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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지역비례 선발' … 한은 구조개혁 화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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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지역비례 선발' … 한은 구조개혁 화두 던졌다

대학 지역별 비례선발제… 수도권 집중 해소방안 강조
농산물 수입 확대·최저임금 차등화에 이은 구조개혁 3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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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수도권 집중화와 지방 소멸 해법으로 대학 신입생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안했다. 금수저 강남권 출신 서울대생이 속출하자 신입생을 지역 비례로 뽑으면 수도권 집중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창용 한은 총재는 대한민국 구조개혁을 위해 농산물 수입 확대, 외국인 노동자 돌봄서비스 최저임금 차등화 등 의미있는 정책적 아젠다를 사회에 잇달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차등화는 노동계의 반발, 농산물 수입 확대는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와 기싸움을 벌이며 만만치 않은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한은은 27일 서울대학교와 공동으로 서울 관악구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행정제도 및 입시제도 개편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한은은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 냈다.

특히 한은은 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입시경쟁 과열을 꼽으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동원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장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을 주제로한 발표에서 입시경쟁 과열은 사교육비 부담 증가와 사회경제적 지위 대물림 심화, 대학 내 교육적 다양성 부족, 저출산·만혼 및 수도권 인구집중, 청소년과 대학생의 정서불안 및 교육성과 저하 등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과감한 개편방안으로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안했다.

특히 기존 서울대 지역균형전형과 기회균형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업성적이 일반 전형으로 입학한 강남 3구 출신 학생들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높은 것을 제시하면서 지역별 비례선발제로 인한 학력 저하 가능성은 적다고 강조했다.

지방 거점도시 중심의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조 발표를 맡은 정민수 한은 조사국 지역연구지원팀장은 '수도권 집중에 대응한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을 주제로 "소수 거점도시 집중 투자가 낮은 혼잡비용과 주변 지역에 대한 공간적 파급효과 등으로 국가 전체에 더 큰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제도 개편 필요성도 제기됐다. 고길곤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향후 균형발전 전략은 광역시의 교육, 의료, 문화, 교통 등 정주요건 강화와 인구 유치, 이를 중심으로 한 긍정적 파급효과의 확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한은이 수도권 집중화를 해법으로 대학교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제안했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농산물 수입 확대, 돌봄서비스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 등 구조개혁 아이디어를 여러 차례 제시한 바 있다. 이중 돌봄서비스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은 노동계가 한은 앞에서 반발 집회를 여는 등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농산물 수입 확대는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와 기싸움을 벌였다.

이에 한은이 본업인 통화정책은 외면한 채 구조개혁 이슈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8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정치권과 시장의 기대와 달리 최장 기간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다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은이 구조개혁 과제에 관심 갖는 게 금리 조정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폐회사를 통해 "한은이 장기 구조개혁 과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 문제가 단기적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수도권 부동산, 특히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가 상시 잠재해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수요의 근저에는 입시경쟁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