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너도나도 신용점수 900점”… ‘신용인플레’에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

공유
0

“너도나도 신용점수 900점”… ‘신용인플레’에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

950점 이상 초고신용자 비중 26.5%…3년 만에 320만 명↑
신용점수 개선 쉬워지고, 비금융 가점 반영 높아진 영향
신용 변별력 낮아지면서 고신용자 2금융권 이용 늘어

고신용자들이 크게 늘면서 시중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2금융권으로 고신용 차주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고신용자들이 크게 늘면서 시중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2금융권으로 고신용 차주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시장에서 고신용자들이 지나치게 많아지는 이른바 ‘신용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 플랫폼 등장 이후 신용점수 올리기 기능이 과거보다 간편해지고,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인해 신용점수 가점도 수월해진 영향이다.

하지만 넘쳐나는 고신용자들로 인해 은행들이 대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대출 문턱을 올리는 현상도 벌어진다. 시중은행에서 거절당한 고신용자들이 700점 미만의 차주 이용이 많은 저축은행으로 몰려들고 있다. 고신용자에 밀려 중·저신용자들이 대출문이 좁아지는 가운데, 차주 간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신용평가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950점 이상 차주 수는 1314만6532명으로 전체 차주(4953만3733명)의 26.5%를 차지하고 있다. 950점 이상의 고신용자 차주수는 지난 2020년 말 989만 명 정도로 1000만 명이 안됐지만, 이 3년 만에 약 325만 명 크게 늘었다.

고신용자가 많아진 배경은 신용점수를 올리기가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기 때문이다. 빅테크 등 금융플랫폼을 중심으로 신용점수 개선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신용관리에 적극적인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 도입 이후 국민연금과 통신비, 건강보험료 납부내역 등 비금융 정보를 통해 신용점수를 개선하는 것도 수월해졌다.

문제는 신용점수의 변별력이 낮아지면서 차주간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했다는 점이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최근 고신용자들이 급격히 늘면서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 활용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일반신용대출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927.6점이었다. 올해 1월(923점)과 지난해 1월(903.8점) 대비 각각 4.6점, 23.8점 오른 수치다. 하나·우리은행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37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신한은행(929점), NH농협은행(928점), KB국민은행(907점)이 뒤를 이었다.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2금융권으로 넘어오는 고신용자들도 적지 않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 등 자산 규모 상위 5대 저축은행에서 신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 중 800점대가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지난 1월 말 기준 신용점수 900점 초과 고신용자가 주요 캐피탈사에서 받은 평균 금리는 연 10.94%~17.79% 수준이었다.

고신용자들의 카드론 수요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9조4821억 원으로 기존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시중은행에서 밀린 고신용자들의 2금융권 이용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우량 차주를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심사가 강화 중인 가운데, 시중은행에서 넘어온 고신용자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분위기”라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