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환(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은 외교관으로 러시아에서 네 차례 11년간 근무한 러시아 통이다. 저자는 전쟁이 일어난 배경을 찬찬히 설명한다. 참혹한 전쟁의 이면에는 일정한 전쟁의 패턴이 있고, 러시아로서는 동족·형제라고 불러도 무방한 우크라이나가 대드는 꼴은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서방 언론의 프로파간다에 가까운 일방적 보도는 러시아가 변명할 여지가 없도록 만들어 왔다. 지루한 전쟁은 끝을 모른다. 어느 나라도 전쟁을 종식할 실질적 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유가 및 곡물 가격 상승으로 모든 물가가 올라도 일상에 바쁜 한국인들에게 우크라이나 사태는 멀게 느껴질 뿐이다.
1990년 소련이 독일 통일에 동의했을 때 미국은 서방 군사동맹체인 나토의 동진 자제를 약속했으나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이 약속은 파기되었다. 동유럽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끌어들여 병력과 전략무기를 전진 배치했으며 이제 러시아와 나토 사이에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만 남았다. 이번 전쟁은 사실상 러시아와 미국 사이의 대립이다. 표면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되었지만 실제로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 발발 이래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이용하여 지속해서 러시아를 자극하여 전쟁의 수렁에 빠지게 했다.
저자 박병환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는 남다른 시각으로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병자호란의 굴욕을 떠올리며 한국인들이 각자의 사고를 전개해 나가기를 주장한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의 전쟁이 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번 전쟁의 복잡한 배경을 고려하면 러시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숨은 의도가 어떤 것인지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편을 들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도적인 지원을 넘어서 우크라이나 편을 드는 것도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렇게 봐야 한다'라는 크게 2부(1부(34편) : 우크라이나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2부(31편) : 외교 단평)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국익의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망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힘겨루기’에서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는 효과가 있었나?’ 2부는 이웃 나라들과의 국제관계 및 국제사회의 주목할 만한 현상을 다룬 글들로 ‘러시아는 왜 벨라루스와의 연합국가를 원할까’ ‘이대로는 동북아 ‘역사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에 걸쳐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이해와 몰이해는 흥미롭다.
저자 박병환은 저서를 통해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하여 한국이 추구해야 할 국익의 관점에서 한·러 관계의 바람직한 방향을 이야기한다. 첫째, 우리는 객관적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고 있는가를 지적한다. 둘째, 저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우리 정부의 외교가 국익에 부합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는다. 셋째, 4강 외교에 대한 문제 제기와 균형 외교와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지혜로운 외교에 대해 조언한다. 러시아 중심적 사고나 주장이 아니라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현명한 외교 자세를 설명하는 외교 기본서이다.
각 부(部)에 편성된 소제목은 질문과 주장으로 결론을 담고 있다. 저자는 美·나토 vs 러시아 사이의 전략게임을 보고 4강 외교를 바로 세워야 함을 주장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드러난 서방의 위선과 비겁함을 지적한다. “미국은 대러시아 제재에 대해 큰소리칠 수 없는 약속 파기의 책임이 있다.” “서방에 대러 경제 제재는 효과가 별로 없었으며, 러시아와 척을 짓는 것은 피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언제쯤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북방경제협력위원회의 폐지와 중국에 대해 저자세를 보이는 한국 언론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
박병환은 『한국 외교에는 왜 러시아가 없을까』(2020), 『나침반이 잘못된 한국 외교』(2021년)에 이은 외교평론집 「우크라이나 전쟁, 이렇게 봐야 한다」(2023)를 완성시킴으로써 국제관계에 비교적 무딘 한국인들의 교양을 배양시켜주었다. 농부가 총을 들고 전투에 나가고, 곡창 우크라이나의 들판을 러시아 탱크가 휘젓고 있다. 죄 없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젊은이들이 징집되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저자는 빨리 대평원에 평화가 오기를 기원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평화는 그저 오지 않는다. 평화 시에 전쟁을 대비하고 외교를 알아야 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