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넘쳐나는 고신용자들로 인해 은행들이 대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대출 문턱을 올리는 현상도 벌어진다. 시중은행에서 거절당한 고신용자들이 700점 미만의 차주 이용이 많은 저축은행으로 몰려들고 있다. 고신용자에 밀려 중·저신용자들이 대출문이 좁아지는 가운데, 차주 간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신용자가 많아진 배경은 신용점수를 올리기가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기 때문이다. 빅테크 등 금융플랫폼을 중심으로 신용점수 개선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신용관리에 적극적인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 도입 이후 국민연금과 통신비, 건강보험료 납부내역 등 비금융 정보를 통해 신용점수를 개선하는 것도 수월해졌다.
문제는 신용점수의 변별력이 낮아지면서 차주간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했다는 점이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최근 고신용자들이 급격히 늘면서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 활용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의 일반신용대출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927.6점이었다. 올해 1월(923점)과 지난해 1월(903.8점) 대비 각각 4.6점, 23.8점 오른 수치다. 하나·우리은행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937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신한은행(929점), NH농협은행(928점), KB국민은행(907점)이 뒤를 이었다.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2금융권으로 넘어오는 고신용자들도 적지 않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 등 자산 규모 상위 5대 저축은행에서 신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 중 800점대가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지난 1월 말 기준 신용점수 900점 초과 고신용자가 주요 캐피탈사에서 받은 평균 금리는 연 10.94%~17.79% 수준이었다.
고신용자들의 카드론 수요도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9조4821억 원으로 기존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