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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보험 쓰나미] 킥스 방어·건전성 강화… 30년물 초장기채 매입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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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보험 쓰나미] 킥스 방어·건전성 강화… 30년물 초장기채 매입 확대

국고채 30년물 하루 평균 거래 50.1%↑
보험사 장기채 중심 매입 확대한 영향
전문가 “부채평가 엄격…단기 개선 쉽지 않을 듯”
보험사들이 건전성 방어를 위해 초장기채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보험사들이 건전성 방어를 위해 초장기채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보험사들이 건전성 방어를 위해 30년물 초장기채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3년부터 시행한 새회계기준(IFRS17)과 킥스(K-ICS·지급여력비율) 제도 도입 이후 초장기채 수요가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이 제도하에서는 금리 하락기에 부채가 더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서다. 보험사들은 초장기채를 사들여 건전성을 방어하는 등 자본관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28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보험사의 ‘자산부채관리(Asset Liability Management·ALM)’를 전담하는 리스크 관리 부서에서는 킥스 방어를 위해 초장기채 매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 하락으로 인한 건전성 악화에 대응해 장기채 중심으로 채권을 매입 중”이라면서 “15년 이상 장기채 위주로 매입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금리 변동에 따라 부채가 증가해버릴 수도 있어 듀레이션 매칭에 대한 노력을 통해 리스크를 일부 해소하고 있다”면서 “자산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니까 금리, 할인율 변동으로 인한 자산부채가치 평가가 달라지고 킥스비율 관리를 위해 자산, 부채 듀레이션 매칭도 중요해지는 시기”라고 했다.

IFRS17과 킥스는 보험회사가 보유한 부채를 과거 원가가 아닌 현재 시장가치(시가)로 평가하는 제도다. 이런 제도에서는 금리가 하락할 경우 보험사가 미래에 지급해야 할 돈(부채)의 가치가 더 크게 늘어난다. 특히 보험상품의 ‘평균 지급 시점’(부채 듀레이션)이 채권 등 투자자산의 ‘평균 회수 시점’(자산 듀레이션)보다 길면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이 불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자본이 줄고 킥스도 하락하는 구조다.
보험사들이 30년 이상 만기의 초장기 국채 보유를 늘리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초장기채는 평균 회수 시점이 길어 부채와의 만기를 맞추는 데 유리하고, 금리가 더 하락할 경우에는 자산 가치가 크게 올라 평가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자산과 부채의 균형을 맞춰 금리 변동에 따른 자본 손실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보험사의 초장기채 수요 급증으로 인해 오히려 공급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국고채 30년물 거래액은 지난달 23조3860억원으로 처음 20조원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거래액은 지난달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1조63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고채 30년물 하루 평균 거래액(9545억원)은 작년 대비 50.1% 큰 폭으로 늘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보험사의 초장기채 매입 확대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관리가 쉽지 않을 거라고 한다. 새로운 보험계약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부채 평가에 쓰이는 할인율 기준이 점점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현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보고서에서 “단기간에 부채 듀레이션을 유의미하게 축소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국내외 장기채 매수, 국채선도 등 파생상품 활용 증대 등 자산 듀레이션 확대를 위한 자산운용 전략이 더욱 적극적으로 실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