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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은행장 전성시대②] '4인4색 리더십' 기존 틀 깨고 실적·성장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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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은행장 전성시대②] '4인4색 리더십' 기존 틀 깨고 실적·성장 주도

권선주 시작으로 유명순·강신숙·이은미 4명으로 확대
권 전 행장, 성과연봉제 도입해 조직문화 개선
유명순 씨티은행장, 소매금융 철수 진두지휘
강신숙 수협은행장, 호실적으로 지주사 전환 주도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 수익성 확대 과제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최근 역대 4번째 여성 은행장이 탄생하면서 여성 은행장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역대 세 번째 여성 은행장인 강신숙 Sh수협은행장. 사진=Sh수협은행이미지 확대보기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최근 역대 4번째 여성 은행장이 탄생하면서 여성 은행장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역대 세 번째 여성 은행장인 강신숙 Sh수협은행장. 사진=Sh수협은행
지난 2013년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을 시작으로 10여 년 만에 이은미 전 대구은행 상무가 토스뱅크 대표로 내정돼 4명의 전현직 여성 은행장이 탄생하면서 여성 은행장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여성 은행장들은 단지 '유리 천장'을 깬다는 의미를 넘어 남성 은행장에 뒤지지 않는 경영성과로 약진해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첫 여성 은행장이었던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은 실적 등 경영성과뿐 아니라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여 노조의 반발을 이겨내기도 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기업금융에 집중해 경영지표를 개선시켰고,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이은미 대표 내정자는 신생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의 수익성을 강화하고 성장을 주도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3년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 이후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가 네 번째 여성 은행장으로 취임할 예정이어서 여성 은행장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내정자는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 승인을 거쳐 대표로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이 내정자가 취임하면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강신숙 Sh수협은행장에 이어 네 번째 여성 은행장이 된다.

국내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여성 은행장을 배출한 곳은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다.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은 2013년 12월 취임해 2016년 12월까지 3년 동안 은행권 최초의 여성 은행장으로서 기업은행을 이끌었다.
권 전 행장 당시 경영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취임 첫해인 2014년 기업은행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1조320억원으로 전년(8542억원)과 비교해 20.8% 증가하면서 사상 첫 순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2015년과 2016년에도 각각 1조1506억원, 1조1646억원을 기록하면서 1조 클럽을 지켰다.

하지만 임기 말엔 성과연봉제를 둘러싸고 기업은행 노조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성과연봉제 도입에 속도를 내고자 했고, 권 전 은행장은 노조와 상의 없이 임시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하면서 노조의 반발이 컸다. 노조는 2016년 6월 권 전 은행장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기도 했다.

권 행장이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기는 하지만 정권 차원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임명됐다는 한계도 분명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권선주 기업은행장을 본받아라"라고 칭찬하기도 했는데 일각에선 여성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으로 최초의 여성 은행장이 탄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은행권은 권 행장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지 4년 후인 2020년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에서 민간은행 최초로 여성 은행장을 맞는다. 그는 유명순 현 한국씨티은행장이다.

지난 2020년 8월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임기를 2개월 남기고 물러나면서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아왔던 유명순 은행장은 지난 2020년 10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3년 임기의 새 은행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모기업인 씨티그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소비자금융 철수 전략에 맞춰 출구전략을 무난히 수행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소매금융을 과감히 포기하고 기업금융에 집중하면서 경영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3분기 총수익은 2775억원으로 전년 동기(2393억원)와 비교해 16% 늘었다. 소비자금융 부문의 대출 자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며 이자수익이 2.3% 증가했다. 비이자수익은 외환·파생상품·유가증권 관련 수익이 증가하며 전년 동기 대비 90% 늘었다.

이 같은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유 행장은 지난해 10월 연임이 확정됐다. 유 행장은 2026년까지 한국씨티은행을 이끈다.

세 번째 여성 은행장인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2022년 11월 취임했다. 그는 수협 내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그는 수협에서 최초 여성 부장, 첫 여성 지점장, 중앙회 첫 여성 임원, 첫 여성 은행장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실적 역시 사상 최대 기록을 써내고 있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순이익 2796억원을 거두면서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이에 따라 강 행장이 취임 당시 밝혔던 목표 순이익 3000억원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절차도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있다. 수협은행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자산운용사·증권사 등 매물을 물색하고 있는데 강 행장은 불확실한 금융환경을 고려해 우선 점진적 자본확충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토스뱅크를 이끌게 된 이은미 내정자가 맞닥뜨릴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3분기 순이익 86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첫 분기 단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연간으로는 아직 흑자를 내지 못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이은미 신임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수익성 강화가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출범한 토스뱅크가 지금까지는 가입자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면 이제 본격적인 은행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시기가 온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수장이 여성이라고 성과가 더 좋거나 나쁘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다만 3~4년 주기로 여성 은행장이 배출됐지만 아직 여성의 승진이나 기회 측면에서 금융권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고, 최근 들어 은행들이 여성 리더들을 발굴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멘토링을 지원하는 등 여성 인재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어 여성 임원의 비율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