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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 은행 지적 후폭풍… 경영승계·이사회 구조 개편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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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 은행 지적 후폭풍… 경영승계·이사회 구조 개편 '시동'

당국, CEO 선임 가이드라인 제시한 모범관행 발표
"최소 3개월 전 회추위 개최"…경영승계 절차 장기화
은행장 선임에 금융지주 이사회 과도한 영향력 행사 제한
외부후보에 내부후보와 동등한 경쟁 기회 부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정리하고 은행지주 이사회가 경영진 감시기능을 강화해 금융지주 지배구조 전반에 매스를 가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집권 등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지속적으로 지적한 것을 모범관행으로 제정해 명확히 한 것이다.
다만 모범관행은 강제성이 있는 수단은 아니여서 실제로 금융사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지킬지여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이 원장은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8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모범관행은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인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지난 7월부터 금감원,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 등이 참여한 관련 태스크포스(TF)가 수차례 회의를 거쳐 내놓은 결과물이다.

모범관행에 따르면 우선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CEO 임기 만료 3개월 전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현재 다수 은행들이 임기만료 2개월 전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는 데 충분한 검증의 시간을 가졌다고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이에 숏리스트 선정 이후 심층면접 등 각 단계마다 최소한의 검토 기간을 두고 후보자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논의 과정에서 6개월 전부터 시작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1~2년이나 소요되는 글로벌 금융사와 달리 우리는 CEO 검증 기간이나 선출 절차가 너무 짧다"고 지적했다.

외부후보가 선출되기 불리한 환경이라는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도 바로잡는다. 이에 향후 CEO 선임시 외부후보군을 구성할 경우 자격요건 등을 미리 정하고 후보군을 물색해야 한다. 또 내부후보에 비해 평가정보가 축적되지 않은 것을 감안해 면접시간이나 면접횟수를 확대하는 등 평가·검증 방식을 정교하게 구성해야 한다.

특히 금융당국은 내부후보에 대해서는 부회장직 부여 등을 통해 역량개발 등을 지원하고 이사회 참석, 워크숍 등 이사들과의 다양한 접촉기회를 제공하면서, 외부후보는 숏리스트 확정 후에야 후보임을 통지하여 1〜2주의 짧은 준비기간만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봤다.

실제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부회장 출신인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선임 과정에서 외부 후보의 선임 가능성을 차단한 거 아니냐는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왔다. 이 원장은 지난 10월 5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원래는 선임 절차에 대한 평가 기준과 방식을 정한 뒤 공론화를 통해 후보군이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KB금융은 회장 후보군을 먼저 정하고 평가의 기준과 방식을 정했다"며 "이런 부분이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지주가 자회사인 은행장 선임에 관여하는 경우 은행 이사회의 역할도 충분히 보장토록 했다. 대부분 금융지주가 자회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를 운영하면서 법상 기구인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사실상 지주가 선정한 단일 후보를 사후 추인하는 데 그치는 등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에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거수기 노릇'을 한다는 지적이 실질적으로 독립성을 갖고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내놨다.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간담회를 진행하거나, ‘2+1년’ 체계의 고정적 단기임기 구조로 운영되는 사외이사 임기 형태에 대해 적정 임기정책과 장단기 이사회 승계계획을 마련하는 등의 방안이다. 또 은행은 사외이사 전담 지원 조직을 설치해 이사회 산하 독립 조직으로 둬야 한다.

다만 모범관행은 강제성이 있는 수단은 아니기 때문이 실제로 현장에서 지켜질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박 부원장보는 “일단 올해 1년 동안 금감원이 이사회와 면담을 계속 해온 만큼 굳이 강제적으로 하지 않아도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다만 법이나 규정에 담을 부분이 있다면 이후 금융위원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지키지 않는다 해서) 제재는 하지 않겠지만, 경영실태평가 등에는 반영할 것"이라며 "당국에서 손을 놓고 있겠단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금융기관 경영실태평가에 이 모범관행을 활용할 수 있도록 내년 1분기 중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