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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도 ‘금산분리’ 깨는데… 규제장벽 높은 韓금융 신성장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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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도 ‘금산분리’ 깨는데… 규제장벽 높은 韓금융 신성장 한계

일본, 저성장·고령화에 보험사 요양·동물병원 등 ‘비금융’ 진출 허용
한국은 '금융 혁신없다' 때리면서 규제는 세계 최고… 신사업 '좌절'
일본이 보험산업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금산분리 등 주요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이 보험산업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금산분리 등 주요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대통령의 ‘이자장사’ ‘독과점’ 발언에 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반도체, 자동차 같은 혁신 노력 부족’ 등 압박이 거세지면서 금융권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은 타 업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규제장벽에 막혀 혁신적인 사업진출을 시도할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금융에서 신사업이 창출돼 주목받고 있다. 일본 보험사는 요양산업과 헬스케어, 은행대리업, 반려동물서비스 등 9개 비금융 영역에 진출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빅테크의 등장 이후 금융과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 현상이 심화하면서 보험사의 비금융 진출은 필수가 됐다. 우리나라 역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보험산업이 정체 상태인데, 비금융 문턱을 낮춰 보험사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2일 보험업계와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일본은 올해 보험사의 비금융업 진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했다. 일본의 금산분리 완화 움직임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개정 시에는 보험사의 부수업무에 ‘정보은행업무’를 추가하고, 핀테크 기업의 의결권 10% 초과 출자를 허용해 보험사들이 자회사 규제를 받지 않고, 의결권을 50%까지 소유할 수 있게 했다.
2021년 개정 시에도 보험사 부수업무에 요양뿐만 아니라 동물병원과 헬스케어, 푸드, 재생의료, 브리딩 등 5개 업종에 대해 비금융업 진출을 허용했다. 이 밖에 자회사 업종에 보험업무 고도화, 지역활성화, 산업 생산성 향상, 지속 가능한 사회 구축, 고객 편의를 목적으로 한 9개 비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일본이 대대적인 보험 규제 완화에 나선 배경은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인구 구조와 핵심 소비층이 변하면서 보험사의 생존 전략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1990년대부터 3% 미만의 저성장과 함께 노인 비중이 급증했다.

일본의 노인인구 비중은 1990년 12.1%에서 10년 만인 1999년 16.7%로 크게 늘었고 지난 2007년 20%를 돌파했다. 1990년대 일본 보험산업의 연평균(CAGR) 수입보험료 성장률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 각각 2.7%, 2.9% 수준인데, 현재 수입보험료 규모도 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규제 완화 지원과 함께 일본의 보험사들은 지주회사로 전환해 사업 다각화와 해외시장 진출 등 새로운 성장 전략을 추진 중이다. 보험산업 정체가 여전하지만, 신사업 진출에 걸림돌이던 금산분리 규제가 풀리면서 그룹 전체의 자산과 이익을 불려나갈 수 있었다.

일본은 현재 보험사가 자회사와 핀테크 기업의 의결권을 10% 초과해 소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의결권의 최대 50%까지 자회사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보유할 수 있다. 규제 완화 이후 일본 보험사들은 보험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진출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이이치생명은 지난해 7월에 영국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Yulife에 122억 엔을 출자한 바 있다.

Yulife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보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16년에 설립된 영국의 단체보험회사로 스타트업 시장에서 유니콘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다. 다이이치나 스미토모, 솜포 등 일본의 대형 보험회사들은 적극적인 해외사업 확대의 결과로 해외사업의 이익 비중이 전체 매출의 20%를 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금산분리 완화와 보험사의 부수업무 확대를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전통적인 인보험의 공급만으로는 보험회사의 영속을 위한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일본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한국의 인구 고령화를 고려할 때, 한국 보험회사는 미래의 자산 및 이익 성장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다양한 도전을 해야 할 시기”라고 제언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