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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헝다 부도위기·빅테크 규제… '홍콩 ELS' 손실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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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헝다 부도위기·빅테크 규제… '홍콩 ELS' 손실 키웠다

헝다그룹·비구이위안 등 부동산기업들 부도 위기에 주가 폭락
중국 정부 빅테크 규제에… 알리바바·텐센트도 50~70% 급락
홍콩 H지수 고점대비 59% 급락…中 본토 상하이지수 16% 하락 '대조'

홍콩 H지수와 상하이지수 비교 및 연도별 각 지수별 변동률 비교. 사진=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홍콩 H지수와 상하이지수 비교 및 연도별 각 지수별 변동률 비교. 사진=한국은행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홍콩 H지수(HSCEI)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규모가 약 9조2000억원에 달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 의혹 규탄 집회와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등 손실 보상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콩 H지수 급락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부도 위기와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를 꼽았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와 빅테크 규제가 외국인 투자자 이탈을 부추겨 홍콩 H지수의 급락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인 헝다그룹(에버그란데)과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주가가 90% 이상 떨어졌다. H지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빅테크 규제 이후 주가가 5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은행과 업계 등에 따르면 홍콩 H지수가 코로나 이전 고점 대비 약 59% 폭락한 것은 중국의 부동산 리스크와 빅테크 규제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김민규 한은 홍콩주재원 차장은 ‘홍콩 주가지수의 하락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홍콩 H지수의 급락 원인으로 ▲H지수 주요 구성종목들의 부진 ▲주요 투자자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시각 차이 ▲중국 당국의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홍콩 H지수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많은 50개 기업의 시가총액을 기반으로 산출되는 지수로, 해당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에 영업 기반을 두고 있다.

올해 초 2만 선을 돌파했던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달 28일 기준 1만7329로 떨어져 대만의 가권지수(1만7341)에 밀려났다. 대만 가권지수가 홍콩 항셍지수를 추월한 것은 3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ELS의 기초자산인 홍콩 H지수는 올해 들어 15% 이상 하락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권 홍콩 H지수 연계 ELS 상품 규모는 약 9조2000억원에 달한다.

한은은 홍콩 H지수가 코로나 이전 고점 시기인 2018년 1월 26일 대비 현재(2023년 12월 11일)까지 약 59% 급락한 반면 중국 본토 상하이지수는 16% 하락에 그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콩 H지수 하락 원인으로는 주요 구성종목 중 하나인 부동산 기업들의 주가 급락을 지목했다. 2021년 이후 중국 부동산 기업들의 부채 문제가 부각되고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 규제를 강화하면서 H지수는 빠르게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인해 헝다그룹·비구이위안 등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주가가 전 고점 대비 90% 이상 폭락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들의 반독점 문제, 데이터 유출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규제를 강화하면서 H지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중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주가는 2021년 고점 대비 각각 74.2%, 56.5% 떨어졌다.

홍콩 H지수는 성장주인 IT 기업 비중이 37%로 상하이지수(9.8%)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이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 긴축으로 인한 자금 이탈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중국 경제의 성장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홍콩 주식시장의 주요 투자자인 외국인들이 익스포저를 축소하면서 H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려 요인으로는 부동산 및 지방정부 부채 리스크로 인한 성장 잠재력 저하, 우크라이나 전쟁과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이후 미·중 갈등 심화 가능성 등이 꼽힌다.

반면 중국 A주의 경우 본토 개인투자자들의 낙관적인 기대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프라 투자와 전기자동차·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 집중 육성 등을 통해 경기 회복을 꾀하고 있어 본토 상장기업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H지수가 중국 본토 주가지수보다 크게 하락한 이유로 개별 종목의 하락 요인뿐만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들은 중국 본토 내국인 투자자들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과 중국 정부의 주가 부양 노력이 중국 본토 주가지수를 어느 정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홍콩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중국 부동산 시장이 단기간 내 회복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다 최근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이 홍콩 증시와 직접적 관련성이 크지 않아 H지수가 극적으로 예전 수준까지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훈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unjuro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