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부담·정보 부족 겹쳐 장기투자 결단 어려워
건전성 규제 구조 탓에 녹색자산 투자 유인 부족
건전성 규제 구조 탓에 녹색자산 투자 유인 부족
이미지 확대보기특히 보험사들이 보험계약자 보호를 이유로 원금 손실 위험이 낮은 자산 위주로 운용해 온 관행 역시 녹색투자 확대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기후·ESG 관련 정보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고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기후위기의 위험을 인식하고도 실제 투자로 옮기기 힘든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28일 보험업계와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ESG·지속가능투자 자산은 전체 운용자산(총자산)의 약 2%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 보험사보다 약 7배, 일본 보험사보다 약 5배 낮은 수준이다.
유럽 주요 보험사는 총자산의 최대 15%, 일본 생명보험사는 최대 10%를 ESG·지속가능투자 자산으로 운용하고 있다. 글로벌 보험사들이 기후 대응 투자를 자산운용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보험사는 여전히 주변적 투자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사의 소극적 태도보다는 제도적 환경의 문제로 해석했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자 보호를 위해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산운용을 요구받고 있으며, 현행 건전성 규제 체계에서는 변동성이 큰 녹색자산에 투자할 경우 자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보험사는 기후리스크를 인식하고도 적극적인 투자 전략으로 전환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기후리스크를 보험 규제에 반영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는 기후리스크를 보험사의 지배구조와 리스크관리, 공시 체계에 통합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유럽보험연금감독청은 이를 바탕으로 지급여력 규제에 기후 요인을 단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일본 역시 GX 전략을 통해 정부 보증과 전환채 발행 등을 활용해 민간 보험자금의 투자 위험을 낮추는 구조를 마련했다.
보험연구원은 현행 건전성 규제가 기후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보험사의 투자 판단과 리스크 관리가 탄소중립 목표와 괴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지급여력 규제의 2단계 건전성 규제(Pillar 2) 체계 안에서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강화해 우리나라 보험사가 기후리스크를 경영 전반에서 관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녹색자산에 대한 자본 경감과 화석연료 관련 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 상향 등 1단계 건전성 규제(Pillar 1) 중심의 정량 규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보험사가 기후리스크를 비용이나 규제 부담이 아닌 경영 판단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게 하고, 녹색자산 투자에 따른 자본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친환경·지속가능 투자가 자산운용 전략 전반으로 확산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희우·황인창·강윤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회사는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위험과 전환 위험을 동시에 부담하는 산업이지만, 현행 자본규제와 자산운용 환경에서는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지속가능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며 “기후리스크를 리스크관리와 건전성 규제에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보증이나 후순위 대출과 같은 금융지원 수단을 병행해야 보험산업이 탄소중립 전환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