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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연금개혁②] “돈 모일 틈이 없다” 이직·퇴직자 99%가 연금 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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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연금개혁②] “돈 모일 틈이 없다” 이직·퇴직자 99%가 연금 해지

일시금 수령 규모 11조7000억원…‘중도 인출’ 사실상 무제한
연금 해지·인출 막은 ‘호주·스웨덴’…사적연금 인출요건 강화해야

잦은 중도 인출로 연금 가입자들의 노후 생활자금 적립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잦은 중도 인출로 연금 가입자들의 노후 생활자금 적립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이직하거나 퇴직한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사적연금 가입자 99% 이상이 연금을 해지해 노후 대비가 불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중도 인출로 주택 구입에 나서는 가입자들도 절반 이상을 넘어섰다. 퇴직연금과 IRP 적립액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 노후의 주요 소득원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주요 연금이 은퇴 후 노후 소득원으로 활용되기 위해선 적립금 누수가 없어야 하는 만큼 제도적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19일 통계청 분석을 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335조원으로 1년 전보다 13.7% 늘었다. IRP 적립금 자산 규모도 작년 말 기준 총 46조4900억원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34%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사적연금 시장의 꾸준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도 인출과 해지 등으로 은퇴까지 충분한 재원이 누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중도 인출한 가입자는 5만5000명으로 금액으로는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주택 구입이 1조2659억원(65.2%)으로 가장 많고, 주택 임차 명목으로 중도 인출된 금액은 4555억원(23.5%)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원칙적으로는 중도 인출이 금지돼 있다. 단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 임대주택 마련, 본인 혹은 직계 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을 요구하는 질병, 본인의 파산 및 개인회생 등 예외적인 경우 퇴직연금 적립금을 중도 인출할 수 있다.

특히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에 따른 중도 인출은 연금 가입자의 노후를 위협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선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뿐만 아니라 유주택자도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처분해 무주택자가 되면 생애 몇 차례라도 중도 인출이 가능하다. 사실상 횟수 제한이 없다 보니 안정적인 노후 재원을 마련하기 어려운 구조다.

직장을 이직할 때 해지하는 직장인이 많다는 점도 노후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2021년 이직이나 퇴직으로 적립금을 IRP로 이전한 가입자는 91만3000만 명, 17조6000억원이다. 이 중 IRP를 해지하고 일시금으로 수령한 금액은 1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연금 개시가 가능한 55세 미만 가입자가 IRP를 해지한 경우도 99%에 달해 적립금 누수가 심각했다.

가입자들의 추가 적립 의지가 낮다는 점도 노후 위협 요인으로 지목된다. 개인연금에는 다양한 세제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는 연금계좌에 납입하는 금액에 대해 최대 900만원까지 12%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적립된 자산을 운용하는 동안에는 과세가 되지 않으며, 연금으로 수령 시 연간 연금액이 12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3~5%의 저율로 분리 과세한다.

세금 혜택이 크지만, 연금계좌에 연금자산을 적립하고 있는 근로자의 비율은 14%, 납입자의 평균 납입액은 308만원 수준으로 낮다. 저소득층의 경우 저축 여력이 낮고 과세표준이 0원인 과세 미달자가 많아 현행 세액공제제도가 저소득층에게 실질적인 연금계좌 납입 유인 요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스웨덴과 호주의 사례를 보면 퇴직연금이나 사적연금의 중도 인출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사적연금을 납입할 여력이 없는 계층을 위해 보조금(환급형 세액공제)을 지급하거나 최저보증 연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중도 인출 조건을 강화하고 이직 시 해지 금지, 저소득층 사적연금 납입액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