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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국가 ESG시대의 신융합 생태계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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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워치] 국가 ESG시대의 신융합 생태계 전략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
이혜주 국가ESG연구원 공동대표
ESG 시대로의 돌입과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과 치열한 미·중 기술 전쟁으로 우리는 패권국가의 리더십이 요동치는 세계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첨단기술·경제·외교안보 차원에서 벌어진 미·중 격돌이 초기의 중국과의 기술 ‘디커플링(decoupling)’ 전략에서 벗어나 대중국 ‘디리스킹(derisking)’으로 순화되는 과정에서 견제와 협력을 반복하는 외교술을 경험했다. 그동안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경직된 사고 안에서 강대국의 강경한 기조와 해빙이란 투 트랙 전략은 매우 생소하게 다가온다. 패권 동맹국의 신념도 무시하고 거대 시장에 탐욕스러운 유럽 리더들과 CEO들의 중국행은 과연 국익을 위한 태도로 판단해야 할 것인가.

다음의 두 자료는 미국이 중국을 대하는 이중적 태도의 근간이 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위기론’으로는 저서 'Danger Zone'(Hal Brands ets, 2022.8)에서 지적했듯이 미·중 패권 대결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로 향후 10년을 꼽은 것이다. 선례와 같이 중국은 최대국에 도발하다가 비관에 빠질 즈음 전쟁으로 정면 승부한다는 예측이다. 반면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미스트 보고서(2021)는 "2030년쯤 중국이 미국의 87%까지 커지겠지만 2050년에는 다시 미국의 81%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중국이 아예 미국 경제를 따라잡지 못한다고 관측했다. 특히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2022.8.18) “6개월이나 1년 전만 해도 중국의 GDP가 어느 시점에 미국의 경제를 추월하는 것이 자명했지만 지금은 그 가능성이 매우 불확실해졌다”고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다변화되는 국제질서에 편승해 더 진화된 사회를 꿈꾸던 우리의 고민은 깊어져만 간다. 결론적으로 친환경 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유기적 플랫폼 형성과 다양성을 포용하는 형평(Equity)에 기인한 ‘신융합 생태계’의 접근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우선,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가치기반 생태계’로서 기존의 유엔 조직, G7이나 G20,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의 거대 체제와 공존하는 규모가 작은 BRICs 조직이 20개국으로 확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중국의 자원무기화에 휘둘리지 않은 ‘공급망 생태계’로 공급망 위기에 공동 대응이 가능하다.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투자 확대와 물류를 개선하기 위해 미국, 한국, 일본, 호주, 인도 등 14개국이 구축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는 '공급망위원회'를 통해 공동 연구개발(R&D)한다. 한국은 "아세안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로 아세안 젊은 층은 한국에 호감도가 높아 한국-아세안 네트워크가 함께 투자하는 공급망 다변화는 귀중한 기회가 된다. 전기차용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물질로 원료 공급이 중요하며 최근 아르헨티나·스웨덴 등은 중요한 희토류 공급지가 되고 있다. 아프리카는 코발트(DR콩고), 망간(가봉·남아공) 니켈(남아공·마다가스카르), 리튬(짐바브웨), 흑연(모잠비크·탄자니아) 등 2차전지 소재가 풍부한데 한국은 아프리카 기후에 최적화된 쌀을 개발, 확산시켰기에 한국에 우호적이다.

둘째, 탈탄소와 그린·디지털 전환에서 ‘기술 생태계’는 신산업 R&D를 통해 첨단기술의 초격차를 추진하는 핵심으로 “슈퍼 乙” 육성이 시급하다. 세계를 독점하고 있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업체인 ASML은 대표적 “슈퍼 乙” 게임 체인저로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에서도 파운드리와 인공지능(AI) 맞춤화가 활성화된다면 EUV, ALD, 어드밴스트 패키징 분야도 발전해 생태계 저변을 이룰 수 있다. 가령 반도체, 전기자동차, 기계금속, 전기·전자, 바이오, 기초화학 등 핵심 전략기술을 150개 이상으로 확대, 지원할 수 있다. 최근 용인 반도체단지에 일본 소부장을 끌어들여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육성하거나 반도체 분야에서 韓·이스라엘의 국가 간 윈윈 전략도 가능하다. ‘모바일 인포테인먼트’ 시대는 애플의 ‘공간 컴퓨팅 창조’ 개념같이 헤드셋·안경·입체슈트 등 초맞춤형 문화로 접근해야 한다.

셋째, 자국으로 공급망 생산기지를 재편하는 ‘지정학적 생태계’는 영리한 전략이다. 산업 섹터를 분석해 자국 생산(on-shoring)을 장려하고, 외국으로 나갔던 공장들을 재소환하고(reshoring), 인접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near-shoring), 믿을 만한 국가에 구축하는(friend-shoring) 전략 등 다양한 전개가 가능하다. 중국에 대응해 배터리 '콤비나트'를 통해 "양·음극재 산업단지를 만들어 규모의 경제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 최근 일본이 반도체 재부활을 꿈꾸며 소니·TSMC와 함께 개발자·엔지니어 흡수, 반도체 생태계를 형성 중이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의 ‘新분업 구도’로서 판교는 설계·연구 중심, 지방은 제조 지구로 세분화시킨다. 가령 화성캠퍼스 근처에 '화성 고성능 컴퓨팅 센터' 신축 작업이나 최근 옛 전자메카였던 용산에 첨단정보통신이나 인공지능(AI) 중심의 스타트업 '통합 IT 생태계' 조성은 의미가 크다.

마지막으로 전통 경영방법만으론 생존하기 어려운 글로벌 전환기에서 무엇보다 우수 인력과 신인류 배양을 위한 ‘인간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자국 산업 보호 추세에서 정치권·정부·국민까지 합세한 '국가 대항전'이 필요하다. 미국은 초당적 합의로 강력한 외교·안보 전략을 펼치고, 일본은 1959년부터 초당적 150개 기업이 만든 ‘국제문제연구소’(공익재단, 외교안보 국제문제 연구)가 존재한다. 작은 징후가 나타나면 즉각적·체계적 대응, 각종 위험 변수와 기회 요인에 따른 '시나리오 플래닝'을 강화하는 '팀코리아' 전략이다. 일본 도쿄대도 인재 확보를 위해 채용설명회를 개최하며 특히 IT 인재에겐 기업에서 '배우자 취업·공항 의전' 등 특혜까지 제공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이 조사한 국제정책 순위는 미국(1위), 중국(3위), 한국(59위)은 50명으로 낮게 나타났다. 또 세계 리더급의 정보수집, 시나리오 작성 및 전략가를 배양하는 ‘싱크탱크’ 조사에서도 미국(2203개), 중국(1413개)에 비해 한국(412개)은 5위이다. 한국은 전쟁의 고통을 딛고 민주주의를 동시에 일군, 기적의 성공 스토리를 갖춘 국가로 오늘날 기술강국·문화강국의 위상에 걸맞게 국가 재도약의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혜주 국가ESG 연구원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