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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역전세 반환대출 규제 완화…가계부채 관리 구멍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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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역전세 반환대출 규제 완화…가계부채 관리 구멍 우려

전세금 반환 어려움 겪는 집주인 대상 DSR 40%→DTI 60%
'버는 만큼 빌려라' 개인별 DSR 규제 원칙 흔든다 지적도
26일 서울시내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6일 서울시내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27일부터 역전세난으로 전세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에 대한 대출 규제가 완화된다. 전세금 미반환으로 인한 세입자들의 고통이 커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정부는 이번 대책이 세입자들의 주거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틈타 다시 꿈틀대는 가계부채를 고려할 때 이번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 채 가계부채 문제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부터 전세금 반환 대출에 DSR 규제 예외 적용


금융위원회는 26일 역전세로 기존 세입자 전세금 반환이 어려운 집주인이 전세금 반환용도로 은행권(인터넷은행 제외) 대출을 이용할 경우 전세금 차액분(기존 전세금-신규 전세금) 등에 대해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RTI(임대수익 이자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 적용 기간은 27일부터 내년 7월 말까지 1년간으로 금융당국은 한시적으로 운영 후 필요시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전세금 반환대출을 받으려는 집주인에겐 기존 DSR 40% 규제가 아닌 DTI(총부채상환비율) 60%가 적용된다.

예컨대 기존 세입자에게 7억원의 전세 보증금을 받았지만 전셋값 하락으로 다음 세입자를 전세 보증금 5억원으로 들이게 될 때 기존 세입자에게 내줄 차액인 2억원에 대해 DSR을 따지지 않고 DTI만 보겠다는 의미다.

연소득 대비 모든 대출을 따지는 DSR과 달리 DTI는 주택담보대출 외 다른 대출은 이자만을 더해 금융부채를 계산하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늘어나게 된다.

금융당국은 연소득 5000만원인 대출자가 연 4% 금리에 30년 만기 대출을 받을 때 다른 대출이 없다고 가정하면 대출 한도가 기존보다 1억7500만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임대사업자에겐 RTI 기존(1.25~1.50배)보다 낮은 1.0배가 적용된다.

대출금액은 전세금 차액 지원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필요시엔 전세금을 전액대출 후 차액상환도 가능하도록 했다. 후속 세입자를 당장 못 구해도 일단은 완화된 대출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1년 내 세입자를 구해서 대출금을 반환하거나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집주인이 직접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아울러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본인 소유의 집으로 입주할 경우, 자력반환 능력을 엄격히 확인해 반환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집주인은 이미 살고 있던 주택의 퇴거자금(전세 보증금) 등으로 자력반환이 가능함을 입증해야 한다. 또 대출 실행 후 1개월 내 입주해야 하고 최소 2년 이상 실거주 여부 모니터링 등 관리조치가 병행된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이 역전세에 따른 세입자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인 만큼 엄격히 관리할 방침이다.

우선 대출금을 현 세입자에게 직접 지급해 집주인이 해당 자금을 전세금 반환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또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이용 중인 경우에는 전세대출금을 해당 은행에 직접 입금하고 이를 제외한 금액을 세입자에게 입금하도록 관리한다.

반환대출 기간 동안 신규주택 구입도 불가능하다. 주택 구입이 적발되는 경우 대출 전액 회수와 함께 3년간 주택담보대출 취급이 금지된다.

대출을 받는 집주인에게는 후속 세입자 보호 의무도 부과된다.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맺을 때 '전세보증금반환 특례보증'에 의무 가입해야 하며, 보증료는 임대인이 납부한다는 특약을 공인중개사를 통해 작성해야 한다. 이런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대출금 전액 회수 등 제재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집주인이 후속 세입자 보호 의무사항을 이행하도록 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주택금융공사(HF)·서울보증보험(SGI) 등 3개 정책보증기관을 통한 새로운 보증보험 상품을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당분간은 임차인이 가입하고 임대인이 보증료를 납부하는 상품만 이용할 수 있다. 임대인이 가입하는 특례보증은 다음 달 중 출시 예정이다.

◆가계부채 심상치 않은데…악순환 우려


문제는 올해 들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 1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로 DSR 예외 카드를 꺼낸 정부가 또다시 DSR 규제를 완화해 주면서 '버는 만큼 빌려라'라는 규제 취지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무려 5조9000억원 증가했다. 잔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3월만 해도 감소세를 보였지만, 4월(+2조3000억원)과 5월(+4조2000억원)에 이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세는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됐고, '집값 바닥론'이 확산되면서 주택 매수를 위해 은행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주담대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6월 말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814조8000억원으로 한 달 새 7조원 급등했는데 4월(+2조8000억원)과 5월(+4조2000억원) 규모를 합친 수준에 달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로 가계부채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DSR 규제 예외 대상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장기적으로 가계 부문의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을 달성해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 완화를 적용할 경우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