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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④] 퇴직연금 주요국은 ‘노후 대비’…韓은 깨서 ‘부동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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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④] 퇴직연금 주요국은 ‘노후 대비’…韓은 깨서 ‘부동산 투자’

주택구입·전세보증금 내려…‘중도인출 규모’ 1조7429억원
인출자 80%가 ‘부동산’ 구매…미국·영국 등에선 엄격히 제한
잦은 인출·해지에 ‘무늬만’ 연금…지속가능성 확보해야 지적

주택마련을 위해 연금을 해지하거나 인출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사적연금 재정 안정에도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주택마련을 위해 연금을 해지하거나 인출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사적연금 재정 안정에도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퇴직연금 인출자의 80%가 주택 마련을 위해 연금을 깨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대체수단으로 사적연금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비교적 쉬운 인출 환경이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특별한 사정을 제외하면 중도 인출을 허용하지 않거나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연금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연금 고갈에 대비해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개선 작업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8일 금융권과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퇴직연금 중도 인출 규모는 1조7429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입자 인원으로 보면 약 5만 명이 연금 인출에 나섰다. 퇴직연금 중도 인출 금액은 2019년 2조7758억원, 2020년 2조6192억원, 2021년 1조9403억원으로 전반적인 규모 자체는 줄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중도 인출자 80%가 주택이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 해지에 나선다. 특히 중도 인출자의 대부분은 30·40대로 74.6%(3만7177명)를 차지해 노후 공백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는 연금의 중도 인출 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외국만큼 까다롭진 않다.

퇴직연금은 △무주택자인 가입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금 또는 주택임대차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6개월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질병이나 부상 요양 비용을 가입자가 부담하는 경우 △가입자가 5년 이내에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가입자가 5년 이내에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등에 한해 중도 인출할 수 있다.

반면 우리보다 연금시장이 발달한 외국의 경우, 중도 인출을 엄격하게 제한해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사망·영구장애 등에 한해서만 중도 인출을 허용한다. 영국도 퇴직연금을 55세 이전에 해지하면 수령 금액의 절반을 크게 웃도는 55%의 세율을 부과한다.

정부의 퇴직연금 장려 정책에 힘입어 퇴직연금은 도입 이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퇴직연금은 지난 2021년 기준 42만5000여 사업장에서 가입해 27.1%의 도입률을 기록하고 있고, 총 가입자는 683.7만 명에 달해 전체 대상자의 53.3%가 퇴직연금에 가입해 있다. 적립금액은 295조원으로 매년 10% 이상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도 인출과 해지 등 가입자의 납부의지 부족으로 노후의 중요한 소득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고서를 통해 “(연금개혁으로) 공적연금 급여가 지금보다 적어진다면 부족해진 노후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사적연금을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현재까지) 연금자산이 지속적으로 쌓이지 못해 노후소득원으로서 역할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