 담아오는 공간’으로 전환한 효과다.

이랜드월드는 부문별 성과에서도 각기 다른 성장 양상을 보였다. 전체 실적을 견인한 기둥은 패션, 성장률 측면의 모멘텀은 외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한 시너지는 유통이었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구조 재편도 있었다. 그룹 차원에서 비효율 점포를 정리하고, 마곡 R&D센터 등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하며 핵심 브랜드와 사업에 집중했다. 재무적 리밸런싱이 패션 리포지셔닝, 외식 상품화, 유통 접점 혁신 같은 전략을 뒷받침했다는 평가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상품보다 경험, 유통망보다 접점 혁신이 매출을 좌우한다는 점을 이랜드가 보여줬다”며 “구조 재편까지 맞물리며 불황 속에서도 실적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