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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가격, 병원마다 60배 차이”…실손 적자 10조에 ‘의료비 폭탄’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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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가격, 병원마다 60배 차이”…실손 적자 10조에 ‘의료비 폭탄’ 경고

보험연구원 “비급여 통제·요율 정상화·공사보험 정보 연계” 제시
안철경 보험연구원 원장이 공·사 건강보험 상생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보험연구원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안철경 보험연구원 원장이 공·사 건강보험 상생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보험연구원 제공.
비급여 진료비가 병원마다 최대 60배까지 차이 나는 등 의료비 관리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의료기관마다 제각각인 가격 체계는 환자의 합리적 선택을 가로막고,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모두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급여 가격의 ‘사전 통제’와 ‘정보 공개’ 강화 없이는 의료비 폭등과 보험재정 악화를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보험연구원은 8일 서울 KDB생명타워에서 열린 ‘5세대 실손의료보험 도입에 따른 공사보험 상생 방안’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비급여 관리 부실과 실손보험의 누적 적자가 동시에 심화되는 현실에서, 공·사보험이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비급여 가격 공개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병원 간 가격 격차가 60배에 달한다”며 “환자가 치료 전 비용을 예측하거나 비교하기 어려운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급여 관리의 핵심 해법으로 △비급여 항목 표준화 △신규 비급여 사전승인제 △가격상한제 도입을 제시했다.

모든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내역을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민간 플랫폼(네이버·카카오 등)과 연계하면 환자가 병원별 가격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김 교수는 “치료재료나 의약품처럼 의료인별 차이가 없는 항목은 공급가격 기준으로 일정 비율만 상한선을 두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신규 비급여는 공단 사전승인을 의무화해 과잉진료와 의료비 폭등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보험의 구조적 위기를 짚었다. 그는 “최근 5년간(2020~2024년) 실손보험 누적 적자가 10조 원을 넘었고, 4세대 실손의 손해율은 148%에 달한다”며 “비급여 과잉 이용이 주요 원인이지만 급여 손해율도 함께 상승해 재정 악화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보험료 정상화 없이는 실손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세대별 요율을 합리화하고, 담보별 구조를 재조정해 재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보험료 조정을 미루면 특정 시점에 급격한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요율 정상화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분산하고 5세대 실손보험으로의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공·사보험 간 정보 연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이 진료·보험금 데이터를 공유하면 중복 지급과 부정 수급을 방지할 수 있고, 국민에게 비급여 항목에 대한 고품질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 의료 선택을 돕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보험법·보험업법 개정 △공·사보험 협의체 신설 △보험정보 통합 플랫폼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비급여 관리 강화, 실손보험 요율 정상화, 공·사보험 정보 연계라는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해야 의료비 부담 완화와 보험재정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전문가들은 “공사보험이 데이터로 연결되어야 의료비 낭비를 줄이고 국민의 부담을 덜 수 있다”며 “비급여 관리와 실손보험 개편의 ‘투트랙 개혁’이 더는 미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