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Repo·유동화 증권’ 등 부실 우려…‘보수적 운용’ 전환
韓, 레고랜드 사태 벗어나자, ‘현금’ 줄이고 MMF 늘려
韓, 레고랜드 사태 벗어나자, ‘현금’ 줄이고 MMF 늘려

반면 우리나라 보험사는 금리인상 등 조달 여건이 악화했지만, 행보는 다소 대조적이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었지만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보험업계와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분기 기준 미국 생보사들이 보유한 현금 규모는 2061억 달러(약 273조206억원)로 전년 말 대비 75%(885억 달러) 급증했다. 한화로 약 117조원 규모다. 미국 생보사들은 그간 현금 보유액을 낮게 유지해 왔다. 생보사 부채는 대부분 현금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장기부채다. 현금 보유에 따라 투자 등 기회비용을 높일 수 있어 이런 경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19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19 이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며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미국 생보사들은 각 회사가 발행한 환매조건부채권(Repo), 자금투자약정서유동화증권(Funding Agreement-Backed Securities; FABS), 증권 대출(Securities lending)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 보유액을 늘렸다.
우리나라도 금리 상승 여파에 조달 여건이 좋지 않지만, 보험사들은 되레 투자 확대에 나서 대조적이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생보사들의 현금 및 예치금이 40% 이상 급감했다.
생명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에서 영업 중인 22개 생명보험사의 현금 및 예치금 합계는 9조7271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2.2% 급감했다. 생보사들의 현금 및 예치금은 2020년 말 11조7121억원에서 2021년 말 13조9668억원, 지난해 말 16조8174억원까지 늘어난 후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생보사들이 현금을 줄이는 배경은 이자가 아예 없고, 일반 예치금의 경우 만기가 짧은데다 운용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고금리 환경에서 현금성 자산을 들고 있기보다 운용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로 자금을 돌리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생보사들은 예금에서 뺀 돈을 머니마켓펀드(MMF)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지만, 올해 들어 어느 정도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투자에 나서는 보험사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라면서 “다만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 유동성 리스크가 언제든 재부상할 수 있는 만큼, 적정 수준의 현금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