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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올자산운용·암트랙, 美 유니언 스테이션 인수 둘러싼 소송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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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올자산운용·암트랙, 美 유니언 스테이션 인수 둘러싼 소송전 격화

2020년 3월 16일 미국 워싱턴의 유니언 스테이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0년 3월 16일 미국 워싱턴의 유니언 스테이션. 사진=로이터


다올자산운용(구 KTB자산운용)과 미국 연방전부 산하 국영 철도 기업 암트랙 간에 워싱턴 DC 유니언 스테이션 인수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계획을 내놓으면서 유니언 스테이션 가치가 상승하면서 기차 터널 보수 등 공사를 위한 소유권 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여객철도공사 암트랙이 워싱턴DC의 유니언 스테이션 인수를 위해 본격적인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워싱턴포스트는 암트랙의 강제수용권 청구 관련 공판이 열렸다고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밋 메타 판사는 암트랙과 다올자산운용측 주장을 심리하며 최근 몇 달간 양측이 합의에 이르기 위한 긴장감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암트랙은 지난 3월 법원에서 10차례에 걸친 회의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가격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해 합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밝힌 바 있다.

암트랙은 유니언 스테이션 내부를 관통하는 기차 터널을 보수하기 위해 해당 역 전체의 소유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연방법에 따르면 암트랙은 시외 여객 철도 운영에 필요한 부동산을 강제 수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암트랙은 "유니언 스테이션은 도시 간 여객 철도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복합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암트랙은 이 역이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뉴욕과 같은 주요 도시들과 워싱턴DC와 보스턴을 연결하는 노스이스트 코리도의 핵심 톱니바퀴라고 말한다. 유니언 스테이션은 남쪽으로 향하는 관문 역할도 하고 있다.

유니언 스테이션은 1907년 개장해 연방정부 소유로 다른 기관들이 운영해왔다. 1985년에는 비영리단체인 유니언스테이션재개발기업(USRC)이 부동산 감독 권한을 얻었다.

2007년 벤 아쉬케나지는 USRC로부터 자신의 회사 유니언스테이션인베스코(USI)를 통해 임대권을 획득했다. USI는 총 1억6000만 달러(약 2124억8000만원)를 지불해 2007년부터 2084년까지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 유니언 스테이션의 가치는 12억4000만 달러(약 1조6467억원)로 평가됐다. 암트랙은 2017년부터 역 아래를 지나는 터널을 수리하고, 승객 대합실을 확장하는 등 유니언 스테이션을 정비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암트랙은 당시 USI와 협의를 시도했지만 계속해서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다올자산운용은 미국 대리인 렉스마크를 통해 유니언 스테이션 건물과 토지임차권을 담보로 하는 메자닌(중순위) 채권에 1억 달러(약 1328억 원)를 투자했다.

씨티그룹과 나티시스는 3억3000만 달러(약 4382억4000만 원)의 선순위 CMBS를 제공해 USI는 유니언 스테이션에 대한 4억3000만 달러의 고정금리 리파이낸싱을 확보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락다운 등의 영향으로 유니언 스테이션의 유동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2020년 유니언 스테이션의 가치는 8억3000만 달러(약 1조1022억 원)로 하락했다.

USI는 2020년 5월부터 매달 상환액을 갚지 못했고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졌다. USI는 4억4240만 달러(약 5875억 원)를 상환하지 못했다. 이후 유예 기간 협상을 시도했지만 지난해 1월 압류 경매가 진행됐다.

1월 5일 다올자산운용은 렉스마크를 통해 3억5800만 달러(약 4754억2400만 원)를 투자해 선순위 채권을 사들이면서 USI의 소유권을 완전히 인수하게 됐다.

그러나 벤 아쉬케나지 USI 대표가 경영권 양도를 거부하고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 사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계획을 통과시키면서 암트랙이 지난해 4월 유니언 스테이션 인수 관련 강제수용권 청구를 제기했다.

암트랙과의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그 해 8월 다올자산운용은 뉴욕카운티법원에 USI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

8월 23일 청문회에서 데이비드 샤프 변호사는 "아쉬케나지와 USI는 더이상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은 법인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USI가 계약상의 권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레고리 우즈 판사는 "USI는 집주인에서 침입자로 전락했다. 침입자가 집에 머무르면서 집을 개조하는 것과 집주인이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동일하지 않다"며 "다올자산운용은 담보물에 대한 이익을 보호하고 이를 회수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명시적인 권한이 있다"고 다올자산운용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암트랙과의 협상권과 USI에 대한 통제권은 다올자산운용에 넘어갔다.

메자닌 채권은 해당 부동산을 소유한 법인의 지분에 대한 질권을 담보로 한다. 따라서 대출자가 채무불이행할 경우, 담보물을 바류하고 관련 모기지 대출의 채무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유니언 스테이션을 둘러싼 법정 분쟁은 격화되고 있다.

암트랙은 역을 관통하는 기차 터널을 수리하고 보강하기 위해서는 역 전체의 소유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승합 대기실을 확장하고 역을 관리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모두 유니언 스테이션의 완전한 통제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암트랙은 강제수용권 청구를 통해 유니언 스테이션 인수 가격을 2억5000만 달러(약 3320억 원)로 제안했다. 이는 2018년 당시 12억4000만 달러에서 급격하게 하락한 수준이다.

법원 서류에 따르면 다올자산운용과 아쉬케나지는 이 역의 가치를 7억~10억 달러(약 9296억~1조3280억 원) 사이로 평가하고 있다.

암트랙은 유니언 스테이션 재개발을 위해 이미 환경 평가를 마쳤다. 공사가 시작되면 2040년 완공을 목표로 10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리인 렉스마크측은 "해당 재개발 계획으로 유니언 스테이션 전체를 인수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암트랙은 현재 USI로부터 역의 약 13%를 임대하고 있다.

마이클 레비보 렉스마크 설립자이자 대표는 암트랙에 인수 권한이 부여되면 기존 임대가 사실상 종료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USI 인수 이후 유니언 스테이션에 소매 및 식품 업체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기울였던 노력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이 암트랙의 강제수용권 요청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까지는 몇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장기간의 법정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