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작년부터 시행된 새로운 회계 기준인 IFRS17에 따라 계약서비스마진(CSM)이 중요해졌는데 중소 보험사들이 이 분야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CSM은 IFRS17 제도에서 미래의 이익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다. 보험사는 CSM을 계약 시점에 부채로 인식하고 계약기간 동안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한다. 많을수록 수익성이 좋은 보험사로 보면 된다. 눈에 띄는 건 합병 보험사의 약진이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2021년 7월 당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가 합병한 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보험사다. 신한라이프의 시장 점유율은 합병 이전 6~7위 정도 그쳤지만, 매년 순위를 끌어올리면서 미래에셋생명과 농협생명을 제치고 현재 생보업계 4위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작년 초 출범한 또다른 합병 보험사인 KB라이프생명도 순항 중이다.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통합사인 ‘KB라이프생명’은 공식 출범과 함께 자산 규모 8위권에 안착해 오는 2030년 업계 3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보험사들이 잇단 대형화에 나선 배경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도저히 생존할 수 없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본격화한 IFRS17에서는 매출만 높여서는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다. 과거에는 고금리 저축보험을 판매해 수익을 채우는 보험사들이 많았다. 그러나 부채를 시가로 IFRS17은 장부상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으로 나중에 돌려줘야 할 저축보험료는 모두 부채로 잡힌다. 실제 하나금융지주 추진했던 KDB생명 인수가 무산된 배경도 이런 고금리 저축보험 리스크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기관리 능력은 중소형 보험사의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로 부상했다. 위험관리 능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대형사들이 판매하는 상품을 베끼기는 정도로는 건전성만 악화할 수 있고, 단순한 상품만 팔기에는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 특히 사업비 효율화를 통해 보험료 단가를 낮출 수 있는 경쟁력은 오직 대형 보험사들만 가능하다. 빅3 보험사들이 20년 넘게 시장에서 빅3 지위를 유지하는 것도 이런 대형화 전략이 뒷받침한 결과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IFRS17 이후) 보험사 핵심 역량은 대형화와 위험관리, 자산관리 능력이 될 것”이라면서 “보험사 규모가 크고 인력이 풍부할수록 경쟁에서 더 유리한 구조가 됐다. 이미 금융지주들은 이렇게 될 줄 알고 신속하게 M&A를 추진해 왔는데, 이런 분위기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