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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강대강 대치에 예산정국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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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강대강 대치에 예산정국 안갯속

野, 내년도 예산안 '핀셋 심사' 예고…연말 통과 불투명
사상 초유 '준예산' 사태 발생 가능성에 정부여당 진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본청 계단에서 열린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본청 계단에서 열린 민생파탄·검찰독재 규탄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로 예산정국의 막이 올랐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당대표를 겨냥한 측근 구속, 당사 압수수색으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이 거세다. 헌정사 처음으로 대통령이 직접 나선 시정연설에 입장조차 하지 않은 채 보이콧을 벌인 것. 이에 따른 여야 갈등은 격화일로를 걷고 있다. 때문에 예산안의 연말 통과는 어려울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대폭 손질을 예고하며 제동을 걸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초부자 감세로 세수 부족을 만들어 놓고서 재정 건정성을 들먹이며 시급한 민생 예산을 칼질하는 모순이 그대로다"며 "책임 야당으로서 잘못된 국정 방향을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핀셋 심사'를 예고한 셈이다. 여기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게 민주당의 각오다.

헌법상 국회는 내달 30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마친 뒤 오는 12월2일까지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여야는 전날 예산안 심사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일정에 합의했다. 내달 4일 공청회, 7~8일 종합정책질의, 9~10일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 14~15일 경제부처 부별 심사를 거쳐 17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를 가동하기로 했다.

여야가 합의 도출에 실패할 경우 '준예산'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준예산이란 연말(12월31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하지 못했을 경우 전년과 동일하게 예산을 집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신규사업 예산을 집행할 수 없게 돼 정부의 정책기조를 제때 실행하기 어려워진다. 1960년 제도 도입 이후 실제로 준예산 사태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
예산안 심사를 앞둔 국민의힘은 진땀을 빼고 있다.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에 이어 준예산까지 사상 초유의 사태가 연거푸 발생할 수 있다는데 우려가 크다. 국회 일정을 여당 단독으로라도 진행할 방침이나, 예산안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될 수 있는 만큼 거대 의석(169석)을 가진 민주당 협조 없이는 통과가 어렵다. 국민의힘이 야당 비판에 수위를 조절하는 이유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입법독재가 임계점을 넘어섰다. 당대표의 범죄 혐의를 은폐시키기 위해 절대 다수의 입법권을 사용하고 있다"고 날을 세우면서도 "정치란 늘 절벽에 있는 것 같지만 계속 대화하고 타협하는 노력을 진행시켜야 한다"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준예산 집행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날도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 국회 본청 앞에서 소속 의원과 원외지역위원장 등 약 1200명(민주당 추산)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이재명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치권이 서로 협력해도 모자란데 정부여당의 행태는 상대방을 압박하고 무력으로 지배한다"며 "야당 탄압과 전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현 정부가 만들어낸 민생, 국방, 외교, 경제 참사를 가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지자들을 향해선 "함께 힘을 모아 무도한 정부여당의 폭력을 이겨내자"고 독려했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