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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김영진 안무의 현대무용 'Inner gro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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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김영진 안무의 현대무용 'Inner gro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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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안무의 현대무용 'Inner grooming'
맑은소리 위로 밝고 아름다운 세상이 핀다/ 봄으로 커가는 것들을 보는 것은 행복하다/ 반쯤 핀 꽃은 늘 희망이었다/ 창 있는 모자가 사유를 대신한다/ 쉼 없는 움직임은 내면을 살찌우는 도구/ 가끔 아찔한 침묵이 엄습한다/ 내면은 실타래 꼬임의 과정을 밟는다/ 심연에서 길어 온 말 한마디 한마디/ 느린 밝음으로 다가온다/ 무리의 기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짝을 이룬 사람들은 사연을 쌓아간다/ 어둡고 추운 황톳빛 계절의 통과의례를 거쳐/ 산야들 꽃들의 숲 같은 해탈의 춤에 이른다/ 목련 피는 시절엔 청춘을 소환하자

3월 16일(토) 7시, 17일(일) 4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김영진(金永鎭, ‘System on Public Eye’ 예술감독, 숙명여대 무용과 교수) 안무의 ‘System on Public Eye’의 「Inner grooming」(이너 그루밍)이 공연되었다. 내면을 다듬고 사유하는 도구로 움직임이 쓰인다. 작품은 선(禪)이 바르게 이어짐을 전제로 한다. 세상의 모든 평화를 불러오는 춤은 형체는 없어도 강한 울림을 주는 기도에 견주어진다. 내면을 가꾸고 치장하는 일은 선이나 명상을 통해 익히 접해왔지만, 현대무용 작업이라는 점에서 호기심이 증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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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안무의 현대무용 'Inner gro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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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안무의 현대무용 'Inner grooming'


로봇 같은 새로운 물질문명의 도래가 심리적 안정을 심각하게 흔드는 세상이 되었다. 종교 지도자들은 절대적인 신앙으로 신자들을 무장시켰고, 그러지 못한 얼치기 지도자들은 부의 축적을 종교적 심도로 여기게 했다. 보통 사람들은 문명의 때로 촉수를 잃어버리고 원의 세상에서 이탈되어 광야에서 떠돌게 되었다. 그들이 새로이 원으로 진입하는 방법은 거문고를 뜯는 마음으로 영혼의 내적 씻어냄 같은 청춘이라는 무지개를 영접하는 것이다. 가슴 아리게 다가오는 과거를 만들 필요는 없다. 청춘은 아름다워야 한다.

「Inner grooming」은 가꾸면서 화려해지는 외면과 달리, 내면에는 복잡 미묘한 감정의 산이 장대하게 숨겨져 있다. 안무가 김영진은 마음을 다듬고 탐구하는 무형의 진동 파장을 집요하게 관찰해 왔다. 사회라는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인간상은 각기 다르다. 안무가는 수도승처럼 마음과 정신을 갈고 다듬는다는 것의 의미를 찾아가며, 이 과정을 통해 파생되는 현상, 외면이 아닌 내면을 가꾸며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춤에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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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er grooming」은 인격 수양과 평정심도 요구한다. 무용수들은 보통 사람들이 경험하는 잡다한 상황과 감정 속에서 변화되는 내면의 모습에 집중하면서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진법의 변화와 움직임으로 구체화한다. 각자가 추구하는 인간상에 도달하기 위해 최종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음을 생각하며 안무자는 작품의 목적지를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춘다. 내면은 살아가면서 계속 가꾸어 가야 하는 인간적 책무, 무용수는 관객과 같이 호흡하고 느끼며 무언가를 발견하는 과정을 무대 위에서 보여준다.
「Inner grooming」의 서사는 담백한 유화적 이미지를 닮아있다. 무용수들은 경험 안에서 정리와 정돈, 고백과 위로의 키워드로 움직임을 구성해 가며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한다. 무용수들은 적극적이고 다양한 연구를 통한 움직임으로써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주는 장면들을 탄생시킨다. 세밀한 움직임과 거리 두기를 오가는 역동적 일체감은 원형적 의미의 묵시적 이미지를 쉼 없이 창출해 낸다. 움직임의 과장이나 고난도 기교에서 피함이 없는 노련한 안무는 일상적 춤을 들썩이게 하는 춤으로 특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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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안무의 현대무용 'Inner gro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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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안무의 현대무용 'Inner grooming'


「Inner grooming」은 작품 속에서 몽환적이고 현대적인 사운드를 운용한다. 비트 있는 음악, 서정적인 분위기, 클래식 음악을 편곡하여 사용한다. 백색 공간의 바닥과 검정 의상을 입은 인물과의 대비는 명료한 개성을 드러내고, 주문 같은 일상의 기도를 수용한다. 조명은 내면의 차가움과 따뜻함을 조도의 강약으로 표현한다. 원통(圓通)의 주제성을 위해 최대한 단조로운 색채 조명을 활용한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구성력이 돋보이게 연출되었다. 백색 조(調)의 바닥을 고려한 색감으로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삶을 지속시킴은 진공 위를 걷는 것과 같다. 무명(無鳴)의 진행은 무서움을 동반한다. 내가 가꾸어 온 인간상은 자족으로만 존재한다. 정보화 시대에는 개인적인 것과 공통적인 차이는 엄청나다. 우리의 내면도 정돈되지 못한 채 급변하는 사회의 급류에 휩쓸려 가는 편이다. 자신을 피스코 성야의 촛불처럼 굳건히 세우는 힘은 자신을 믿는 데에서 출발한다. 원(圓)처럼 살며,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자신을 밝히며, 바처럼 움직이는 세파(世波)에 흔들리지 않는 삶을 향해 나아가자는 주장은 무지개를 피워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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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안무의 현대무용 'Inner gro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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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안무의 현대무용 'Inner grooming'


김영진의 인기 안무작은 「Wheel」 : 수원 K컨템포러리댄스 축제(2023), SCF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2022), 제43회 서울무용제 대학무용축제부문(2022), 국제현대무용제 MODAFE Special Collection(2022), 「Inner grooming」 : 제32회 전국무용제 on 경남 in 창원 (2023), 제43회 서울무용제 경연대상부문(2022), 「Like Strangers」 : 제6회 전주국제춤페스티벌(2023), 올댓댄스온라인페스티벌 인탱크컬렉션 초청공연 (2022), World Dance Expo Seoul 2021­Color of Dance(2021)이 우선 주목된다.

주요 안무작은 제25회 생생춤페스티벌 「path」(2023), SIDance 「댄서 장윤나」(2021, 공동안무), DICFe 세계안무축제 한국작가전 「흔적」(2021)이 있고, 예술감독 작품은 천안흥타령춤축제 대학무용부 「Like 0」(2023), 제44회 서울무용제 대학무용축제부문 「KRAKEN」(2023), 제24회 생생춤페스티벌 「KRAKEN」(2022), 제4회 Dance Bridge Seoul Festival 「One more day」·「Edge」·「멘도롱」(2023)이 있다. 김영진은 제43회 서울무용제 경연대상부문 우수상·안무상(대한무용협회, 2022), 올해의무용가상(한국현대무용협회, 2021), Dance Sprit상(한국현대무용협회, 2020) 수상과 Contemporary Dance Special 선정(한국현대무용협회, 2018)되는 영광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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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안무의 현대무용 'Inner grooming'


2024년 현대무용단 ‘System on Public Eye’의 정기공연 「Inner grooming」은 어느 단체의 경연이 아닌 순수 무용단의 존재와 정신을 보여주는 현대무용 이었다. 김영진의 개성을 보여주는 무조(舞調)는 경건한 기도 속에 퍼지는 조용힌 울림이었다. 안무가는 작품에 대한 지나친 해석이 아닌 공감의 춤으로 작품을 이해하기를 요구한다. 창의적이되 보통 작품처럼 대접받고, 편하게 어울리며 느낌을 공유하는 작품이 되기를 원한다. 김영진 안무의 「Inner grooming」은 겉과 속이 신비를 감싼 수작(秀作) 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제공 옥상훈